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선형공원 지하에 자율주행 물류로봇 터널…부산이 최적"
"공원의 크기·비율 중요…이벤트 밀도 높아야"
부산시, 최근 푸른도시국 신설 조직개편안 마련
[부산=뉴시스]원동화 기자 = "도시공간의 재구성의 핵심은 공원입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가 5일 부산을 방문해 강연을 펼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교수는 이날 부산시청에서 열린 제86회 부산미래경제포럼 연사로 나섰다. '어떻게 도시를 업그레이드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했으며,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시 주요 간부 및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장, 부산 소재 대학 총장, 기업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도시공간 재구성의 핵심을 '공원'으로 꼽았다. 유 교수는 "도시에 공짜로 쓸 수 있는 공간이 많은 도시가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며 "1만 평짜리 1개의 공원이 있는 도시보다는 1000평짜리 공원 10개가 있는 도시가 더 낫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는 약 10㎞ 내 10개의 공원이 있다. 공원 사이 평균 거리는 1.04㎞다. 공원 이동 평균 시간은 도보 기준으로 13.7분이다. 반면 서울은 약 15㎞ 내에 9개의 공원이 있다. 뉴욕과 비슷한 공원 개수이지만 공원 간의 평균 거리는 4.02㎞, 공원 이동 평균시간은 1시간 1분이 걸린다.
유 교수는 "공원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비율도 중요하다"며 "가로와 세로 1 대 1의 비율과 가로와 세로 1 대 10 혹은 1 대 100의 공원을 비교하면 변의 길이가 5배 증가한다"고 말했다.
예로 서울 경의선 숲길을 들었다. 경의선 숲길은 마포구 연남동과 용산구를 잇는 선형 공원이다.
유 교수는 "경의선 숲길은 연남동과 홍대를 잇는 큰 역할을 한다"며 "과거에는 두 동네는 전혀 다른 동네였지만, 지금은 연남동에서 홍대로 산책을 가고, 반대로 홍대에서 연남동으로 산책을 오는 등 교류가 서로 일어나는 효과가 있고 주변으로 상가들이 생기면서 지역 상권 활성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유 교수가 공원의 변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벤트 밀도' 때문이다. 이벤트 밀도는 100m의 거리에서 가게 입구의 수가 몇 개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수치로 ‘걷고 싶은 거리’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는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사람들이 몰리면 자본도 몰리고 소셜믹스가 발생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생한다"며 "인구가 2배 증가할 때 특허 수가 2.15배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형의 공원을 얻기 위해서는 토지가 필요한 데, 현대 도시에서는 막대한 토지를 얻기 힘든 경우가 있다. 유 교수는 이를 '자율주행 로봇 전용 지하물류 터널'을 통해 물류를 지하로 내려 지상의 남은 공간을 공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도로 위에 물류 차량이 3분의 1가량 되는데, 물류만 전용으로 다닐 수 있는 지하터널을 만들고 자율주행 로봇이 물류를 이송하게 된다면 상부 도로에는 공간이 남게 되고 이를 공원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했다.
유 교수는 부산이 이를 시도하기 적절한 도시라고 밝혔다. 그는 "부산의 경우 서울과 다르게 선형 도시의 형태로, 메인 축을 삼아서 길게 물류터널을 만들면 100%는 아니지만 일부 물류 수송 절감에 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박 시장이 혁신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니 검토해 볼만한 사항으로 본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강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부산시는 박 시장의 공약인 15분 도시 일환으로 최근 도시푸른국을 만드는 조직개편안을 공개하면서 공원 조성에 힘쓰고 있다.
한편 유현준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모두에서 건축설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 겸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방송 출연과 저술 등을 통해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폭넓은 인문학 지식을 선보이며 대중들과 소통해 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h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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