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생긴 혹, 설마” 흉터 걱정 끝···종양 진단·제거 동시에 가능한 ‘이 시술’ [메디컬인사이드]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4. 1. 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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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린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
유방에 생긴 양성종양, 일부는 악성화 하기도
치밀유방, X선 촬영만으로 병변 확인 어려워
초음파상 이상 병변, 확진하려면 조직검사 필수
맘모톰 시술, 유방종양 진단 넘어 제거에도 유용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최대리 암이래.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됐다나봐. ”

자고 일어나도 피로가 가시지를 않는다며 푸념하던 서경아(35·가명) 씨는 샤워 중 왼쪽 가슴에 작은 멍울이 만져지는 순간 며칠 전 근황을 들은 직장 동료를 떠올렸다. 서씨는 2년에 한 번씩 직장 검진에 포함된 유방촬영술을 챙겨 받는 것 이외에 별다른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상의를 모두 탈의한 채 자세를 잡으면 차가운 판이 가슴을 사정 없이 누르는 유방촬영술은 매번 너무 아파 피하고 싶었다. 결과지에는 늘 ‘치밀유방’이라고 적혀 있었고 이따금 가슴에 통증이 느껴져도 생리 시기가 가까워진 탓이라 여겼다. 하지만 항상 에너지가 넘쳤던 최대리가 돌연 휴직에 들어간 사유가 암이라는 건 충격이었다. 설마 하면서도 여성전문병원을 찾은 서씨는 유방 초음파검사 결과 ‘혹이 4개 발견됐다’는 소견을 듣고 하늘이 노래졌다.

병원 측은 “전부 양성종양일 가능성이 높고 4개 중 하나만 병변의 크기가 1cm를 넘는다”며 “6개월 뒤 초음파검사를 통해 크기가 더 커졌는지 확인해 보고 조직검사 여부를 결정하자”고 권했다. 서씨는 악성종양일 가능성이 낮다지만 당장 조직검사를 받지 않아도 될지 불안해 다른 병원에 가볼지 고민 중이다.

◇ 여성암 1위 ‘유방암’···20년새 환자 4배 가까이 늘어

유방에 생기는 악성종양인 유방암은 매년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유방암으로 새롭게 진단된 여성은 2만 8720명에 달했다. 2002년 7928건으로 전체 여성암 발생률 선두에 오른 뒤 20년간 부동의 1위다. 그사이 환자는 4배 가까이 늘었다. 다행히 유방암 생존율은 높은 편이다. 2017~2021년 여성 유방암 환자의 전체 5년 생존율은 93.8%로 갑상선암(99.9%)을 제외한 5대 암 중 가장 높았다.

다만 진단 당시 병기에 따라 생존율이 크게 달라진다. 암세포가 유방암에 국한돼 나타나는 1~2기는 약 95%에서 완치할 수 있지만 암이 유방에서 멀리 떨어진 장기로 전이된 4기에 발견되면 생존율이 반토막 난다. 문제는 대부분 초기 증상이 없다는 것. 유방암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표 증상인 가슴 멍울이나 유두 분비, 피부 변화 등이 느껴졌을 때에는 3기가 넘었을 가능성이 높다.

◇ 조기발견해야 완치율 높은데 대부분 무증상···가임기 女, ‘자가검진·검사’ 필수

한국유방암학회는 30세 이상의 여성은 매월 유방 자가검진을 시행하고 35세 이상은 2년마다 의사에 의한 임상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40세부터는 1~2년마다 임상 진찰 및 유방촬영술을 받되 특이 소견이 있으면 유방초음파를 시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최근 유방암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검진에 소홀해지기 쉽다. 미국·유럽 등 서양에서 50대 이후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것과 달리 한국은 40대가 많다. 설상가상 유방암 발병 연령대는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한국 여성의 절반 이상은 유방 조직이 평균보다 세밀하게 뭉쳐있는 치밀유방이다. 이 경우 엑스선으로만 촬영하면 전체적으로 하얗게 보여 병의 발생 부위를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유방암 환자 3명 중 1명은 유방촬영술에서 암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다. 박해린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는 “동양 여성에서 흔한 치밀유방의 경우 유방촬영술만 시행했을 때 진단의 정확도가 현저히 낮다”며 “젊은 여성은 증상이 있든 없든 초음파검사를 반드시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음파에 보이는 혹···맘모톰 시술 5분이면 조직검사·제거도 가능

초음파검사는 유방암을 비롯해 유방에 생긴 양성종양, 염증성 병변 등의 진단에 유용하다. 방사선 노출이 없어 인체에 무해하고 임산부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유방에 생긴 의심 병변을 확진하려면 조직검사가 필수적이다. 상피증식증, 경화성 선증, 유관 유두종 등은 양성이라도 크기가 점점 커질 경우 암이 될 확률이 정상인의 1.5~2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형성을 갖는 유관 증식증, 유선 증식증을 방치하면 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4~5배까지 올라간다. 의료기기의 발달에 힘입어 최근에는 유방암 위험이 높은 병변의 확진을 위한 조직검사는 물론 양성종양을 제거하는 용도로도 초음파가 활용되고 있다. 초음파 유도 하에 3~5mm의 절개만 하고 진공 장치와 회전 칼이 부착된 바늘로 유방에 생긴 종양 조직을 떼어내는 ‘맘모톰(Mammotome)’ 시술이 대표적이다. 정식 명칭은 진공보조흡인유방생검술(Vacuum Assisted Breast Biopsy)인데 1995년 관련 기기를 처음 출시한 회사 이름이 고유명사처럼 굳어져 사용되고 있다.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거대한 흉터를 남기는 수술 없이도 유방 병변의 광범위하고 정확도 높은 조직검사부터 양성종양 제거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박해린(오른쪽)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가 초음파 유도하 맘모톰 시술을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강남차병원

박 교수는 “국소마취로 평균 5분 이내에 침중심 생검보다 20~30배 많은 양의 검체를 확보할 수 있다”며 “시술로 인한 흉터를 최소화하면서도 혹이 완전히 제거되기 때문에 오진 가능성과 잔류병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조직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명되면 추가 수술이 불필요하다. 조직검사 결과의 정확도가 높다보니 상피내암이나 진행성 유방암으로 확인됐을 때 더욱 정밀한 수술을 할 수 있다. 박 교수는 21년간 1만 5000례로 세계 최다 맘모톰 시술 경험을 보유 중이다. 지금도 병변이 유방 깊숙이 위치하거나 크기가 3cm 이상으로 시술이 까다로운 사례를 포함해 한해 1000건 정도의 시술을 소화하고 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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