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와 함께 사계절을 그린 아름다운 사람들 [그림책]

최현미 기자 2024. 1. 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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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바라보는 그리 높지 않은 초록 언덕에 자리한 그네.

그림책을 펼치면 바다를 마주한 빈 그네가 등장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있는 그네와 함께한 사람들의 저마다의 한순간이 펼쳐진다.

독일의 그림책 작가 브리타 테켄트럽은 콜라주와 판화 기법을 사용해 그네와 그네를 탄 사람들의 모습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아내는데 이 일러스트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스냅 사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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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삶이 머무는 자리 그네
브리타 테켄트럽 글·그림│김서정 옮김│길벗어린이

바다를 바라보는 그리 높지 않은 초록 언덕에 자리한 그네. 그림책을 펼치면 바다를 마주한 빈 그네가 등장한다. “그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어요”라는 텍스트와 함께. 이 장면은 일종의 서론이자, 설정이며, 앞으로 펼쳐질 모든 일의 무대이다.

뒤이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그네를 찾아온 사람들의 숱한 이야기가 160페이지에 걸쳐 아름답게 펼쳐진다. 혼자 그네를 타는 꼬마 소녀, 함께 그네를 타는 어린 친구들, 삶의 끝자락을 마주하게 된 할머니, 할머니를 떠나 보내고 혼자가 된 할아버지. 그렇게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있는 그네와 함께한 사람들의 저마다의 한순간이 펼쳐진다. 누군가는 그네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 더없이 기뻐하고 누군가는 우두커니 홀로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절망하고 슬픔을 토해내기도 한다. 그래서 그네의 자리는 누군가에겐 온전한 행복의 자리지만 누군가에겐 슬픔의 시간이고, 누군가에겐 어떤 일을 시작하는 자리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모든 것이 끝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봄날의 그네, 여름날의 그네, 가을의 그네, 흰 눈이 내리는 겨울날의 그네.

독일의 그림책 작가 브리타 테켄트럽은 콜라주와 판화 기법을 사용해 그네와 그네를 탄 사람들의 모습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아내는데 이 일러스트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스냅 사진 같다. 사각의 그림책 페이지는 그대로 사진의 프레임이 된다. 누군가의 삶의 한순간을 담아낸 스냅 사진. 그래서 이 책은 인생 그림책이라는 말이 더없이 어울린다. 160쪽, 2만3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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