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바그다드 도심서 민병대 공격…이라크 "미군 철수" 목소리 커져

강영진 기자 2024. 1. 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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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란 배후 민병대 부사령관 등 미사일 공격으로 사살
솔레이마니 이란 사령관 살해 뒤 4년 만의 이라크내 공격
피격 현장 참혹…"미군 이라크 주둔 안된다" 고함·총성 들려
[바그다드(이라크)=AP/뉴시스]4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바그다드의 민병대 병참지원본부가 공습을 받은 후 본부 앞에 앰뷸란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라크군이 통제하는 민병대 연합인 인민동원군은 성명을 통해 바그다드 주둔부대 부사령관 무슈타크 탈레브 알 자와리(아부 타크와로도 알려짐)가 사망했다고 이날 밝혔다. 2024.01.05.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라크 주둔 미군이 4일(현지시간) 이란 배후 민병대 지휘관을 공격해 사살하면서 이라크 내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군의 공격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심지에서 벌어졌다. 이로 인해 이라크 관공서들의 창문이 심하게 흔들렸다. 이라크 주둔 미군을 여러 차례 공격했다고 밝혀온 민병대 하라카트 헤즈볼라 알누자바는 바그다드 지역 부사령관 무스타크 탈립 알 자와리(일명 아부 타크와)가 팔레스타인 거리의 보급사령부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아브 타크와의 보좌관 1명도 숨졌다.

이라크와 시리아 주둔 미군은 민병대를 여러 차례 공격해왔다. 그러나 바그다드 도심에서의 공격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하라카트 헤즈볼라 알누자바는 이라크 육군의 휘하라는 점이 문제다. 격분한 이라크 육군이 미군의 공격이 이라크와 미국간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 요원들에 대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한” 민병대 지도자에 대한 공격이 “필요했으며 비례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민간인 희생자도 없었으며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건은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최근 레바논과 홍해에서 충돌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가자 전쟁이 확산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다.

라이더 대변인은 미국이 이라크 정부에 사전에 공격 사실을 알렸는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미국이 이라크와 합의를 위반했는지 묻는 질문에 라이더 대변인은 미 국방부가 전 세계 모든 미군에 대한 위협을 억제할 권리가 있다고 답했다.

미 국방부, 이라크 정부에 공격 사실 사전 통보 공개 안해

민병대 운영 매체 사베린 뉴스가 배포한 공습장면 사진에는 미제 합동공대지미사일(JAGM)의 파편이 보인다. 헬파이어 미사일을 대체한 신형이다.

바그다드 주민들은 미군이 공격했다는 소식에 확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공습현장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사라 자말(27)은 “평화가 지속될 수 없다는 징후”라면서 “공격이 시리아, 레바논에 이어 이란, 그리고 이곳까지 이어졌다. 우리가 피해를 당했는데 아무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피가 흥건하고 시신 파편이 널린 피격현장 주변 골목에서는 울부짖음이 터져 나오고 미국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남성이 “이라크에 미군이 있어선 안된다”고 소리치며 하늘을 향해 총을 쐈다.

미국은 이슬람국가(IS)가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라크에 2500명, 시리아에 900명의 병력을 파견하고 있다.

미국이 2만2000명의 희생자를 낸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을 지지하면서 이라크와 시리아의 민병대들이 미군을 공격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

미 당국자들은 지난 10월17일부터 이 지역 미군에 대한 자폭 드론과 로켓 공격이 120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밝힌다. 지난달 말 이라크 북부의 미군 기지 공격으로 미군 1명이 중태에 빠지자 미 국방부는 보복 공격으로 여러 명의 민병대를 사살했다.

그러나 미군 주둔을 지지해온 이라크 모함메드 시아 알수다니 총리가 미군의 보복 공격으로 이라크군 1명이 숨지고 민간인 18명이 부상했다고 항의했다.

4일 미국의 보복 공격으로 2년 반 이상 계속돼온 미군 주둔 합의를 철회하라는 이라크 정부에 대한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야햐 라술 압둘라 이라크 군 대변인은 미군의 공격이 “테러행위와 다르지 않다”면서 미군의 공격이 이라크군에 가해졌다고 주장했다.

알수다니 총리는 최근 이라크군의 능력이 강화됐다면서 미군 주둔을 종식할 때가 됐음을 강조해왔다.

이라크 정부 철수 원하나 미국은 철수 의사 없어

이라크 정부는 20년 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으나 미국은 중동 긴장이 커지는 시점에 군대를 철수할 생각이 없다.

미 센트리재단 사자드 지야드 연구원은 ‘이라크 정부가 매우 어려운 입장이다. 미군 공격으로 여론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군에 대한 공격에 대가가 따른 것임을 보여주려는 미군이 의도적으로 공격했으나 ”(미군의 공격은) 확전우려가 크고 오판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바그다드 공항에서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살해한 뒤 거의 4년 만에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 당시 공격으로 미국과 이란은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이기 직전까지 갔으며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라크 의회는 미군 축출 결의를 채택하기도 했다.

4일 일부 이라크 당국자들이 미군 주둔을 끝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배후인 알사입 알하크 민병대 카이스 알카잘리 사령관은 ”이라크 정부가 소위 국제연합군의 이라크 주둔을 끝내길 촉구한다“며 ”우리 땅과 하늘에 미군이 주둔할 명분을 제거해야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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