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대항마? 기대치 낮으면 좋겠다” KIA 단장 손사래…비밀번호 576956, 열쇠는 내부에 있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승 단장님의 여유죠.”
4일 전화통화를 한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에게 “LG 대항마라는 얘기가 있다”라고 하자 위와 같은 답을 들었다. 심재학 단장은 웃으며 “그거 다 차명석 단장님이 한 말씀”이라고 했다. 기분이야 좋겠지만, 부담스러울 것이다.
심재학 단장은 “우리도 좋은 전력, 좋은 선수들을 갖고 있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 그러나 기대치가 높으면…”이라면서 “(외부에서 바라보는)기대치가 낮으면 좋겠다. 밑에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했다.
KIA가 부상 이슈가 반복되지 않고, 외국인투수 2명을 잘 뽑으면 LG 못지 않게 탄탄한 전력인 건 사실이다. 타선의 완성도와 짜임새가 LG에 전혀 뒤지지 않고, 불펜의 뎁스와 무게감도 그렇다.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다.
KIA가 현 주축멤버들이 기량을 유지할 때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뉴 타이거즈를 선포한 뒤 세 번째 시즌이다. 김종국 감독 계약 마지막 시즌에 어떻게든 성적을 내야 미래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외부의 기대가 크면 클수록 내부에선 경직될 수 있다. 야구도 결국 선수가 하기 때문이다. 심재학 단장이 KIA를 향한 기대치가 낮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뜻이 아니라 김종국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의미가 강하다. 선수의 과도한 부담이 경기력 발휘에 방해가 된다는 연구결과는 차고 넘친다.
심재학 단장은 그저 본분에 충실히 임한다. FA 고종욱과 김선빈을 잡으며 전력누출을 피했다. 그리고 2023시즌 막판 김태군과 비 FA 다년계약을 체결했고, ‘정신적 지주’ 최형우와의 비FA 다년계약도 5일 1+1년 22억원 조건으로 발표했다.
신규 외국인투수 2명과의 계약은 마무리단계다. 일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구위형에만 매달릴 수 없으니, 투수의 강점과 개성을 잘 판단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마무리하면, 단장이 할 수 있는 2024시즌 세팅은 사실상 끝난다.
KIA는 2017년 통합우승 이후 5강 턱걸이만 두 차례 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성적을 숫자로 풀어보면 576956. 우승전력 구성도 좋지만, 팀의 체질을 개선해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심재학 단장은 외국인선수 영입 시스템을 정비했고, 코칭스태프 구성에도 일부 변화를 줬다. 유망주들을 꾸준히 호주리그에 파견하는 등 조용히 내실 강화에 집중해왔다. 과거 삼성, 두산 왕조도, 작년 통합우승의 LG도 내부 결속과 튼튼한 내실 다지기가 우승의 기반이었다. KIA도 조금씩 달라져야 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이 정말 중요하지만, 그와 별개로 긴 호흡으로 지켜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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