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헬기 타고 나는 왜 안 되냐'고"…의사들 '한숨'
지난 2일 부산에서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서울대병원으로 119 헬기를 타고 옮겨진 것을 놓고 의료계가 연일 시끄럽다. 일각에서는 응급상황이 아닌데도 119 헬기를 전용한 이 대표가 '의료 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취지의 비판을 제기했다. 또 이 대표가 지방 의료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5일 페이스북에 "제가 일하고 있는 속초의료원에서 목 주변을 칼에 찔린 자상 환자가 오게 되면 의전 서열과 무관하게 애초에 환자를 접수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빨리 수술적 처치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게 맞다. 사실관계만 말씀드리면 이 대표는 우리나라 외상 분야 최고 병원 중 하나인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내원했다. 한편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한 교수와 의료진을 감히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썼다.
다만 여 과장은 "언급할 일들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조바심으로 이렇게 글을 작성한다"고 지방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처치가 불가능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할 경우 일부 환자들은 비용이 드는 사설 구급차 탑승을 거부하면서 "119차량은 돈 안 드니 불러달라", "119차량이 안 되면 헬기 불러달라" 등의 요청을 한다고 한다. 여 과장은 "우리나라의 응급의료 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저는 지방에서 일하는 일개 의사일 뿐"이라고 글을 맺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응급상황이었다면 부산에서 치료받았어야 했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느 국민이 지역 병원이나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를 신뢰하겠냐"고 했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도 페이스북에서 "지방 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떠들던 정치인조차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학교병원을 놔두고 서울대병원으로, 그것도 헬기를 타고 갔다"고 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의대생 증원이 아니라 헬기를 증원하자. 국민 여러분 서울대병원에서 진료 거부하면 '이재명은 되고 왜 나는 안 되냐', '당장 헬기 불러달라'고 하시면 된다. '이재명은 탑니다'"라고 현 상황을 비꼬았다.
벌써 의료계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의사 직업을 인증한 A씨는 지난 4일 '서울로 이재명처럼 전원 간다고 구급차 불러달라는 환자 설득하느라 힘들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급성 담낭염으로 수술하는 환자가 서울 병원으로 가길 원해 전원 의뢰서는 써줬는데, 119구급차 불러달라해서 안 된다고 설득하느라 진이 빠진다"며 "왜 구급차 타고 못 가냐고 우기는데, 이재명이 참 안 좋은 선례를 남겨 한동안 진료실에서 서울 쪽 전원 119구급차로 보내달라는 사람들 설득할 생각 하니 한숨만 나온다. 우리 병원에서 수술 가능한데, 지방이라고 안 한다는 환자 설득하기도 목이 아프다"고 했다.
이번 지방 의료 패싱 논란의 당사자인 부산 의료계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의사회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한다"며 "정청래 최고위원은 '잘하는 병원에서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며 의료기관을 서열화하고 지방과 수도권을 갈라치기 했다. 이러고도 민주당이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을 논할 자격이 있냐"고 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응급상황이 아니었음에도 119 헬기를 전용했다는 것은 그 시간대에 헬기 이송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사용 기회를 강탈한 것"이라며 "과연 대한민국 그 누가, 자신이 원한다고 하여 지역에서 119 헬기를 타고 자신들이 원하는 상급 종합병원으로 갈 수 있단 말인가. 숨겨두었던 선민의식이 베어져 나온 국민 기만행위이며,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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