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인도 총리 3연임 유력…"민주주의 침식" 우려도 [지구촌 선택 2024⑤]
印尼, 세계 최대 대통령 직선…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도 내홍 속 선거
2024년은 지구촌 선택의 해다. 47개국에서 대통령 선거나 총선거 등이 치러진다. 미국과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멕시코 등에서 20억여명이 투표장으로 향한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 국제 질서와 시대의 균형추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 민주주의 뿐 아니라 세계의 경제와 안보를 좌우할 미국 대선, 미-중 대리전으로 불리는 대만 총통선거, 사실상 ‘푸틴제국의 대관식’이 될 러시아 대선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연임을 결정할 인도 총선 등이 굵직한 선거다. 공감언론 뉴시스는 새해를 맞아 주요국 선거의 판세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기획물 [지구촌 선택 2024]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올해 남아시아는 선거로 가득한 2024년이 될 전망이다. 인도가 올 봄에 10억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참여하는 총선을 치르는 것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스리랑카에서도 민주주의를 시험하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올 1월~9월까지 남아시아 5개국에서만 20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투표장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세계 대부분의 지역과 마찬가지로 2024년은 남아시아에서 선거가 치러질 큰 해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지역 전체에 걸쳐 권위주의가 고조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를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그 대신 매우 친숙한 인물들이 다시 권력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남아시아의 선거를 "민주주의의 가장 위대한 쇼"라고 비유하면서 "지난 세기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모든 옛 식민지들은 각기 다른 성장 단계에 있으며 다양한 위기와 기회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인도, 4~5월 총선…집권당 우세 속 야권 26개 정당 연합해 모디 '3선 집권' 견제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14억 인구의 인도에는 무려 9억5000만명의 등록 유권자가 있다. 현재 73세인 모디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널리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반면 야당은 견인력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분위기다.
인도 총선에서는 3연임을 노리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소속된 인도인민당은 중도우파 성향의 정당 연합인 국민민주동맹(NDA)을 이끌고 있다. NDA는 인도국민회의(INC), 드라비다진보연맹(DMK), 전인도회의당(AITC), 민족주의국민회의당(NCP), 인도 공산당, 친무슬림 정당인 사마즈와디당(SP), 인도연합무슬림연맹(IUML) 등 26개 정당으로 구성된 인도국민개발포괄동맹(INDIA·Indian National Developmental Inclusive Alliance)에 맞서게 된다. 특히 이 그룹에는 인도의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가 포함돼 있는데, 이 정당은 인도의 제1당으로서 전성기를 되찾길 희망하고 있다.
인도인민당에 대항해 더 강력한 도전을 펼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여개가 넘는 야당이 인도국민개발포괄동맹의 줄임말인 인디아(INDIA)라고 불리는 동맹을 결성했으나, 최근의 징후는 모디의 반대파들에게 고무적이진 않았다.
지난해 11월 5개 주에서 선거가 치러졌을 때 인도인민당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힌디어 사용 중심지에서 3개 주를 휩쓸었다. 야당 연합은 거의 후보 단일화 등을 위한 조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인도인민당의 힌두 민족주의와 모디 정부가 시작한 수많은 복지 프로그램에 대항하기 위한 명확한 전략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정 주에서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일부 정당들이 포함된 인도국민개발포괄동맹은 아직 제대로 된 총리 후보도 지명하지 않았다.
앞으로 몇 달 동안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지만 뉴델리에 있는 사회개발연구센터의 정치분석가 프라빈 라이는 "인도인민당은 2024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CNN은 "종종 세계 최대 민주주의 실험이라고 불리는 인도는 봄에 실시되는 대규모 선거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보기 드문 3선 집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분석가들은 선거가 가까워짐에 따라 인도 정치는 여전히 예측할 수 없으며, 정당들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캠페인을 준비함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이제 몇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3선으로 집권할 가능성은 거의 불가피해 보인다"며 "모디의 힌두 민족주의 정치는 특히 인구가 많은 북부 주에서 매우 인기가 높고, 반대 연합(야권)은 약하고 분열된 것으로 간주되고 많은 지도자들이 투옥됐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모디의 첫 두 임기 동안 권위주의가 고조되고 소수자에 대한 박해가 가중됐다"며 "많은 사람들은 세 번째 임기에서 인도의 민주주의와 종교적 평등이 더욱 침식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2월 대선 3파전 양상…세계 최대 규모 대통령 직선 투표
대권 후보로는 현 국방장관이자 그린드라당 총재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간자르 프라노워 전 중부 자바 주지사,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 등 3명의 후보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후임으로 경쟁하고 있다.
위도도는 연임했기 때문에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없지만 그의 장남은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다. 조코위는 지난달 25일 어떤 후보에 대한 지지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장남이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활동하고 있어, 조코위 대통령이 누구를 선호하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방글라데시·파키스탄·스리랑카도 정치적 혼란 속 '선거의 해'
집권여당인 아와미연맹(AL)이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계속함으로써 공화국을 일당제 국가와 유사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어, 한때 다당제였던 방글라데시의 민주주의는 위협받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현 총리이자 아와미연맹 의장인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4번째 연임 가능성이 높다. 하시나 총리의 오랜 정치적 라이벌로서 전임 총리이자 주요 야당인 방글라데시국민당(BNP) 대표였던 78세의 칼레다 지아는 부패 혐의로 투옥된 뒤 현재 가택 연금 상태에 있다. 지아가 속한 BNP 정치인들도 다수가 체포됐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시위로 이어졌고, BNP는 선거를 다시 보이콧하기로 결정하면서 하시나 총리는 집권 연장의 길을 다시 한 번 열었다.
인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하시나 총리의 5선을 지지하고 있다. 인도에게 방글라데시는 안보적 관점에서 단순한 이웃국가가 아닌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한다. 힌두교 중심의 인도는 방글라데시 야당이 집권할 경우 확대될 무슬림의 영향력을 탐탁치 않아 하기 때문에 우호적인 정당인 아와미연맹이 집권하길 바란다.
2억400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파키스탄도 2월8일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파키스탄은 크리켓 선수 출신인 임란 칸 전 총리가 2022년 4월 실각한 이후 정치적 혼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총선의 주요 경쟁자는 칸 전 총리가 창당한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소속 고하르 알리 칸,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 소속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파키스탄인민당(PPP) 소속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전 외교장관이다. 현재 부패죄로 수감 중인 칸 전 총리는 선관위로부터 출마 자격이 없다며 후보 등록을 거부당했지만 감옥에서 선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최악의 국가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며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습격한 후 수십년 만에 경제 위기에서 회복하고 있는 스리랑카는 아직 선거 날짜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9월 이전에 대통령 선거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2200만명의 스리랑카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해외로 도망간 후 하야하면서 라닐 위크레메싱게 현 대통령이 후임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위크레메싱게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절실히 필요한 대출을 확보하고 재정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예산을 대대적으로 개혁한 후 두 번째 임기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CNN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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