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 감금, 채찍 폭행…영어·일어 번역된 '위안부 판결문'
유선의 기자 2024. 1. 5. 11:28
정의연·민변, 일본 손해배상 책임 인정한 '위안부 판결문' 번역본 공개
"속여서 데려갔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피해사실 구체적으로 적시
헤이그 협약·국제연맹 인신매매 금지 조약 등 위반한 국제협약 조목조목 제시
군인들에 의해 지하실에 감금됐고, 채찍으로 폭행을 당했고, 겁탈하려는 군인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어 평생 왼팔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She was imprisoned in a basement by the Defendant's soldiers and was beaten with a whip, etc.. In particular, while resisting the Defendant's soldiers who attempted to rape her, she was injured and was no longer unable to use her left arm for the rest of her life.
被告軍人によって地下室などに監禁されたり鞭などで暴行されたこともあり、特に劫奪しようとする被告軍人に抵抗する過程で負傷し、一生 左腕を使うことができなくなった.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판결문 9페이지 내용의 일부를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한 내용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23일, 1심을 깨고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인정한다.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 소송 비용도 일본 정부가 부담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정에서 마음을 졸이던 이용수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나와 두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 판결문의 영어·일어 번역본을 공개했습니다. 일본의 법적 책임을 명백히 인정하고, 국제사회 공동체 모두에게 타당한 국제 공공질서를 알릴 수 있는 판결문이기 때문에 전 세계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개된 판결문을 분석해 봤습니다.
'강제동원' 입증됐다
· 데이신타이(군복 공장에서 일하는 것)에 보내야 한다고 속여 중국 광동성의 위안소에서 성착취를 강요당했다. (판결문 8페이지)
· 혼자 집에 있을 때 동네 순사가 설명도 없이 무조건 따라오라고 해 그대로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다. (판결문 9페이지)
· 방직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북만주 목단강 위안소로 끌려갔다. (판결문 9페이지)
판결문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의사가 아니라 강제나 속임수에 의해 끌려갔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 도망가다가 잡혀 군인으로부터 인두로 가슴 등이 지져지는 상해를 입었다. (판결문 10페이지)
· 위안소를 탈출하려다 관리인에게 들켜 나막신으로 머리를 심하게 맞아 그 흉터가 지워지지 않는 상해를 입었다. (판결문 11페이지)
또 끌려간 피해자들이 도주를 시도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 이 모든 행위가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진행된 것'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른바 '위안부 매춘설'을, 일관되고 구체적인 증언과 증거를 통해 판결문으로 준엄하게 반박한 것입니다.
스스로 비준한 국제협약 위반 입증됐다
판결문은 당시 일본이 어떤 국제협약을 어겼는지도 밝혀두고 있습니다.
· 1907년 헤이그 평화회의에서 '육전의 법 및 관습에 관한 협약'이 체결됐는데, 일본은 1911년 이 협약을 비준했다. 이 협약 제3조는 '교전 당사자는 개별 전투원의 모든 행위에 대해 책임을 부담한다'고 돼 있다. (판결문 13페이지)
· 일본이 1925년 비준한 '미성년자 인신매매 금지조약'에는 '누구든 다른 사람의 욕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미성년의 여성을 모집, 권유 또는 유괴한 사람은 처벌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판결문 14페이지)
· 국제연맹은 1921년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금지 조약'을 채택했는데, 일본은 이 조약을 1925년 비준했다. 조약에는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성 산업의 목적으로 미성년 여성을 설득, 유혹, 납치하는 어떤 행위도 범죄가 된다'고 적시돼 있다. (판결문 14페이지)
재판부는 국제협약의 내용과 함께 일본이 해당 협약을 언제 비준했는지까지 적어둬 반박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일본의 '국가면제' 주장, 조목조목 반박
일본은 국가의 주권 행위를 다른 나라에서 재판할 수 없다는, 이른바 '국가면제'를 주장해 왔습니다. 2021년 4월 내려진 1심도 '국가면제'를 이유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 UN 국가면제협약(판결문 16~17페이지), 유럽 국가면제협약(판결문 17~18페이지), 미국의 FSIA(판결문 18~19페이지), 일본의 외국에 대한 민사재판권에 관한 법률(판결문 19~20페이지), 영국의 SIA(판결문 20~21페이지)
등 외국의 구체적인 법률 내용과 입법 취지를 설명해 위안부 강제동원이 '국가면제'에 해당하지 않음을 설명했습니다.
· 이탈리아 법원의 '페리니 판결'(판결문 21~22페이지), 그리스 법원의 '디스토모 판결'(판결문 22페이지)
재판부는 외국의 법률뿐 아니라 유사한 외국의 판결 사례까지 찾아내 자세히 적어둠으로써, 일본의 '국가면제' 주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설명했습니다.
"국제평화주의 초석이 될 판결문"
판결문을 번역해 공개한 정의연과 민변은 이번 판결이 일본의 법적 책임을 명백히 인정했을 뿐 아니라 "진정한 국제법 존중주의, 국제평화주의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초석이 될 판결로 평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을 넘어,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뜻입니다.
또 정의연과 민변은 '타당한 국제 공공질서의 보루로서 국제법상 강행 규범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정확하게 실현한 판결문'이라고 평가하면서, 이제는 일본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판결문 번역본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 https://womenandwar.net/kr/notice/?uid=1932&mod=document
영어 : https://drive.google.com/file/d/1nClKjnUjprQwOupeCDNThoMo1xrsKwwE/view?usp=drive_link
일본어 : https://justice.skr.jp/koreajudgements/53-2.pdf
"속여서 데려갔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피해사실 구체적으로 적시
헤이그 협약·국제연맹 인신매매 금지 조약 등 위반한 국제협약 조목조목 제시
군인들에 의해 지하실에 감금됐고, 채찍으로 폭행을 당했고, 겁탈하려는 군인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어 평생 왼팔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She was imprisoned in a basement by the Defendant's soldiers and was beaten with a whip, etc.. In particular, while resisting the Defendant's soldiers who attempted to rape her, she was injured and was no longer unable to use her left arm for the rest of her life.
被告軍人によって地下室などに監禁されたり鞭などで暴行されたこともあり、特に劫奪しようとする被告軍人に抵抗する過程で負傷し、一生 左腕を使うことができなくなった.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판결문 9페이지 내용의 일부를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한 내용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23일, 1심을 깨고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인정한다.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 소송 비용도 일본 정부가 부담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정에서 마음을 졸이던 이용수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나와 두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 판결문의 영어·일어 번역본을 공개했습니다. 일본의 법적 책임을 명백히 인정하고, 국제사회 공동체 모두에게 타당한 국제 공공질서를 알릴 수 있는 판결문이기 때문에 전 세계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개된 판결문을 분석해 봤습니다.
'강제동원' 입증됐다
· 데이신타이(군복 공장에서 일하는 것)에 보내야 한다고 속여 중국 광동성의 위안소에서 성착취를 강요당했다. (판결문 8페이지)
· 혼자 집에 있을 때 동네 순사가 설명도 없이 무조건 따라오라고 해 그대로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다. (판결문 9페이지)
· 방직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북만주 목단강 위안소로 끌려갔다. (판결문 9페이지)
판결문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의사가 아니라 강제나 속임수에 의해 끌려갔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 도망가다가 잡혀 군인으로부터 인두로 가슴 등이 지져지는 상해를 입었다. (판결문 10페이지)
· 위안소를 탈출하려다 관리인에게 들켜 나막신으로 머리를 심하게 맞아 그 흉터가 지워지지 않는 상해를 입었다. (판결문 11페이지)
또 끌려간 피해자들이 도주를 시도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 이 모든 행위가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진행된 것'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른바 '위안부 매춘설'을, 일관되고 구체적인 증언과 증거를 통해 판결문으로 준엄하게 반박한 것입니다.
스스로 비준한 국제협약 위반 입증됐다
판결문은 당시 일본이 어떤 국제협약을 어겼는지도 밝혀두고 있습니다.
· 1907년 헤이그 평화회의에서 '육전의 법 및 관습에 관한 협약'이 체결됐는데, 일본은 1911년 이 협약을 비준했다. 이 협약 제3조는 '교전 당사자는 개별 전투원의 모든 행위에 대해 책임을 부담한다'고 돼 있다. (판결문 13페이지)
· 일본이 1925년 비준한 '미성년자 인신매매 금지조약'에는 '누구든 다른 사람의 욕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미성년의 여성을 모집, 권유 또는 유괴한 사람은 처벌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판결문 14페이지)
· 국제연맹은 1921년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금지 조약'을 채택했는데, 일본은 이 조약을 1925년 비준했다. 조약에는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성 산업의 목적으로 미성년 여성을 설득, 유혹, 납치하는 어떤 행위도 범죄가 된다'고 적시돼 있다. (판결문 14페이지)
재판부는 국제협약의 내용과 함께 일본이 해당 협약을 언제 비준했는지까지 적어둬 반박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일본의 '국가면제' 주장, 조목조목 반박
일본은 국가의 주권 행위를 다른 나라에서 재판할 수 없다는, 이른바 '국가면제'를 주장해 왔습니다. 2021년 4월 내려진 1심도 '국가면제'를 이유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 UN 국가면제협약(판결문 16~17페이지), 유럽 국가면제협약(판결문 17~18페이지), 미국의 FSIA(판결문 18~19페이지), 일본의 외국에 대한 민사재판권에 관한 법률(판결문 19~20페이지), 영국의 SIA(판결문 20~21페이지)
등 외국의 구체적인 법률 내용과 입법 취지를 설명해 위안부 강제동원이 '국가면제'에 해당하지 않음을 설명했습니다.
· 이탈리아 법원의 '페리니 판결'(판결문 21~22페이지), 그리스 법원의 '디스토모 판결'(판결문 22페이지)
재판부는 외국의 법률뿐 아니라 유사한 외국의 판결 사례까지 찾아내 자세히 적어둠으로써, 일본의 '국가면제' 주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설명했습니다.
"국제평화주의 초석이 될 판결문"
판결문을 번역해 공개한 정의연과 민변은 이번 판결이 일본의 법적 책임을 명백히 인정했을 뿐 아니라 "진정한 국제법 존중주의, 국제평화주의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초석이 될 판결로 평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을 넘어,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뜻입니다.
또 정의연과 민변은 '타당한 국제 공공질서의 보루로서 국제법상 강행 규범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정확하게 실현한 판결문'이라고 평가하면서, 이제는 일본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판결문 번역본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 https://womenandwar.net/kr/notice/?uid=1932&mod=document
영어 : https://drive.google.com/file/d/1nClKjnUjprQwOupeCDNThoMo1xrsKwwE/view?usp=drive_link
일본어 : https://justice.skr.jp/koreajudgements/53-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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