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만에 돌아온 암송아지…“식겁했소”

김소영 2024. 1. 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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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새해, 경남 합천군에 사는 80대 김 모 할아버지 노부부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12월 21일 새벽 3시쯤, 경남 합천군 가회면에 있는 김 할아버지 축사에서는 한우 경매시장으로 갈 채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수의사가 마취제를 이용해 송아지를 생포했고, 구충제와 영양제를 맞힌 뒤 김 할아버지 부부에게 인계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40년 가까이 합천에서 소를 키웠던 김 할아버지 부부지만, 송아지 탈출은 처음 겪는 소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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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새해, 경남 합천군에 사는 80대 김 모 할아버지 노부부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애타게 기다리던 암송아지의 귀환 소식입니다.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 '룸메이트' 송아지가 나가는 걸 보자마자...

지난해 12월 21일 새벽 3시쯤, 경남 합천군 가회면에 있는 김 할아버지 축사에서는 한우 경매시장으로 갈 채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생후 10개월 된 암송아지 한 마리를 내다 팔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김 할아버지와 운송기사가 송아지를 끌어다 운반차량으로 옮기려던 순간, 같은 우리를 쓰던 송아지가 끌려가는 걸 지켜보던 또 다른 송아지 한 마리가 열린 축사 문 틈으로 냅다 빠져나갔습니다.

탈출한 송아지 역시 한 달 뒤인 이달, 경매시장에 팔려 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소 6마리를 사육 중인 김 모 할아버지 부부


할아버지와 운반기사가 황급히 뒤를 쫓았지만, 송아지는 멀리 달아나버렸습니다.

■ 황매산까지 달아난 소, 생포된 곳은?

송아지 수색 작업은 열흘 넘게 이어졌습니다.

합천축협 김용욱 조합장의 지시로 직원 20여 명이 동원됐습니다.

119 협조를 받아 드론을 띄워 수색한 결과, 송아지는 인근 황매산에서 발견됐습니다.

산 밑으로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구조를 시도했지만, 송아지는 번번이 산 정상 쪽으로 달아났고 구조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소방대원들과 합천축협 직원들이 탈출 송아지를 수색하는 모습


기쁜 소식이 전해진 건 새해가 밝은 지 나흘이 지난 어제(4일)였습니다.

김 씨의 축사에서 1km 떨어진 이웃 축사에서 탈출한 송아지가 발견된 겁니다.

신고를 받은 김태옥 합천축협 팀장이 즉각 출동했습니다.

이웃집 축사 안에 들어온 탈출한 암송아지


탈출한 암송아지는 이웃 축사 안까지 들어와 느릿느릿 태연하게 주변 소들을 기웃거리고 있었습니다.

수의사가 마취제를 이용해 송아지를 생포했고, 구충제와 영양제를 맞힌 뒤 김 할아버지 부부에게 인계했습니다.

■ "한파에 얼어 죽을라"…노심초사한 보름

1980년대부터 40년 가까이 합천에서 소를 키웠던 김 할아버지 부부지만, 송아지 탈출은 처음 겪는 소동이었습니다.

한낱 짐승이라고들 하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소는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돈 안 되고 힘든 나락 농사를 대신해줘, 살림살이에 큰 보탬을 주는 고맙고 귀한 식구라고 했습니다.

소 주인 부부가 소를 인계받는 순간


애지중지 키운 송아지가 황망히 사라진 뒤 얼마나 애가 탔던지, 할머니는 며칠을 앓아눕기까지 했습니다.

영하 10도의 한파 속에서 행여나 송아지가 얼어 죽지나 않을지 마음을 졸였습니다.

살아 돌아온 송아지를 살피는 김 할아버지


보름 만에 구조된 송아지를 본 할머니는 암송아지에게 "추운데 살아 돌아온다고 애썼다"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역시 송아지를 기특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식겁했다,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송아지를 구조한 합천축협 직원들


김 할아버지 부부는 예정대로라면 해당 송아지를 이달 안에 팔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세밑 한파를 이겨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송아지를 보니 바로 팔기가 싫어졌다고 합니다.

송아지가 기력을 회복하고 나면, 다음 계획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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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kantap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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