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52년 만에 달 착륙선 보낸다…워싱턴 DNA 싣고
성공 땐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 기록
미국이 아폴로 계획 이후 처음으로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 아폴로와 달리 무인 우주선이기는 하지만 미국산 탐사선이 달에 착륙하는 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반세기만이다.
미국의 우주기업 애스트로보틱은 오는 8일 오전 2시18분(현지시각)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에서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유엘에이(ULA,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의 신형 로켓 벌컨 센타우어(Vulcan Centaur)에 실어 발사한다. 페레그린 발사는 애초 지난 12월24일 예정돼 있었으나, 로켓 최종 시험 문제로 인해 일정이 미뤄졌다.
예정대로 발사될 경우 페레그린은 2월23일 달 앞면 폭풍의 바다 북동쪽의 돔 모양 용암지대 시누스 비스코시타티스(Sinus Viscositatis)에 착륙한다. 아폴로 우주선처럼 달까지 곧장 날아가 착륙하는 것이 아니라, 한달 간 달 궤도를 돌며 고도를 9000km에서 100km까지 서서히 낮춘 뒤 착륙을 시도한다.
착륙에 성공할 경우 페레그린은 사상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 달 착륙선 1호 경쟁을 벌여온 인튜이티브 머신즈의 노바-시(Nova-C) 발사 시기가 2월 중순으로 늦춰졌기 때문이다. 노바-시는 발사 일주일 뒤 달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어서 언제 발사되느냐에 따라 노바-시도 1호 민간 착륙선이 될 수는 있다.
조지 워싱턴 등 전 미국 대통령 DNA가 우주로
페레그린은 미 항공우주국의 새로운 달 유인 착륙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를 지원하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하나로 선정된 우주선이다. 나사는 이 프로그램 참여 업체로 14개의 민간 달 착륙선 업체를 선정해 26억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아르테미스의 길을 열기 위한 사전 정찰대인 셈이다.
높이 1.9m, 너비 2.5m에 다리 4개가 달린 페레그린에는 나사를 비롯한 7개국의 과학 장비를 포함해 20여개 화물이 탑재돼 있다. 카네기멜론대 학생들이 만든 신발상자 크기의 아이리스 로버, 멕시코의 지름 12cm 크기 원반 모양의 달 탐사 로버 5대도 포함돼 있다. 페레그린의 활동 시한은 약 10일이다.
또 우주장례 전문 기업인 셀레스티스는 추모용 화물을 실어 보낸다. 265개의 캡슐로 구성된 이 화물 중 1960년대 미국 텔레비전 인기드라마 ‘스타트렉’의 작가 진 로든베리의 유골 화장재,전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존 에프 케네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3인의 DNA 표본 등은 달로 가는 도중 2억4천만~4억8천만km 길이의 태양 중심 궤도에 뿌려져 영원히 우주를 선회하고, 일부 캡슐은 페레그린과 함께 달까지 날아가 그곳에 영구히 안착한다.
새 로켓 벌컨의 첫 발사 성공 여부도 관심
이번 달 착륙선 발사는 그동안 미국 정부와 군의 위성 발사를 주도해 온 유엘에이가 독자 개발한 로켓 벌컨 센타우어의 첫 임무 수행이기도 하다. 유엘에이는 델타5 로켓 제작사인 보잉과 아틀라스4 로켓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발사체 부문을 떼어 합작 설립한 회사다.
높이 61.6m, 지름 56.4m의 벌컨 센타우어는 지구 저궤도에 최대 27.2톤의 화물을 올려놓을 수 있는 대형 2단 로켓으로, 현재 이 회사의 주력 로켓인 아틀라스5와 델타4 헤비 대체용이다. 첫 발사도 하기 전에 아마존의 저궤도 우주인터넷망 카이퍼 위성 38회 발사를 포함해 모두 5년간 70회의 로켓 발사 계약을 맺었다.
2006년 출범한 유엘에이는 2014년부터 독자 로켓 개발에 들어갔다. 애초의 계획은 2019년 첫 발사를 하는 것이었지만 일정이 5년이나 지연됐다. 엔진은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의 BE-4 엔진을, 연료는 액체 메탄을 쓴다.
유엘에이는 이번 발사에 성공할 경우 2025년 중반까지 매달 2개의 벌컨 로켓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1단 추진체의 엔진은 재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유엘에이는 현재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블루오리진을 포함한 3개 기업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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