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물어뜯기 바쁘던 中 "우리도 배워야"…항공기 탈출 '기적'에 찬사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1. 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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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언론 JAL 항공기 탈출 사례 집중 분석
'90초 탈출 골든타임' 규정 없다는 자성도
"반면교사 삼자"… 中언론·여론 한 목소리
(도쿄 AFP=뉴스1) 정지윤 기자 = 전날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해 화재가 발생한 일본항공 여객기가 3일 불에 타 그을린 모습. 2024.01.03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일본에서 발생한 항공기 활주로 충돌 사고에서 일본항공(JAL) 376명 승객과 12명 승무원 전원이 안전 대피한 가운데 중국 언론이 이례적 찬사를 보내고 있다. 반복된 훈련이 만든 기적이라며 긍정 조명하는 한편 중국도 안전 규정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이 나온다.

5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JAL 승무원이 승객 376명을 무사히 화재로부터 생존시킨 것은 우연이 아닌 '교과서 대피의 기적'을 이룬 것"이라며 "불이 붙은 시점부터 마지막 승객이 탈출할 때 까지 18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는 지난 2일 활주로에서 착륙하던 JAL 항공기가 활주로를 가로지르던 일본 해안경비대 화물수송기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해안경비대 수송기 탑승자들은 모두 사망했으나 JAL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 376명과 승무원 12명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차이신은 "JAL 여객기는 착륙 직후 화염이 터져나와 앞쪽 동체가 땅에 떨어졌고 불이 붙은 채 미끄러졌다"며 "일부 승객들은 '탈출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폭발음을 들었다'고 진술했고 동체에 붙은 불은 이튿날인 3일 오전 10시가 되도록 진화되지 않았다"고 긴박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빠른 탈출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걷잡을 수 없는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거다.

중국 온라인매체 더페이퍼는 해당 사건에 대해 "사고 발생 자체는 문제지만 JAL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고 사망자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할 만 하다"며 "항공기 사고 관련 전문가들이 이번 대피를 '기적'이라고 부르고 있고, 일부 경험은 중국이 배울만 한 것들"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사고를 대하는 중국 언론의 태도는 일본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모두 쌍심지를 켜고 비판하기 바빴던 이전 사례들에 비하면 지극히 이례적이다. 하네다공항 사고에 이어 이시카와현 지진까지 겹친 일본에 대한 동정여론이 영향을 준데다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기 안전문제에 대한 중국 내 프로토콜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천젠궈 에어차이나 선임기장은 차이신에 "항공기 오른쪽 엔진에 불이 붙자 승무원들이 매우 침착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 앞쪽 탑승문과 왼쪽 뒤 탑승문을 열었다"며 "이는 승객의 안전한 탈출에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었으며, 잘못된 비상구를 선택했다면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객들이 수하물을 소지하지 않고 대피한 것도 성공요소이며 이는 객실관리 훈련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천 기장은 그러면서 "중국 역시 민간항공국에서 발간한 민간항공규칙에 다양한 대피규정이 명시돼 있지만 이번 JAL 사고 대피에서도 빛을 발한 '90초 골든타임 훈련'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단 탈출한 승객들을 폭발 위험이 큰 동체에서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훈련이다. 전 JAL 기장 고바야시 히로유키는 중국 언론에 "JAL은 탑승객을 90초 이내에 비행기 옆에서 대피시키는 훈련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언론 뿐 아니라 네티즌들도 이번 JAL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네티즌은 바이두 플랫폼을 통해 "JAL은 40여년 전인 1985년 8월 12일 123편이 도쿄에서 오사카로 비행하던 중 추락해 탑승자 524명 중 520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 안전규정을 대폭 강화했다"며 "일본의 사례를 어떻게 배울지에 대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네티즌은 "1980년 사우디 항공기가 리야드에서 비상착륙에 성공하고도 빠른 대피가 이뤄지지 않아 탑승자 301명 전원이 가스 흡입으로 사망한 사고, 1985년 영국 맨체스터 공항에서 이륙 도중 발생한 화재로 55명이 사망한 경우가 있다"며 "이 사고들 이후 해당 국가들의 안전규정 강화로 이어졌으며, 중국도 사고를 겪기 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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