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콘서트 여는 오은영 박사, 장애인 연주자들과 무대 선다

이강은 2024. 1. 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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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일 마포아트센터서
“삶의 각도 1도씩만 바꿔도
좀 더 희망적인 사회 될 것”

“우리가 (삶의 각도를) 1도씩만 바꿔 작은 변화를 시작하고 이런 변화가 쌓이면 나와 우리 모두의 삶, 사회가 좀더 희망적으로 바뀔 겁니다.”

장애인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이야기 마당)를 준비 중인 ‘국민 멘토’ 오은영(58) 박사는 4일 서울 서초구 효성반포빌딩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제 나름의 방법으로 죽기 전까지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것들,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외면하면 안 되고 꼭 기억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화두를 던지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은영 박사가 토크콘서트 ‘동행’의 취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문화예술 후원에 힘써 온 효성그룹과 손잡고 다음 달 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오은영의 토크 콘서트-동행’을 여는 것도 그런 다짐의 하나다. ‘동행’에는 장애·비장애 연주자들로 구성된 실내악 단체 가온솔로이스츠가 참여해 의미를 더한다. 가온솔로이스츠는 ‘리베르탱고’ ‘오버 더 레인보우’ ‘섬집아기’ ‘스마일’ ‘시네마 천국’ ‘거위의 꿈’ 등 탱고부터 영화 OST, 가요까지 다양한 곡을 들려준다. 

2022년부터 토크 콘서를 해 온 오 박사는 음악회를 곁들인 이번 공연에선 ‘조화’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다고 했다. “나와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이 조화로워야 서로 갈등을 줄이고 이해하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남과 여도, 세대별로도 조화를 이뤄야 갈등을 좀 줄여나갈 수 있는데…어쩌면 이 음악회가 발달 장애인과 그 가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봐요.”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들이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고 화음을 맞춰 나가는 일 자체에 우리 사회에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동행’ 무대에는 시각장애인 최초로 미국 맨해튼 음대 석사 과정을 마친 첼리스트 김지선을 비롯해 발달장애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장윤권, 비올리스트 백승희, 클라리넷티스트 곽도형 등 가온솔로이스츠 단원들이 참여한다.

2021년 창단한 가온솔로이스츠는 수원의 한 장애 교육 학교 출신을 기반으로 구성됐다. 장애인 단원은 오디션이 아니라 연주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연주자 중 영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비장애인 단원들의 경우 장애인 단원들의 호흡과 속도를 맞춰주고 가르치기도 해야 해서 실력도 실력이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잘 맞는 연주자들로 구성된다.  
오은영(왼쪽 다섯 번째) 박사가 4일 서울 강남구 효성 반포빌딩에서 ‘오은영의 토크콘서트-동행’에 함께하는 강자연 대표(왼쪽) 등 가온솔로이스츠 단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강자연 가온솔로이스츠 대표는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이 연주가 끝나고 나면 ‘어느 분이 장애가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이 질문 자체가 저희가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음악 안에서는 장애라는 구분이 사라지고, 하나가 되는 걸 경험한다”며 “관객들도 여기에 공감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 전 장윤권과 백승희가 이흥렬의 ‘섬집아기’를, 곽도형이 엔니오 모리코네의 ‘시네마 파라디소’를 연주할 때도 장애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연주를 함께한 가온솔로이스츠의 단원 김아영(첼로)은 “일반 프로(연주자) 앙상블이 최상의 연주 결과물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면 우리는 함께 해나가는 과정에 더 의미가 있다”며 “한해 한해 거듭할수록 더 좋은 하모니를 내는 걸 보면서 우리도 프로 연주자들처럼 수준 높은 공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큰 목표도 생겼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장애가 있어 연주에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저희는 정말 즐겁게 연주한다”며 ”사람들은 장애 극복 스토리를 들으면 감동하곤 한다. 하지만 장애를 극복하지 않더라도 (사회의) 동반자로 살아가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윤권이 어머님께서 하셨다”고 말했다.
가온솔로이스츠 강자연 대표.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오 박사는 “(가온솔로이스츠 단원들이) 조화롭게 연주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희망을 얻고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으면 한다”며 “토크 콘서트 ‘동행’은 관객들과 더욱 가까이 소통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자리가 될 것이다. 많이 오셔서 울고 웃으며 편안한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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