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새로워 낯선 날’ [말록 홈즈]
[말록 홈즈의 플렉스 에티몰로지 1]
‘설’이란 말에는 크게 네 가지 어원설이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낯선 날’입니다.
해가 바뀌고 새롭게 온 날에 익숙지 않아, 낯설다의 어근인 ‘설다’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장입니다.
두 번째 설은 ‘시작하는(열리는) 날’에서 온 ‘선날’이 ‘설날’로 변했다는 내용입니다.
나이가 한 살 더 드는 ‘살날’이란 의견과 자중한다는 뜻의 옛말 ‘섦다’에서 왔다는 추정도 있지만, 명확한 답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원래 설날의 시간은 매년 음력 1월 1일, 정월 초하루입니다.
중국의 주나라와 노나라의 역법에서는 음력 12월 1일을 설날로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음력 12월인 섣달은 ‘설날의 달’이란 의미입니다.
섣달처럼 리을(ㄹ)이 디귿(ㄷ)으로 바뀌는 현상은 이튿날(이틀날), 숟가락(술가락)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1월을 정월(正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뭘까요?
동아시아 고대왕조들은 기존 왕과 성씨가 다른 이가 왕이 되면, 이듬해 1월에 연호(年號: 왕의 재위에 맞춘 연도 표기)를 수정(修正)합니다.
이 때문에 1월을 ‘연호를 바로잡는 달’ 정월이라 부릅니다.(a month of modifying era name)
이러한 설날의 시간이 바뀝니다.
1896년 을미사변 후 친일파 김홍집의 주도로 이뤄진 을미개혁에서, 조선은 일본처럼 태양력을 사용하게 됩니다.
더불어 설날도 음력 1월 1일에서 양력 1월 1일로 바뀝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정월 초하룻날 ‘신정(新正)’이 등장하고, 원래 설날은 옛날 정월 초하룻날이란 뜻의 ‘구정(舊正)’으로 밀려납니다.
광복 후 우리나라는 신정만을 공휴일로 유지하다가, 1985년 구정을 하루짜리 공휴일로 조정했습니다.
이후 1986년부터 3년 동안, 구정은 ‘민속의 날’이란 명칭으로 불렸습니다.
1989년, 배달민족은 설날을 되찾았습니다.
연휴의 기간도 신정과 동등하게 3일로 늘어나고, 신정은 차차 그 기간이 줄어 하루짜리 휴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설날을 되찾은 지 30년도 훨씬 넘었는데, 우리는 아직도 구정이란 단어를 많이 씁니다.
바로잡을 식민지 시대의 흉터입니다.
양력 1월 1일을 양력설날이나 신정(新정월초하룻날)으로 부를 수는 있지만, 음력설날은 더 이상 구정이 아닙니다.
원래 이름을 되찾았으면, 바로 활발히 사용해야 합니다.
언어는 민족과 시대의 정신입니다.
식민지에서 독립한 지 79주년을 맞이하며, 이것만큼은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방송과 언론과 교육이 이런 때 제 기능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일제시대 구정은 쓰지 말아요~
말 그대로 침략국이 자기네 국민을 심어놓은 남의 나라입니다.
식민지시대, 일본의 언어와 풍습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해방 후 80년이 돼가지만, 여전히 언론, 건축, 의류, 방송 분야에서, 침략국 언어의 잔재가 멋스러운 전문용어인 듯 남발되고 있습니다.
뜻도 제대로 전달 안 되는 식민지보다, ‘침략지’나 ‘피탈국’이란 이름을 쓰자고 제안합니다.
그래야 심각성과 수치심을 되새길 수 있습니다.
*식민지의 영어 colony는 ‘농부’, ‘소작농’, ‘정착민’을 뜻하는 라틴어 colonus에서 왔습니다.
[필자 소개]
말록 홈즈. 어원 연구가/작가/커뮤니케이터/크리에이터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2년째 활동 중. 기자들이 손꼽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터. 회사와 제품 소개에 멀티랭귀지 어원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어원풀이와 다양한 스토리텔렝을 융합해, 기업 유튜브 영상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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