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베레모가 잘 어울리는 할아버지가 될 거야②
일흔이 넘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할머니에게 어떤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조금 더 일찍 미술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뻔했네요.” 그럼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이제라도 그림을 그려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미국의 국민화가로 사랑받은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93세에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고, 그의 100세 생일은 모지스 할머니의 날 (Grandma Moses)로 지정됐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늦게라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는 또 어떤 놀라운 변화들을 만들어낼까요? 일흔 하나, 세상 가장 트렌디한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은 늦깎이 작가 연준흠 씨의 이야기입니다.
Q. 요즘 MZ사이에서 굉장히 핫한 캐리커처라고 알고 있어요. 디자인 캐리커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사람들이 자동 착석을 하는 걸 보고 이건 정말 대단하다 느꼈어요. 제가 원래 크로키를 30년 정도 그리긴 했지만, 그림을 나 혼자 잘 그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가는 게 목표 중 하나에요. 전에 크로키나 독학으로 캐리커처를 그릴 때는 붓으로 그렸지만 이건 0.8mm 굵기의 마카로 그려요. 새로운 도구로 그리다 보니까 연습이 더 필요하지만 재미있어요. 그리고 또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작가들과 함께하는 커뮤니티가 있거든요. 디자인 캐리커처 작가가 저 말고도 100명 정도 있어요. 서로 그림에 대해 피드백도 주고, 작업할 때 궁금했던 정보도 교환하면서 발전하는 거예요.나 혼자만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상생하는 거죠.
Q. 캘리그라피 작가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시는 이유가 있으세요? 제가 어릴 때 원래 꿈이 화가였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 적녹색약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 그림을 두려워 하게 됐거든요. 그런데 이건 흑백 그림이잖아요. 그래서 좀 마음이 놓였는지도 몰라요.
Q. 캐리커처 작가로 활동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좋으세요? 제가 캘리그라피를 할 때는 초등학생부터 성인들 위주로 만났거든요. 그런데 캐리커처를 한 다음부터는 연령대가 생후 52일차에서부터 80대까지 더 다양해졌죠. 한번은 남자 중학생들 진로 교육을 갔는데, 학교에서도 말 잘 안 듣는 친구들 있잖아요. 대답도 잘 안 하고 해서 얘네를 어떻게 다루나 걱정스러웠는데 제가 캐리커처를 먼저 한두 명 그려주니까 아이들 태도가 확 바뀌는 거예요. 그렇게 수업을 재미있게 하고 한 2주 후에 다른 데 수업을 하러 갔는데, 멀리서 제 이름을 불러요. 학교 선생님도 아니고 딱 한 번 봤는데 그때 그 학생들이 “선생님 레전드”라고 하면서 쫓아오는데 너무 좋았어요.
Q. 요즘 기성세대를 속된 말로 ‘꼰대’라고 하면서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요. 작가님은 젊은 사람들과도 소통이 잘 되시는 것 같아요. 젊게 사는 비결이 있으신가요? 저는 철학 박사, 김형석 교수를 항상 생각해요. 그분도 100살이 넘었는데 앉아서 강연을 하고 그러시거든요. 그분이 젊어지는 방법은 배우는 거라고 이야기했어요. 나이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새로운 걸 추구하면 젊어지는 것 같아요. 저만 해도 그렇죠. 제가 캘리그라피나 캐리커처를 안 했으면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과 BTS 이야기를 할 수 있겠어요? (웃음) 한번은 애들이 저한테 BTS 멤버 이름 다 써주세요 그러는데, 저는 또 다 써주거든요. 젊은 사람을 만나게 되니까 젊은 생각하게 되죠.
Q. 그래서 그런지 작가님은 일흔한 살처럼 정말 안 느껴지는데요.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요새 시력이 많이 떨어져서 안과에 가서 수술을 잡아 놓은 상태예요. 그림을 많이 그리니까 노안이 와서 (웃음) 그 안과 선생님과도 특별한 인연이에요. 캐리커처를 그리러 행사장에 있는데, 줄 서 있는 사람이 없을 때였어요. 한 분이 지나가는데 캐릭터가 분명하신 거예요. 그래서 ‘이리 오세요’ 해서 제가 무료로 그려드렸더니 자기가 어느 안과에 있으니까 혹시 안과 올 일 있으면 들리세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딱 생각이 나서 갔는데 너무 친절하게 상담해주고. 그런 인연이 아니면 병원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을 수 있는데 이제는 가벼워졌어요.
Q. 새해 바람이 있으시다면요? 저는 아침에 ‘오늘 뭐하지?’ 그러면 아주 설레요. 눈 떠 있는 시간을 내가 허투루 보내지 않고 내가 항상 관심있는 걸 할 수 있으니까. 저는 제가 건강해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항상 돈보다도 봉사. 봉사했을 때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하니까 그리고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요. 올해 캐리커처를 잘 그려서 ‘베레모가 잘 어울리는 할아버지’가 되는 목표를 갖고 있으니까 열심히 또 해야죠. 제 기술은 갈수록 녹스는 게 아니고 갈수록 더 좋아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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