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여론조작 목적"…尹대통령, 즉각 '쌍특검' 거부권 행사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강행처리로 국회를 통과한 소위 '쌍특검'(김건희 특검법·50억 클럽 특검법) 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법안들에 대해 "총선용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명시하면서 "헌법 가치를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에 따라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거론돼 온 대통령 배우자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 부활에는 국민이 원하면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5일 오전 국무총리 주재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요구안',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전날 오후 늦게 국회에서 정부로 법안이 이송되자 이날 오전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심의 의결했고 이를 대통령이 즉각 재가한 것이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 재가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거부권 행사 이유를 상세히 밝혔다. 이례적으로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을 할 정도로 사안을 중대하게 인식했다는 뜻이다.
이 실장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시급한 법안 처리를 미루면서 민생과 무관한 두 가지 특검 법안을 여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먼저 '총선용 악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실장은 "이번 특검 법안들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국무회의 심의 결과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항상 여야 합의로 처리해 오던 헌법 관례를 무시했고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 수사해 인권이 유린되며 총선 기간에 친야성향의 특검이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별 특검법안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 실장은 "특히 50억 클럽 특검 법안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며 "누군가 대장동 사업 로비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면 그 사람은 당시 인허가권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주변 사람일 것이고 자신의 신변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난 대선에 민주당의 집권을 바라고 지지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여당의 특검 추천권은 배제하고 야당만 추천해 친야 성향 특검이 수사한다면 진상이 규명될 일이 없다"며 "친야 성향의 특검이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훼방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뒤집기 위한 진술 번복 강요, 이중 수사, 수사 검사에 대한 망신주기 조사, 물타기 여론 공작을 할 것도 뻔히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이 실장은 "도이치모터스 특검 또한 12년 전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과) 결혼도 하기 전인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 편향적인 특검 임명, 허위 브리핑을 통한 여론 조작 등 50억 클럽 특검 법안과 마찬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특검 법안들은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국민의 혈세가 민생과 무관한 곳에 낭비될 수밖에 없다"며 "검경 등에서 특검에 수백 명의 인력이 차출될 경우 법 집행기관들의 정상적인 운영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헌법과 법치주의의 수호자로서 인권 보호 등 헌법 가치를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따라서 이러한 원칙에 반하는 특검 법안에 대해서는 재의 요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만약에 이러한 입법이 잘못된 선례로 남는다면 인권과 헌법 가치는 다수당의 전횡에 의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헌법상 의무에 따라 대통령은 오늘 국회에 두 가지 총선용 악법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일부에서 언급된 제2부속실 설치와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2부속실은 선거 기간 공약에 설치하지 않겠다고 (대통령이) 말씀해서 설치하지 않아 왔는데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면 저희들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간소화 차원에서 제2부속실을 폐지했지만 여론이 원한다면 설치하겠다는 얘기다.
또 지난 정부에서부터 공석으로 이어져온 특별감찰관 임명은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특별감찰관제는 여야 합의로 특별감찰관을 추천해서 보내온다면 저희들은 지명할 수밖에 없는 게 저희 입장이고 법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며 "다만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에 대한 입장이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에 협조한다면 특별감찰관제에 대해서도 협조하곘다는 게 당의 입장으로 알고 있고 그게 바뀐 게 없는 걸로 안다"고 했다. 민주당이 역시 공석인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에 협조해야 특별감찰관제 임명도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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