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 비용이 4700만원이라고요? [The 5]

권지담 기자 2024. 1. 5. 10: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 파이브: The 5] 이동환 목사가 4년간 교회재판 받는 이유
2022년 6월 감리회 재판 항소심에 출석하는 이동환 목사. 연합뉴스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지난달 8일 성소수자를 축복해 교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출교를 선고받은 이동환 목사(수원 영광제일교회)가 징계의 부당함을 입증하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목사는 지난달 22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재판에 항소했습니다. 감리회는 2020년에도 같은 이유로 이 목사에 2년 정직의 징계를 선고하기도 했었습니다.

4년 동안 두 차례의 감리회 재판을 받느라 이 목사가 교회에 지불한 돈은 약 4700만원. 감리회 재판 비용은 왜 이리 비싼 걸까요? 교회가 이렇게까지 성소수자 축복을 막는 이유는 뭘까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인 정경일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연구교수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재판 비용이 너무 큽니다. 왜 4700만원이나 들었나요? 

정경일 연구교수:
감리회 재판은 2심제예요.(피고발인이)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하려면 1심 재판 비용과 항소심을 위한 기탁금(맡기는 돈)을 교회에 선납해야 해요. 첫 번째 ‘징계 재판’은 항소심까지 진행됐는데요. 당시 항소심 기탁금 700만원을 포함해 1140만원 정도를 재판 비용으로 내야 했어요. 최근 두 번째 ‘출교 재판’ 때도 항소를 하면서 기탁금 700만원을 포함해 3560만원을 냈고요. 둘을 합치면 4700만원 정도란 계산이 나오죠.

다른 주요 교단도 항소할 경우 재판 비용을 내야 하는데요. 비용을 ‘선납’하도록 강제하는 건 교회재판에만 있는 특수한 일입니다. 재판 비용은 심사·재판위원회에 참석한 분들에게 지급되는 회의비와 식사비, 우편비로 구성되는데요. 재판을 위해 필요한 돈이지만, 2차 출교 재판 과정에선 감리회 실수로 재판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거든요. 적어도 이로 인해 발생한 1800만원은 전체 재판 비용에서 빼야 하는 것 같아요. 

[The 2] 감리회는 왜 재판을 두 번이나 했나요?

정경일 연구교수:
감리회가 문제삼은 교회법은 제3조8항인데요. 마약이나 도박을 하거나, ‘동성애 찬성·동조’하는 행위를 하면 정직·면직·출교할 수 있단 내용이에요. 이 목사는 2019년 인천 퀴어 문화축제 축복식에서 고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김돈회 신부(대한성공회 인천나눔의집)와 함께 성소수자 축복식을 진행했는데요. 감리회가 이 목사를 고발하면서 1차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목사는 2년 정직의 징계를 받고서도 퀴어 문화축제 축복식에 계속 참여했고 성소수자 지지를 멈추지 않았어요. 감리회 보수 교인들이 이런 행동을 추가 고발하면서 2차 재판이 열리게 된 거죠. 일종의 괘씸죄가 추가된 것 같아요.

[The 3] 교회가 출교를 선고하면 끝인가요? 결정을 되돌릴 순 없어요? 

정경일 연구교수:
우선 이 목사 지지자들이 3600만원을 모아준 덕분에 출교 재판은 항소심 기회를 갖게 됐잖아요. 다툴 기회가 생긴 건 좋지만, 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2차 재판 1심 때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되거나 이 목사에게 재판 날짜를 잘못 알려주는 일도 있었거든요. 이 목사가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 각각 ‘징계 무효 확인’과 ‘출교 판결 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 중인 이유죠. 재판 비용 중 1800만원을 돌려달라는 ‘부당이익 반환 청구’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고요.

2019년 인천 퀴어 문화축제 축복식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이동환 목사.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

[The 4] 감리회는 왜 동성애 찬성을 마약·도박과 같은 죄로 보나요?

정경일 연구교수: 보수 개신교 세력이 교회 내적 위기를 ‘반동성애’를 통해 극복
하려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국 교회는 외부 적을 만들어 내부 위기를 극복해온 경험이 있잖아요. 군부정권 당시 ‘반공’이 교회를 결속시켰던 것처럼요. 하지만 민주화 이후 보수 교회가 누렸던 특권은 사라지고,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거죠. 1990년대부터 교회 성장이 정체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2007년 차별금지법이 발의되고,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동성혼 합법화 판결이 잇따랐어요. 진보 교회나 단체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보수 개신교의 위기의식이 커진 것 같아요.

[The 5]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개신교 교단이나 교인은 없어요? 

정경일 연구교수:
대한성공회와 기독교장로회는 소속 신부나 목사의 축복식 참여를 제재하거나 징계하진 않아요. 중요한 건 교단이 동성애를 반대해도 소속 교인 다수가 같은 생각을 가지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21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개신교인의 차별금지법 인식 조사’를 보면 차별금지법 찬성 응답(42%)이 반대(32%)보다 높아요. 동성애 문제로 소속 목사나 신학생을 징계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와 감리교 교인들도 마찬가지고요. 일부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The 5]에 다 담지 못한 교회 재판의 문제와 대안을 휘클리에서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남종영 작가가 진행하는 ‘고래와 기후위기’ 대면수업이 궁금하다면 ‘휘클리 심화반’도 신청해보세요. ▶▶휘클리 심화반 강연·모임 신청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