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중앙대 교수 “100m 7초 주파 로봇슈트 위해 각 분야 전문가가 협력합니다”

한만혁 2024. 1. 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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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한만혁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성공 가능성이 낮아도 파급력이 큰 혁신 기술 개발 과제를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물론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파생기술은 여러 산업 분야의 발전을 가속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대학교 인간로봇융합연구센터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중 100m를 7초에 주파하는 로봇슈트 과제를 주관하고 있다. 현재 이기욱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카이스트, 고려대학교 등 대학 연구팀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LS네트웍스, 폴리웍스, BIS, 쿠팡 등 기관 및 기업이 서로 협력하며 안전하고 편하면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로봇슈트를 연구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인간로봇융합연구센터를 총괄하고 있는 이기욱 교수를 만나 현재 연구 중인 로봇슈트와 파생기술이 영향을 미칠 분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로봇슈트 과제를 총괄하는 이기욱 중앙대학교 교수 / 출처=IT동아

난제에 도전하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IT동아: 안녕하세요, 이기욱 교수님. 우선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기욱 교수: 안녕하세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로봇슈트 과제의 총괄 연구 책임을 맡고 있는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 이기욱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서 학사,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어요. 이후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로봇 설계 및 개발 기술을 연구하다가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주로 로봇 기술을 웨어러블 로봇 형태로 구현하는 것과 웨어러블 로봇의 효용성 등을 연구했어요. 그러다가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에 근무하면서 웨어러블 로봇을 직접 설계하고 개발했습니다.

IT동아: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로봇슈트 과제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기욱 교수: 기존의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이 하는 일을 도와주는 수준이에요. 예를 들어 사람이 걷는데 사용하는 에너지가 100이라고 하면 웨어러블 로봇은 80 정도의 에너지만 써도 원활하게 걸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물론 그것도 의미가 있죠.

하지만 저는 사람이 갖고 있는 능력보다 더 많은 능력을 내도록 돕는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달리기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버드대학교에 있을 때부터 달리기를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계속 연구했어요.

그러다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접하게 됐습니다.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에너지를 덜 들이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이 과제였는데요. 제가 평소 고민하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어요. 물론 과학자로서도 굉장히 끌리는 주제이고요. 그래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IT동아: 현재 도전하고 있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로봇슈트 과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기욱 교수: 저희 연구팀이 수행하고 있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과제는 100m를 7초에 달릴 수 있는 고성능 로봇슈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단순히 연구만 잘하면 되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혁신적인 연구를 하는 동시에 다양한 산업 분야로 빠르게 뻗어나갈 수 있는 파생기술을 개발해 전반적인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목표에요.

최종 연구 목표인 100m를 7초에 달리는 로봇슈트 / 출처=중앙대 인간로봇융합연구센터

로봇슈트 위한 연구, 구동·구조·제어

IT동아: 빠르게 달리는 로봇슈트와 관련해 어떤 연구가 진행 중인가요?

이기욱 교수: 저희 연구팀은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로봇슈트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 메커니즘, 주행 전략, 편안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고 있어요. 그래서 크게 구동, 구조, 제어 3가지 기술을 새롭게 개발해 로봇슈트를 완성하고자 합니다.

우선 구동 파트입니다. 일반적인 구동기(actuator)는 모터를 이용해 관절을 돌리거나 모터에 와이어를 달아 특정 부위를 당기는 방식이에요. 저희 연구팀은 좀 더 효율적이면서 강력한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구동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바로 액화 질소 기반의 공압 구동기에요. 단위 부피당 출력이 좋아 적은 에너지원으로도 구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원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공기압 펌프가 필요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액화질소 탱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액화질소는 공기에 노출되면 바로 기화되는 성질이 있거든요. 공기압 펌프 대신 액화질소 탱크를 이용하면 휴대성이 좋은 에너지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구조 파트입니다. 달리기는 전신을 다 사용하는 복합 운동입니다. 발목이나 무릎의 부하가 심하고 불의의 사고나 부상 등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안전사고 위험도 있어요. 로봇슈트 자체가 유연해야 안전성이 보장됩니다. 하지만 기존 웨어러블 로봇은 대부분 단단한 프레임으로 되어 있습니다. 빠르게 달리기에는 안전하지 않죠. 그래서 저희 연구팀은 로봇슈트를 부드러운 의복 형태로 만들고 있어요. 로봇을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성 의복을 입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달리기로 인해 발생하는 발목이나 무릎의 부하를 사람이 견딜 수 있게 분산시키거나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 메커니즘을 함께 연구하고, 안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운동 전략도 세우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의도 인식 및 제어 파트입니다. 달리기는 정지 상태에서 몸을 일으켜 출발하고 상체를 펴 가속하면서 질주하는 여러 동작의 조합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동작이 바뀌기 때문에 사람의 동작 의도, 운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인식하면서 보조해야 합니다.

또한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땅을 차는 힘이 강해야 하는데요. 육상 100m, 200m 세계 신기록을 갖고 있는 자메이카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의 경우 달릴 때 발바닥이 지면에 닿는 시간이 0.1초 이하에요. 굉장히 짧은 시간인데 이것을 정확히 감지하고 강한 추진력을 보조해야 합니다. 정확한 타이밍을 인식하기도 어려운데, 그에 맞춰 로봇을 제어해야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고속 의도 인식, 고속 반사 등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센서도 개발하고 있어요. 빠르게 달리는 사람이 착용한 상태에서 의도 인식, 반사 등에 즉각 반응하면서 의복 형태의 로봇슈트에 적합한 센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로봇슈트 과제에 대해 설명하는 이기욱 교수 / 출처=IT동아

하나의 목표 위해 모인 각 분야 전문가

IT동아: 하나의 로봇슈트에는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각각의 연구는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이기욱 교수: 맞습니다. 하나의 로봇슈트를 완성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특히 저희 연구팀이 개발하는 로봇슈트는 빨리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안전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와 함께 컨소시엄을 형성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구동 파트는 신동준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가 총괄하고 있습니다. 공압 구동기와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어요. 유재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기화된 기체를 공압 인공근육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튜브와 소음 저감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형순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액화질소 탱크에 있는 소재를 빠르게 기화시키는 방법을, 인정빈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액화질소 탱크의 소형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액화질소 탱크 개발사인 BIS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구조 파트는 조규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착용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조규진 교수는 안전 메커니즘 관련 연구를 하고 있고요. 박주연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교수는 의복 형태의 로봇슈트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안주은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기계공학 기술을 체육학 관점에서 진단하고 잘 달리는 방법, 가속 구간, 최고 속도 등 달리기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도 구조 파트에 속해 있는데요. 로봇슈트를 착용했을 때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LS네트웍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신발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통해 근육을 강화하고 안전하면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선수용 신발을 만들고 있어요.

제어 파트는 안범모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고속 의도 인식, 고속 제어 등을 총괄하고 있어요. 조성호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다양한 센서를 기반으로 달리는 사람의 의도를 인식하는 의도 인식 연구를 AI 기술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승태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의복 형태의 로봇슈트에 적합한 새로운 센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박문석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의학적 측면에서 인체에 가해지는 부하를 안전하게 분산하는 방법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센서 전문 업체인 폴리웍스도 함께 하면서 신발에 들어가는 족저압 센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슈트 시스템 개발 및 고도화에 일조하고 있고요.

워낙 도전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많은 대학교와 기관,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그 목표를 향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과학계, 산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하는데 뜻을 모으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100m를 7초에 달리는 것이 쉽지 않은 목표이지만 국내에서는 이 팀이 아니면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최상의 전문가들이에요. 그리고 각자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고요.

멤버십 기업과의 연구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로봇슈트를 테스트 중인 오경수 선수 / 출처=IT동아

파생기술로 다양한 산업 발전 촉진 기대

IT동아: 앞서 다양한 산업 분야로 빠르게 뻗어나갈 수 있는 파생기술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로봇슈트 파생기술이 어떤 분야에 영향을 미칠까요?

이기욱 교수: 사실 저희 연구팀이 현재 연구하고 있는 로봇슈트는 결과물의 활용도 측면보다는 연구 과정에서 발견되는 기술에 의의를 두고 있어요. 빨리 가고 싶을 때는 로봇슈트를 입는 것보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면 되거든요. 하지만 해당 연구를 통해 다양한 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파생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요.

파생기술이 영향을 미칠 분야는 다양합니다. 저희 연구팀은 여러 분야 전문가와 협업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도 의미가 있겠더라고요. 그중에서 제가 눈여겨보는 분야는 의료 분야입니다. 사람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늙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 약해진 부분을 로봇슈트가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의 보조, 재활, 건강 증진, 웰니스 트레이닝 쪽에서 유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이나 뇌졸중 환자의 경우 보행이 불편합니다. 보행 의도를 인식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희 연구팀이 지금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100m를 달리는 사람의 의도를 빠르게 인식하는 기술이거든요. 환자의 보행 의도를 인식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 같아요. 달성하기 어려운 어떠한 목표 지점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니 선구적인 기술들이 개발되고 그것을 산업계에 적용하니 지금의 문제들이 좀 더 쉬워지더라고요.

또한 스포츠계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보통 선수들은 보조 도구로 본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훈련을 계속하고 있어요. 그러면 근육이 그것을 기억해 실제 기록을 단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때 로봇슈트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면서 본인의 근육이 빠르게 달리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한 후 점차 로봇슈트 의존도를 줄이면서 기록을 단축하는 것이죠.

이외에도 생산 공장, 보안, 경비, 군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해당 분야는 결국 자동화가 이루어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절감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IT동아: 멤버십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파생 기술의 전파를 위해서인가요?

이기욱 교수: 네 맞습니다. 저희 연구 결과나 파생기술이 산업 분야에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멤버십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멤버십 기업에는 격월로 뉴스레터를 발송합니다. 뉴스레터에는 기술 개발 상황, 연구 동향 등의 내용을 담아요. 기술교류회도 진행합니다. 저희 연구팀의 기술을 소개하고 멤버십 기업 간 네트워크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죠. 또한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에 니즈가 있으면 기술 교류나 기술 이전, 공동 개발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멤버십 기업과의 교류를 통해 연구 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본투런 트레이닝센터 대표인 전 국가대표 오경수 선수와의 협업으로 로봇슈트 착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선수 입장에서의 피드백을 받아 연구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멤버십 기업에는 여러 기업과 교류하면서 최신 연구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거나 실제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현재 멤버십 기업은 상시로 모집하고 있고요. 무료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기술교류회에서 로봇슈트에 대해 소개하는 이기욱 교수 / 출처=중앙대 인간로봇융합연구센터

IT동아: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기욱 교수: 가장 큰 목표는 100m를 7초에 달리는 로봇슈트 개발입니다. 과학계의 관점에서 세계가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되겠죠. 과학계의 저명한 학술지에 소개될 수 있는 성과를 거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저희 연구를 통해 개발한 파생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보급되어 발전을 촉진하고 실제 사람에게 유용한 기술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이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1기인데요. 목표했던 과학계의 랜드마크, 산업계의 파생기술 모두 달성해서 이후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과제를 진행하는 분들의 귀감이 되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가 꾸준히 이어지는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IT동아: 알키미스트 프로젝트가 2026년에 마무리되는데요. 그때가 되면 정말 100m를 7초에 달릴 수 있을까요?

이기욱 교수: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상당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각 분야 전문가가 그것을 목표로 긴밀하게 협업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신기록은 우사인 볼트가 2009년에 독일 베를린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세운 9초 58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소한 그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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