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줄 알았던 IS 존재감…중동혼란 속 이란 테러로 뭘 노렸나
IS 아프간지부 소행인듯…국제적 관심 집중된 시점에 만행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새해 들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홍해에서 예멘 반군 후티의 도발 등으로 중동 정세의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이라크와 시리아 등 거점에서 패퇴한 지 오래인 IS로서는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중동 내 혼란을 생존과 조직 재건에 도움이 될 기회로 간주할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로이터, dpa 통신 등 외신은 4일(현지시간) IS가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이란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수군 전 사령관의 추모식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열린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두차례 폭발이 발생해 최소 84명이 숨지고 28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이란 당국은 파악했다.
이란 정부는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추정하는 듯하면서 보복을 예고했었는데 IS의 소행으로 가닥이 잡히게 됐다.
앞서 이란 쿠드스군의 에스마일 가니 사령관은 "적들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이슬람 공화국(이란)과 저항 세력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근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폭탄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IS는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조직이다.
요르단 출신의 살라피주의(이슬람 근본주의)자가 만든 수니파 극단조직에 뿌리를 둔 IS는 2000년대 초 알카에다 이라크지부로 활동하며 세력을 확장했고 2006년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로 이름을 바꾸며 국가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반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중 봉기인 '아랍의 봄'에 따른 각국 중앙정부의 약화와 혼란을 틈타 세력을 키웠고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칼리프 국가(이슬람 신정일치 국가) 설립을 선언했다.
IS는 잇단 테러로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자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은 격퇴전을 벌여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의 점령지를 잇따라 탈환했다. 결국 미국 정부가 2019년 3월 지도상에서 IS를 모두 지웠다고 선언했지만 근거지를 상실한 IS는 게릴라 전술로 재건을 모색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IS는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테러를 일삼으며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회복하는 데 공을 들였다.
특히 이란에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인명피해를 초래한 공격으로 알려진 이번 폭탄 테러는 IS가 다시 존재감을 과시한 무대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안보 컨설팅기업 수판그룹의 테러 전문가 콜린 클라크는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을 테러 배후로 추정했다.
'호라산'은 이란 동부, 중앙아시아, 아프간, 파키스탄을 아우르는 옛 지명이다.
클라크는 "ISIS-K가 그동안 이란 내 목표물 공격에 대한 의도와 능력을 모두 보여줬다"며 "ISIS-K는 이란을 공격하기를 원한다. 이란은 가장 중요한 시아파 세력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주도의 이슬람 시아파 확장에서 상징적 존재인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추모식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ISIS-K의 테러 방식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전문가 애런 젤린도 로이터 통신에 ISIS-K가 이번 테러를 벌였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ISIS-K를 지난 5년간 많은 공격의 배후로 추정한다며 이 단체가 이슬람 시아파에 악의적 증오를 품으면서 이란을 종종 공격한다고 설명했다.
IS는 이슬람 수니파 테러조직으로 이슬람 시아파를 이단으로 간주하는 만큼 시아파 맹주 이란에 적대적이다.
특히 2020년 10월 이란 시라즈의 샤체라크 영묘에서 괴한의 무차별 총격으로 10여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는데 이란 당국은 ISIS-K가 이 테러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작년 3월 남부 지역을 거점으로 활약하던 ISIS-K 조직원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중동 내 혼란이 고조된 상황에서 발생한 점도 주목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고위 지도자가 피살된 뒤 하루 만에 폭탄 테러가 터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서열 3위로 평가되는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국 부국장이 드론 공격으로 숨졌다.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알아루리 암살에 책임이 없다고 선을 긋는 입장이지만 AP 통신 등 외신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국경을 넘어 레바논 수도까지 공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에서 확전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친이란 후티 반군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강력한 경고에도 홍해에서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4일 미 해군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무인수상정( USV)을 띄워 공격하면서 폭발이 있었지만 상선들의 피해는 없었다. 이처럼 연초 중동 혼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 상황을 염두에 두고 IS가 테러에 나섰을 수 있는 것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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