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겨울철 감기 급증에 '의약품 사재기' 첫 현장 조사(종합)
사재기 의심 기관 행정처분…벌금 등 가능
수급 예측 모형 개발, 생산 역량 강화 지원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겨울철 감기가 급증한 상황에서 의약품 수급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사재기 행위에 대한 현장 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한다. 또 향후 의약품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수요 예측 체계와 국내 생산 역량 강화 등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자체 합동 현장 조사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된 의약품 공급내역 및 청구량 분석을 바탕으로 유통 불균형으로 수급 불안정이 심화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의약품에 대해 이뤄진다.
의약품 종류는 구체적으로 슈도에페드린제제 콧물약인 슈다페드정(삼일제약(주))과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 시럽인 세토펜 현탁액 500ml(삼아제약(주)) 등이다. 이 의약품 등은 2~3년 전부터 구하기가 어렵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품목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비급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사용량 파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약 중에 국민에게 영향을 많이 주는 약으로 우선 선정하고, 민관협의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이 나오면 복지부와 약사회가 다시 협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주 인플루엔자 외래 환자 1000명당 의사환자 수는 61.3명으로 최근 5년 간(2019~2023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감기약의 경우 생산량이 전년 대비 6%, 독감 치료제는 323% 증가했으나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등 각종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 다발적으로 유행해 수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장 조사는 이달 중에 집중적으로 실시하며 해당 약품의 사재기가 의심되는 약 400여개 약국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은 슈다페드정의 경우 구매량이 상위 12%, 세토펜 현탁액 500ml의 경우 구매량이 상위 37% 수준인 약국 중 사용량이 구매량 대비 25% 이하인 곳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사용률이 0%인 곳이 40여개소로 파악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떤 환자가 어떤 약을 쓸지 정해진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재고량을 갖고 있으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도 예측과 현실이 달랐던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현장에 나가봐야 자세한 사유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재고량, 사용 증빙 서류(조제기록부 등) 등을 중점 점검해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 관할 보건소를 통해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매점매석 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할 경우 1년 업무 정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
복지부는 이번 현장 조사 계획을 사전에 안내했으며,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복지부가 약을 쌓아두는 행위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현장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고 관련 협회를 통해 약국에 공문으로 공지한 바 있다"며 "이번 조치가 갑자기 이뤄지거나 현장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조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조사를 나간다고 해서 사재기 처분 대상이라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갖고 있는 재고를 현장에 반납하거나 유통되도록 해 공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절차이고 약국에서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재고량을 갖고 있는 관례가 있어서 적정선에 대해 약사회와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공급 지연으로 논란이 된 항암주사제 '5-FU'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 이 약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정보를 공유 받고 공정 개선 과정 중 지연으로 원인이 확인됐다"며 "제조 후 과정을 최대한 압축하려 노력해 최근에는 공급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1개 제조사만 '5-FU'를 공급하고 있어서 향후 이러한 문제가 또 발생할 우려가 있어 국내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며 "1개사가 의향을 밝혀 2월 이후로는 원활하게 공급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해 3월부터 수급 불안 의약품 민관협의체를 운영하고 약가 인상, 생산 독려, 원료 수급 행정 지원, 국가 비축분 시장 공급 등 대응 방안을 추진해왔다.
정부는 향후 수급 불안 발생을 감지하는 인공지능 모형 등을 통해 수요 예측 체계를 마련하고 국가필수의약품이 국산원료를 사용해 만들 경우 약가를 가산하는 등 생산 역량 강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의약품 수급 불안 대응 체계 마련을 위해 긴급 생산·수입 명령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는 대응 체계를 고도화한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사재기하는 것은 해당 약품이 적시에 필요한 환자에게 쓰이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의약품 판매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조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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