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방 "전후 가자, 다국적 감독 속 팔레스타인 통치"(종합)
팔 자치정부는 일단 배제…미국 중심의 다국적 감독기구 설치
자국안보 최우선시…작전자유 고집하되 국제법 위반 정착촌 자제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김지연 기자 =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하마스 해체를 위한 전쟁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통치에 대한 자신의 밑그림을 제안했다.
하마스가 사라진 가자지구의 통치 공백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조직의 감독하에 팔레스타인인들이 메우겠지만 이스라엘군에 군사작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언제라도 안보를 이유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급에서 전후 구상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지만, 이스라엘 정부를 대표하는 공식 방안은 아니며 내각 안팎에서 견해차가 극명하다고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전후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않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을 통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은 또한 "이스라엘은 작전상 행동의 자유를 갖게 될 것"이며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갈란트 장관은 이스라엘 민간인이 가자지구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팔레스타인 주민으로 구성된 기구가 가자지구를 책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자지구 주민은 팔레스타인인이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기구가 (가자지구를) 책임지게 된다"며 "다만,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적대행위나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갈란트 장관이 이날 내놓은 방안은 미국 등이 우려한 가자지구 재점령이나 이스라엘 내 일부 극우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유대인 정착촌 재건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쟁으로 점령한 남의 영토에 자국인 정착촌을 설립하는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다.
TOI에 따르면 이날 발표한 방안은 4개 축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 통치에서 조정·감독의 역할을 하고 반입품을 검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이 유럽, 온건한 아랍국가와 함께 구성한 다국적 태스크포스가 민사 운영과 경제적 재건을 책임지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공조해 가자지구 국경 민간 출입을 책임진다.
네 번째는 하마스를 뺀 현재의 팔레스타인 행정 체계는 유지하는 것이다. 상하수도·전기·인도주의 구호 분배를 담당하는 현지 당국이 다국적 태스크포스와 협력해 운영을 계속한다.
이는 종전 후 구상이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나온 것으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이번 주말 중동 방문 기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갈란트 장관이 계획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아 미국의 요구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 종료 후 가자지구 통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축출된 이후 요르단강 서안을 제한적으로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제안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최근 이스라엘 고위급에서 '개혁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Reformed PA)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는 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장관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이런 언급은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이날 브리핑에서 갈란트 장관은 PA에 필요한 개혁이 없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PA의 역할에 대해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계획은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장관,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 등 3인 중심의 전시내각과 그보다 확대된 안보내각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민간 통치에 대한 부분은 이스라엘 연정 내부에서 이미 반대에 부딪혔다고 TOI는 전했다.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은 "갤런트 장관의 차후 계획은 10월 7일 (하마스 기습) 전의 재발"이라며 이 방안에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자인들의 자발적인 이주와 새로운 정착촌을 포함한 이스라엘의 완전한 안보 통제"가 해법이라면서 유엔 등 국제사회가 비판한 정착촌 재건을 거듭 주장했다.
갈란트 장관은 또 가자지구 지상전 다음 단계 전술의 윤곽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이 지상의 대부분을 장악한 북부 지역에서는 작전상 필요에 따른 맞춤형 전술을, 남부에서는 하마스 지도부 추적에 초점을 맞춘다는 게 핵심이다.
그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우리는 지상전의 군사적 성과에 맞춰 새로운 전투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기습공격, 터널 파괴, 공습 및 포격, 특수부대 작전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은 "반면, 수십만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에서는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와 인질 구출을 시도할 것"이라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때까지 이런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무장대원들을 이스라엘 남부에 침투시켜 1천200여명을 죽이고, 240여명을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으며, 11월부터는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하마스 추적과 소탕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2만2천여명이 죽었고 5만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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