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안에 갇혀 있는 두 청년의 처절하고도 유쾌한 '탈출' 드라마"

김정한 기자 2024. 1. 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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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함과 유머를 완벽하게 혼합해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낸 아멜리 노통브의 29번째 소설 '비행선'이 출간됐다.

계급도, 관심사도, 같은 책에 대한 감상도 너무나 다른 이들을 이어주는 것은 두 사람 다 자기 안에 혹은 숨 막히는 집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사는 것을 두려워하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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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비행선'
비행선(열린책들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잔인함과 유머를 완벽하게 혼합해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낸 아멜리 노통브의 29번째 소설 '비행선'이 출간됐다. 프랑스에서만 25만 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이 소설은 '문학'과 '젊음'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혹하고도 산뜻한 드라마다. 주인공은 열아홉의 외톨박이 문헌학도 '앙주'와 책은커녕 단어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열여섯의 고등학생 '피'다. 이들이 과외 교사와 제자로 만나 함께 고전 문학을 읽어 나간다.

계급도, 관심사도, 같은 책에 대한 감상도 너무나 다른 이들을 이어주는 것은 두 사람 다 자기 안에 혹은 숨 막히는 집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사는 것을 두려워하는 감각이다. 저자는 앙주와 피가 저마다 사는 법을 알아내고자 분투하는 과정을 경쾌한 리듬으로 처절하게 그려낸다.

앙주와 피는 함께 자란다. 단어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던 피는 스탕달의 '적과 흑'을 시작으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카프카의 '변신', 라 파예트 부인의 '클레브 공작 부인', 라디게의 '육체의 악마'를 읽어 나가는 동안 점차 자기만의 문학 취향을 형성하며 독자가 되어 간다.

어느 수업 시간에 앙주는 피에게 "죽기 전에 살란 말이야. 움직여!"라고 소리친다. 그것은 청소년기의 끝자락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다 자란 어른인 척하는 앙주가 자기 자신에게 외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갇힌 존재인 피를 꺼내 주려는 시도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바깥으로 이끄는 데도 성공한다.

△ 비행선/ 아멜리 노통브 글/ 이상해 옮김/ 열린책들/ 1만20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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