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터줏대감도 결국 못버텨...신촌 ‘공실 또 공실’

2024. 1. 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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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역 신촌역 2번 출구 앞 건물.

오랜 기간 신촌의 '터줏대감' 자리를 지켰던 '투썸플레이스' 1호점이 지난해 12월 폐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신촌·이대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2%로 서울 평균(5.6%)보다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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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역 일대 상권 가보니
투썸플레이스 1호점 지난 12월 폐점
지하철역 인접 상가들 ‘임대’ 현수막
작년 3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 22%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역 신촌역 2번 출구 앞 건물. 2002년 문을 연 ‘투썸플레이스’ 1호점이 21년 만에 문을 닫았다. 박로명 기자

“20년 전 처음 카페가 문을 열 때 구경 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폐점한다니 믿기지 않네요.” (서울 서대문구 상인)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역 신촌역 2번 출구 앞 건물. 오랜 기간 신촌의 ‘터줏대감’ 자리를 지켰던 ‘투썸플레이스’ 1호점이 지난해 12월 폐점했다. 2002년 문을 연 지 21년 만이었다. 한 때 전체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주목도가 높은 매장이었지만 이젠 자리를 비우게 됐다. 매장이 철수한 자리엔 올리브영 입점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자리는 역세권인 만큼 월세가 7500만원 수준”이라며 “그만큼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매장이 아니면 엄두도 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기간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옷 가게, 화장품 로드숍 등이 경쟁력을 잃고 사라졌고 여전히 큰 길엔 공실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일대. 연세대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연세로에 공실 상태로 방치된 상가들이 늘어서 있다. 박로명 기자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 위치한 에뛰드하우스 신촌점이 공실 상태로 방치돼 있다. 박로명 기자

이날 오후 1시께 찾은 신촌역 일대. 지하철역과 인접한 상가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1층부터 5층까지 전용 면적 990㎡(300평) 이상인 건물 전체가 비어있는 곳도 있었다. 연세대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550m 길이의 연세로에도 공실인 상태로 방치된 상가가 적지 않았다.

연세로에서 ‘알짜 입지’로 꼽히는 에뛰드하우스 신촌점도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입구엔 ‘영업 종료’ 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인근 Y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20평대인 에뛰드 매장의 월세는 3000만원 이상”이라며 “높인 임대료 탓인지 새로 입점할 매장을 찾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신촌 큰 길에 위치한 매장의 월세는 10평 기준 최소 7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세입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며 “건물주들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임대료를 10% 가량 낮췄지만 매물을 알아보기 위한 문의 전화만 있을 뿐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촌은 코로나19 기간 직격탄을 맞은 상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수업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이 빠져나갔고 핵심 상권이 무너졌다. 일부 상인들은 권리금조차 포기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를 내놓을 정도였다. 작년부터 수업이 정상화되면서 거리가 점차 활기를 띠고 있지만, 여전히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신촌·이대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2%로 서울 평균(5.6%)보다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홍대 6.9%, 이태원 8.3% 건대입구 4.3%, 명동 19.7%과 비교해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3분기 신촌·이대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6.9%로 전년 동기(10.3%) 대비 감소했다. 같은 기간 홍대·합정은 9.6%, 건대 9.8%, 강남대로 9.9%, 명동 31.3%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평균은 8.8%였다.

서울 서대문구 J공인중개사 대표는 “최근 신촌 상권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전반적으로 임대료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그럼에도 신규 진입하는 세입자가 권리금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건물주와 줄다리기를 하면서 권리금이 낮은 매장 위주로 채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로명 기자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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