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부르는 플랫폼법[뉴스와 시각]

임대환 기자 2024. 1. 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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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6년 영국에 최초로 상용화된 자동차가 등장했다.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을 두고도 '제2의 타다 금지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자사 우대나 끼워팔기 등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게 법안의 목적이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이 법이 국내 플랫폼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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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경제부 부장

1826년 영국에 최초로 상용화된 자동차가 등장했다. 증기기관을 탑재한 28인용 버스로, 런던 시내와 인근 도시를 운행했다. 최초의 정기 노선버스인 셈이다.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 황금기를 맞을 계기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동수단이 마차에서 증기 자동차로 옮아가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마부들이 들고일어났다. 빅토리아 여왕은 성난 마부들을 달래려 1865년 이른바 ‘붉은 깃발 법’이라고 불리는 ‘적기조례(Red Flag Act)’를 선포한다. 조례는 자동차 1대에 운전사와 기관원, 기수 등 3명을 탑승하도록 했다. 이 중 기수는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자동차의 55m 앞에서 마차로 자동차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자동차에 놀라 말이 날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조례에는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를 내뿜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사실상 자동차를 운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례였던 것이다. 이후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쇠락의 길을 걸으며 주도권을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에 넘겨주게 된다.

적기조례와 비슷한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바로 ‘타다 금지법’이다. 당시 혁신 기업인 타다로 인해 영업에 타격을 받게 된 택시기사들의 눈치를 본 정치권이 만든 것이다. 이 법으로 다양한 소비자 편익을 주던 타다는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을 두고도 ‘제2의 타다 금지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자사 우대나 끼워팔기 등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게 법안의 목적이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이 법이 국내 플랫폼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만 족쇄를 채워 외국 기업들만 유리하게 할 수 있다고 걱정이다. 실제 사례가 있다. 지난 2010년 초, 당시 국내 1위 동영상 기업이었던 판도라TV가 ‘저작권법 삼진아웃제’ 시행으로 몰락했다. 이 규제는 유튜브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외국 사업자는 적용되지 않은 채 국내 사업자들에게만 적용됐다. 이후 판도라TV의 시장 점유율은 2008년 42%에서 2013년에는 4%로 급격히 줄어든 반면, 유튜브는 2%에서 74%로 급성장했다.

산업계는 플랫폼법이 시행되면 판도라TV 사태를 되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최근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모바일 앱 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까지 나서 “디지털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복 규제’로 한국과 미국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고, 중국 등 외국 사업자들만 유리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 등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있는 제도를 갖고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지위를 남용해 시장을 교란한다면 현행 제도로 얼마든지 제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어설픈 제도를 만들었다가는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임대환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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