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새 로켓군 15명 숙청"…시진핑 8년 군 개혁 '와르르'

인교준 2024. 1. 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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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로켓군 창설 통한 군 현대화 추진에 제동…"전쟁 고려에도 부담"
中 해방군보 "올해 부정행위와 전쟁 벌일 것"…추가 숙청 예고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당국이 6개월 새 무려 15명의 로켓군과 방산 국유기업 수뇌부를 숙청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 보도했다.

여기에는 리상푸(李尙福) 전 국방부장을 비롯해 핵심 인사들이 망라돼 있으나, 지금까지 중국 당국은 해임 사실만 공개했을 뿐 그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로켓군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부정부패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추가 숙청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리상푸 전 중국 국방부장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군 수뇌부 9명의 전인대 대표직 파면이 의결됐다.

전인대 대표는 당·국가 요직에 진출할 최소 기반이라는 점에서 이들 9명은 인민해방군에 더 머물 수 없으며 부정부패가 확인될 경우 수사와 처벌 대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로켓군 사령원(상장·대장급)을 지냈던 리위차오(李玉超)·저우야닝(周亞寧), 로켓군 부사령원(중장) 출신의 장전중(張振中)·리촨광(李傳廣), 로켓군 장비발전부 부부장(소장) 뤼훙(呂宏), 딩라이항(丁來杭)공군 사령원(상장), 당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 부부장 출신의 장위린(張育林)·라오원민(饒文敏)·쥐신춘(鞠新春)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27일 중국의 국정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는 왕후닝 정협 주석 주재로 제14기 전국위원회 제12차 주석 회의를 열고 류스촨(劉石泉) 중국병기공업집단 이사장, 우옌성(吳燕生) 중국항천과기집단 이사장, 왕창칭(王長靑) 중국항천과공집단 부총경리를 정협 위원에서 파면했다. 전국정협의 이 조치 역시 3명의 공직 박탈을 의미한다.

작년 11월 베이징시 인민대표대회는 상무위를 열고 리퉁젠(李同建) 로켓군 소장의 자격을 박탈했다.

작년 8월 돌연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리상푸는 같은 해 10월 24일 열린 전인대 상무위에서 국무위원과 국방부장과 국가 중앙군사위 위원 직위를 동시 박탈당했다. 그러나 리상푸의 당 중앙군사위 위원 직함은 그대로 유지돼 주목된다.

그보다 앞선 작년 7월 31일 당시 로켓군 정치위원이던 쉬중보(徐忠波) 상장이 해임됐다.

중국 안팎에서 인민해방군의 지휘 사령탑인 당 중앙군사위의 장비발전부가 지난 7월부터 조달 관련 부패·범죄 조사를 본격화하면서 로켓군의 비리가 드러난 것으로 본다.

리상푸가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시점도 이 조사가 개시된 직후다. 그는 2017년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장을 지낸 바 있다.

미 국방대 중국군사연구센터의 요엘 우트나우 선임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최근 로켓군 주요 인사들에 대한 해임 조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의 부패 척결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중국이 향후 수년 내에 전쟁에 나설지를 고려하는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이외에 인민해방군의 최고사령탑인 당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임하는 시진핑은 지난 2016년 1월 1일 기존 7대군구(大軍區)를 새로운 5개 전구(戰區)로 개편하는 것 이외에 로켓군 창설을 핵심으로 한 대대적인 인민해방군 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특히 로켓군은 그 이전에 육군 산하의 '제2포병'이 운용해왔던 걸 재편한 것이지만, 핵미사일 운용 부대뿐 아니라 전략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부대, 우주방어부대 등을 통합한 것이어서 중국군의 미래 전력으로 평가받아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시 주석은 당시 로켓군을 "중국의 전략적 버팀목이자 중국 안보 수호를 위한 중요한 토대"라고 평가한 바 있다. 무엇보다 로켓군 창설과 강화로 입체적 작전 능력을 확장해 미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중국군을 현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로켓군 창설 이후 우주·방산 분야의 인재를 인민해방군으로 끌어왔으며, 리상푸 역시 시 주석이 발탁한 인물이라고 짚었다.

실제 리상푸는 충칭대 자동화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뒤 항공 엔지니어 출신으로 인민해방군에 합류해 시창위성발사센터 주임과 사령관 등을 역임하며 위성 개발 프로그램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시 주석은 리상푸가 인민해방군의 무기구매 및 개발을 담당하는 중앙군사위 장비개발부 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으나, 작년 3월 상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으로 임명해 관심을 끈 바 있다.

시 주석은 아울러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당 중앙정치국의 24명 위원 중에 군산복합체 주요 인사 3명을 임명할 정도로 로켓군과 방산기업에 애정을 쏟아왔으나, 이번 로켓군 안팎의 부정부패로 시 주석의 기대가 한꺼번에 무너진 셈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분석센터의 닐 토머스 연구원은 "이번 조사로 군산 체제로 성장한 중국군 기술직 관료들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지난 1일 "올해에 부정행위와의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해 향후 추가 숙청을 예고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제임스 차 인민해방군 전문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이번 숙청은 시 주석이 중국군 최고사령부의 실질적 개편을 할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짚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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