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100득점' 현대캐피탈 서브 장인 이시우, 더 큰 꿈을 꾼다
'서브 능력이 월등해서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능력이 가려지는 선수'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진순기 감독 대행이 V-리그를 대표하는 '원 포인트 서버' 이시우(188cm)를 평가한 말이다.
이시우는 4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4라운드 KB손해보험과 원정에서 귀중한 기록을 남겼다. 바로 '역대 통산 서브 득점 100개'를 달성한 것.
이날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KB손보를 세트 스코어 3 대 0으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셧 아웃 승리였지만, 현대캐피탈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KB손보를 누른 건 아니었다. 2, 3세트가 듀스까지 가는 접전으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두 팀의 싸움에선 1점도 소중하게 다뤄야 할 점수였다.
2세트 현대캐피탈이 15 대 16으로 뒤진 상황. 미들 블로커 박상하(197cm)의 서브 차례에서 진 감독 대행은 박상하 대신 이시우를 투입했다.
엔드 라인에서 공을 받은 이시우는 자신의 서브 루틴대로 공을 3번 바닥에 튕긴 후 손에서 공을 한 번 굴렸다. 호흡을 가다듬은 후 공을 높게 올려 오른손으로 낙차가 큰 서브를 때렸다.
많은 회전을 먹은 공은 상대 코트를 갈라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194cm) 쪽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이시우의 100번째 서브 득점 기록이 달성됐다.
이 서브 득점은 경기 흐름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팽팽하게 점수를 주고받던 상황에서 16 대 16 동점을 만드는 스코어였고, 결국 듀스 끝에 현대캐피탈이 2세트를 따냈다. 이시우의 서브 득점이 없었다면 분위기가 상대에게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이시우는 경기가 끝난 뒤 "우선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며 팀의 4연승을 돌이켰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론 서브 100개를 달성해서 좋았다"며 "팬 분들도 축하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46명의 '서브 강자'들이 이시우에 앞서 이 기록에 도달했다. 47번째라도 이시우의 기록이 특별한 이유는 '원 포인트 서버'로서 해당 기록을 쓴 선수가 흔치 않다는 점이다.
이시우는 "2경기 전쯤 팬 분들께서 서브 100득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해줘서 기록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계속 어깨에 힘이 들어갔는데 오늘은 어깨에 힘을 빼고 서브를 넣었다. 그러니 서브가 잘 들어갔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브 200득점은 더 빠르게 달성하고 싶다"며 "뛰는 경기가 많아지면 더 빨리 기록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시우가 이번 기록을 달성하는 데까진 7시즌이 걸렸다.
진순기 감독 대행도 이시우의 기록에 박수를 보냈다. 진 감독 대행은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시우가 꾸준하게 해왔기 때문에 일궈낸 엄청난 기록"이라며 극찬을 보냈다.
이어 진 감독 대행은 "이시우는 원 포인트 서버지만, '서브를 매우 잘 때리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칭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이시우에게도 이 역할을 계속 요구한다. 서브 능력이 월등해서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능력이 가려진다"고 추켜세웠다.
이시우는 지난 2016-2017시즌을 앞두고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본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 하지만 본 포지션으로 경기를 뛴 시간보단 원 포인트 서버로 기용된 적이 훨씬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번 시즌에도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며 기록한 공격 포인트 6점 보다 서브로 낸 점수가 더 많다. 이시우는 총 102회 서브를 시도해 11개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진 감독 대행의 말처럼 이시우는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시우는 "진 감독 대행님의 칭찬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며 "원 포인트 서버로 뛰는 것도 감사하지만, 아웃사이드 히터로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입단 후 매 시즌 원 포인트 서버로만 기용되니 동기 부여가 떨어질 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친누나의 조언이 있었다고 한다. 이시우는 "누나가 모질게 말을 해준다"며 "투정을 부릴 때마다 '너가 해내야 한다'는 식의 채찍질을 한다"고 전했다.
서브 외에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도 어필했다. 이시우는 "키가 작긴 해도, 공격할 때 스윙이 빠르다"며 "볼 처리 능력이 좋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공을 받는 부분은 미숙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어느덧 팀의 중고참으로 자리 잡은 이시우는 팀에서도 신뢰받는 선수다. 진 감독 대행은 이시우를 "믿음이 가는 선수"라 칭했다. 그러면서 "선후배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시우도 경기장 밖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이시우는 "후배들을 잘 챙기고 선배들을 잘 따르는 게 제 역할"이라며 "동생들이 열심히 해줘서 큰 고충은 없다"고 전했다.
'아홉수'를 뛰어넘고 100득점에 도달한 서브 장인 이시우가 자신의 바람대로 본 포지션에서도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줄까. 그렇게만 된다면 뒤늦게 오른 팀의 기세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의정부=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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