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스케일 커졌다, 경찰 ‘경제안보’ 수사 고삐

2024. 1. 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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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술유출사건 비중 15%까지 확대
대조양 잠수함 설계도면 통째로 대만에…경찰 수사
경제적 손실 물론 국가안보까지 영향
경찰 “해외기술유출 대응에 집중”, 조직개편도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우리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이 점차 규모를 더해가고 수법 또한 대담해지면서 국가 전략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잠수함 설계 도면이 통째로 대만에 넘어가 대만에서 첫 자국 잠수함을 제조하는 데 일조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기술 안보 경각심이 높아졌다. 경찰은 전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로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해외유출 사건 총력 대응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해 검찰에 송치한 기술 유출 사건은 지난 2021년 89건에서 2022년 104건, 2023년에는 149건으로 매해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해외로의 기술 유출은 2021년 9건에서 2022년 12건, 이어 작년에는 22건으로 기간내 2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 최대치이기도 하다.

전체 사건 중 해외유출 사건 비중은 10.1%에서 14.8%로 확대됐다. 해외로 유출된 피해 기술은 ▷디스플레이 ▷반도체·기계 ▷조선·로봇 순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해외기술 유출 건들은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 전 직원이 대만으로 잠수함 설계도면을 빼돌렸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경남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대우조선해양 근무 당시 도면을 빼돌리고 잠수함 개발 컨설팅사인 S사로 이직한 대우조선해양 전 직원 A씨 등 2명을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기술 유출을 의심한 대만 내 친중 성향 의원이 국내 정보당국에 이를 제보하기도 했다.

S사는 대만 정부와 컨설팅계약을 맺고, 대만국제조선공사(CSBC)가 잠수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술을 유출한 통로로 지목돼 함께 입건된 상태다. 해당 도안은 대만 정부의 첫 자체 잠수함인 ‘하이쿤’ 개발에 사용됐다.

앞서 S사는 지난해 하이쿤 잠수함 생산에 들어간 각종 부품 등을 해외로 반출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S사 임원과 S사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억 원을 선고했다.

기술 유출과 관련해 회사 측도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한화오션 측은 “지난 2019년부터 정보 및 수사 기관과 함께 잠수함 도면 혐의를 인지했고 관계기관과 협조 하에 수사되던 사안”이라면서 “국가핵심기술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정보기관 등과 상시적 공조·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기술 유출은 단건에서 끝나지 않고, 대상국이 해당 산업군을 전략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술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범죄로 간주된다. 특히 방위산업기술 유출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물론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까지 높다.

경찰은 최근 조직개편으로 산업기술 해외 유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나선 상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산하 조직에 ‘방첩경제안보수사계’를 신설하고 수사 인력도 확충했다. 방첩경제안보수사계는 기존 안보수사국에서 운영하던 경제안보수사 태스크포스(TF)와 외사국에 속해 있던 외사안보계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간 임시조직으로 운영해 오던 기술유출수사계를 상시조직으로 격상해 역량을 강화한단 방침이다.

경찰은 매년 ‘경제안보 위해범죄특별단속’을 실시하는 등 해외유출 사건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미중 패권경쟁, 보호무역주의 심화 기조로 국가 간 기술 및 전문인력 탈취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측면이 기술안보 대응에 총력을 쏟아야 할 이유가 되고 있다”면서 “경찰은 급증하고 있는 해외 기술 유출 대응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경쟁사에 반도체 핵심 기술을 무단으로 넘긴 삼성전자 전직 부장과 협력업체 팀장이 구속되는 등 대기업발 기술유출 사태가 끊이지 않으면서, 영업비밀침해행위에 대한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선 3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국민의힘) 질의에 대한 국정감사 서면 답변에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기술유출범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양형기준의 신속한 수정 필요성에 대해 양형위원회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에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 수정을 임기 중 상반기 과업으로 선정해 다른 범죄군에 우선해 수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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