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되다” … 공허한 ‘행복’ 만 외친 당신을 위한 현실 조언 [북리뷰]

유승목 기자 2024. 1. 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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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으면 바쁘게 사느라 기억 저편에 치워뒀던 저마다의 인생관을 꺼내보곤 한다.

오래전부터 세워뒀던 삶의 목표란 으레 '즐겨라'로 시작해 '행복'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삶은 정말 행복한 것일까.

그래서 책은 거짓된 삶에서도 느낄 수 있는 주관적인 감정에 불과한 행복으로 도피하려 하지 말고, 고난과 시련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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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이즈 하드 Life is Hard
키어런 세티야 지음│연아람 옮김│민음사

새해가 밝으면 바쁘게 사느라 기억 저편에 치워뒀던 저마다의 인생관을 꺼내보곤 한다. 오래전부터 세워뒀던 삶의 목표란 으레 ‘즐겨라’로 시작해 ‘행복’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사는 게 팍팍해질수록 불행에서 시선을 거둬 행복에 힘을 쏟으려 한다. ‘Que Sera Sera’(케세라세라·될 대로 되라)나 ‘YOLO’(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뿐)가 젊은이들의 좌우명으로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매년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약속해도 근원적인 물음표 하나가 지워지지 않는다. 삶은 정말 행복한 것일까.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하고 실패한, 가치 없는 인생인 걸까. 여기서 한 미국인 철학자가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친구들이여, 인생은 고되다. 우리는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로 재직 중인 키어런 세티야는 제목부터 떡하니 인생은 힘든 것이라고 밝히며 오직 행복만을 외치는 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그만큼 현실은 복잡다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일 아침 눈을 뜬다는 건 환희보단 고통에 직면하는 것에 더 가깝다. 하루하루 늙어가고, 본질적으로 외로움과 상실의 슬픔을 피할 수 없는 데다, 실패에 좌절하고, 불공정과 부조리에 분노하고, 희망을 꿈꾸나 절망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거짓된 삶에서도 느낄 수 있는 주관적인 감정에 불과한 행복으로 도피하려 하지 말고, 고난과 시련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지난해 한국 사회가 열광했던 꼰대 독설가 쇼펜하우어가 던진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실용 철학서인 셈이다.

책은 ‘행복하다’와 ‘잘 사는 것’을 구별하자고 제안한다. 잘 산다는 건 소망할 가치가 있는 것을 탐색하는 길이 고되단 사실을 인정하고 현실의 삶에 대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통과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회복력을 갖춘 사람이야말로 제대로 삶과 한 판 승부를 벌일 수 있단 뜻이다.

저자는 올바르게 슬퍼하고 실패의 경이로움을 깨달을 줄 알며, 희망의 한계를 가늠하는 법을 단호하지만 따뜻하게 일러준다. “궁극적으로 이 책의 의의는 악조건 속에서도 역경을 이겨내는 데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말을 빌려 이렇게 용기를 북돋는다. “돌파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404쪽, 1만8000원.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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