[Z시세] "점심시간에 바닷가 산책… 우리 회사 끝내주죠?"

김인영 기자 2024. 1. 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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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워라밸에 이어 워케이션이 새로운 근무문화로 뜨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처음엔 회사에서 워케이션을 가라고 했을 때 일도 아니고 휴가도 아니어서 짜증 났어요. 그런데 막상 바닷가를 걸어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빌딩 사이가 아닌 바닷가를 산책하니까 일하는 기분도 평소와 다르더라고요. 다음에도 꼭 참여하고 싶어졌어요." (워케이션에 참여한 A기업 직원)

워케이션이란 일과 휴가의 합성어로 평소 일하던 사무실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업무를 보는 것을 뜻한다. 언뜻 보면 일과 휴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것 아닌가 싶지만 막상 워케이션을 경험한 이들은 재택근무, 디지털 노마드와는 다른 차별점이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워케이션은 최근 기업 사이에서 새로운 근무제도, 복지 정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워케이션, 재택근무와 다른 점은?


워케이션은 재택근무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워케이션과 재택근무의 차이점은 명확하다. 먼저 워케이션의 최대 장점은 일하는 장소를 바꿔 업무에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워케이션을 한다고 업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일하는 장소가 변한 것만으로도 오랜 업무에 지친 이들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워케이션의 중심 주제다.
워케이션의 긍정적 효과는 만족도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충남도에서 진행한 충남 워케이션 만족도 조사. /자료출처: 충남도
워케이션의 효과는 만족도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충남도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충남 워케이션 참여자 268명 중 152명에게 재참여 의사를 물은 결과 80.3%(122명)가 '매우 그렇다', 18.4%(28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상·하반기 전체 참여자 450명 가운데 2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53.9%(138명)가 '매우 만족', 35.9%(92명)가 '만족'이라고 밝혔다.

워케이션은 국내에선 생소한 근무제도이기 때문에 실행하는 기업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워케이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MZ세대 직원이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워케이션을 새로운 근무제도, 복지정책으로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워케이션은 크게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과 기업이 여행사와 연계해 진행하는 것으로 나뉜다.

먼저 기업에서 워케이션을 진행하는 방식은 회사가 참가자를 모집해 인원을 확정하면 여행사가 지자체 또는 숙박업체와 협업해 숙소와 사무실을 제공한다. 한 장소에서만 워케이션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참가자가 많을 때는 여러 지역으로 장소를 나누기도 한다. 또 단순히 숙소, 사무실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요청에 따라 커피·서핑 클래스 등 여러 클래스를 기획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지자체에서 워케이션을 진행할 때는 기업과 동행하지는 않는다. 프리랜서나 개인적으로 오는 이들이 대부분 지자체를 통해 워케이션에 참가한다. 지자체는 숙소와 공유 오피스를 제공하거나 관광문화 체험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워케이션을 진행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워케이션을 진행한 지역은 크게 강원(강릉·동해·속초 등), 제주, 부산(아스티 부산호텔), 경북(의성·경주·포항·문경), 충남(보령·부여·태안·예산) 등을 들 수 있다.



워케이션, 단점 명확… 그래도 기업 관심 쏠린 이유


워케이션은 명확한 단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기업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스트리밍하우스에서 제공한 워케이션에 참여한 모습. /사진=스트리밍하우스
워케이션은 단점이 명확하다. 이 제도를 활용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직군이 있다. 예컨대 생산직과 서비스 직군은 해당 제도에 참여할 수 없다. 이 같은 단점에도 기업들이 워케이션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워케이션 B2B 스타트업 스트리밍하우스 신동훈 대표는 "모두가 워케이션을 할 순 없다"며 "고객사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도 재작년부터 워케이션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직처럼 워케이션을 할 수 없는 팀을 위한 복지는 따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현재 우리와 워케이션을 계약한 고객사는 IT계열 외에도 많다"며 "공기업, 일반 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기 때문에 워케이션도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기업 입장에서는 워케이션 이후 업무 성과가 오르거나 애사심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며 "처음에는 워케이션에 반신반의하던 기업들도 한번 경험한 이후에는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한 기업을 예로 들었다. 평소 관계가 안 좋았던 개발팀과 영업팀이 우연히 같은 장소로 워케이션을 떠난 뒤 회사에서 못 나눈 대화를 나누고 협동 프로그램을 하면서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한 것이다. 영업팀과 개발팀은 워케이션을 다녀온 해에 업무 성과를 전년 대비 2배 이상 올려 해당 기업은 그 뒤로 꾸준히 워케이션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면서 워케이션 근무제도에 대한 기업 선호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워케이션이 보편화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워케이션, 근로 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까


지방자치단체에서 워케이션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은 충남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서핑체험을 하는 모습. /사진=충남도
워케이션 제도는 사실 기업보다 지자체에서 선호한다. 지방 도시의 경우 성수기가 아니면 생활소비인구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워케이션으로 지방 도시를 방문한 이들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자 지자체가 앞장서서 워케이션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해부터 외국인이 국내에서 관광과 동시에 장기체류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워케이션) 비자'를 시범 운영한다. 국내를 넘어 해외 유입까지 가능해지자 지자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워케이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가 준비없이 워케이션을 시행하는 경우다. 워케이션 장소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편의시설, 식당, 병원 등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여부다. 특히 오피스 공간이 중요하다. 신 대표는 "일을 하러 간 것이기 때문에 평소 사용하는 사무실과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자체에서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워케이션을 이용할 때 불편함이 느껴지면 아무래도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진다"며 지자체에서 여러 사항을 고려해 워케이션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자체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워케이션을 유치하면 결국 불만족한 디지털 노마드족, 기업들이 발길을 끊을 수밖에 없다. 무조건 워케이션을 도입하고 보는 것이 아닌, 철저한 준비 후에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다.

김인영 기자 young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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