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치 없어 더 주목받는 '동해안 더비'+'검빨 동맹'... 포항 출신 세 감독 '라이벌 대결'

박정욱 기자 2024. 1. 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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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정욱 기자]
2022년 10월 11일 열린 포항과 울산의 '동해안 더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4년 한국프로축구(K리그)는 큰 흥행 요소를 하나 잃었다. 수원 삼성의 K리그2(2부) 강등 때문이다. 수원은 2023시즌 K리그1(1부)에서 최하위(12위)로 처지면서 1995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2부로 떨어졌다. K리그에도, 축구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2024시즌은 처음으로 '명문구단' 수원 삼성이 없는 K리그1을 만나야한다. 수원의 부재는 K리그1 최고의 흥행 매치인 수원 삼성-FC서울의 '슈퍼매치'를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또 같은 수원을 연고로 하는 수원FC와 '수원 더비'도 사라졌다. K리그1 흥행에 큰 구멍이 난 꼴이다. 수원의 빈자리가 크다.

'슈퍼매치'와 함께 K리그1의 대표적인 라이벌전의 하나인 '동해안 더비'가 그래서 더 중요해졌다. 영남권 동해안을 낀 울산 HD(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라이벌 대결이다. '동해안 더비'는 '슈퍼매치'와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에 소개된 한국의 대표적 라이벌 매치다. 슈퍼매치보다 훨썬 더 오래된 지역 라이벌전이다.

포항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원클럽맨' 박태하 감독. /사진=포항 스틸러스
포항 13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태하 감독. /사진=포항 스틸러스
# 슈퍼매치가 없어 더 주목받는 '동해안 더비'

'동해안 더비'는 2024시즌 수원 삼성의 2부 강등과 '슈퍼매치'의 무산에 따른 빈자리를 메우기에 충분한 흥행 요소를 추가했다. 관심과 주목도가 이전보다 배가됐다. 포항의 새 사령탑으로 '원클럽맨' 박태하(56)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이 오면서 두 팀의 대결 구도는 더욱 흥미로워졌다. 울산-포항의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에, 두 팀 사령탑의 자존심 격돌까지 더해졌다. 홍명보(55) 울산 감독과 박태하 감독은 '포항 레전드' 출신이면서 포항에서 같이 뛰면서 동고동락한 동기생 절친 사이다.

박태하 감독은 대구대를 졸업한 1991년 입단해 2001년까지 포항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선수 시절에 K리그 1회(1992년), 대한축구협회(FA)컵 1회(199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의 전신인 아시아클럽축구선수권대회(아시안클럽챔피언십) 2회(1997, 1998년)의 우승컵을 안았다. 군 복무(상무) 기간을 제외한 9시즌 동안 K리그 통산 261경기에서 46골 37도움을 기록하며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8~2000년에는 주장을 맡았다.

지도자 생활도 2005년 포항에서 시작해 2007년엔 파리아스 감독을 보좌하며 포항의 K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08~2011년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에서 코치와 수석코치를 지냈고, 2012년에는 FC서울 수석코치로 다시 한 번 K리그 우승을 도왔다. 2015~2018년 중국에 진출해 옌벤 푸더를 갑급리그(2부)에서 슈퍼리그(1부)로 승격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했고, 2019년에는 중국 여자축구대표 B팀을 지휘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으로 축구 행정을 경험한 박태하 감독은 4년 만에 K리그 첫 사령탑에 올라 현장에 복귀했다. 기술위원장 시절, K리그 기술위원회 기술연구그룹(TSG)에서 최신 축구 전술의 흐름을 연구하는 것뿐 아니라 동계 전지훈련 기간에 K리그 각 팀의 감독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칼럼을 기고하는 등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다.

2023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는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홍명보 울산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홍명보 감독은 박 감독과 같은해 고려대를 졸업했지만 군 복무(상무)를 마치고 한 해 늦은 1992년 포항에 합류해 곧바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두 감독은 1992년 포항의 리그 우승을 이끌며 나란히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렸다. 홍 감독은 1997~2000년 일본 J리그(벨마레 히라쓰카-가시와 레이솔)에서 뛴 뒤 2001년 포항으로 돌아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한 뒤에는 미국프로축구 LA 갤럭시로 이적했다. K리그에서 7시즌을 뛰며 156경기에서 14골 8도움을 기록했고, 국가대표팀(1990~2002년)에서도 136경기에서 10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2년 한일 대회까지 월드컵에만 4차례 출전했다.

지도자로서도 2005~2008년 한국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뒤 2009~2012년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며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수확하는 큰 성과를 남겼다. 2013~2014년에는 국가대표팀을 지휘해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물러났다. 2016~2017년 중국 항저우 뤼청 감독을 거친 뒤 2017~2020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맡아 한국 축구 행정의 실무책임자로도 일했다. 2021년 울산 감독으로 부임해 2022년과 2023년 K리그1 2연패를 이끌며 2년 연속 감독상을 품에 안았다.

두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 축구 행정가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걸었다. 지금은 '디펜딩 챔피언' 울산의 수장(홍명보)과 K리그에서 사령탑으로는 첫 발을 내딛는 감독(박태하)으로서 첫 대결을 앞두고 있다. 박 감독이 도전자의 입장이다. 포항은 김기동 전임 감독의 지휘 아래 2023시즌 K리그1에서 울산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박 감독은 오는 2월 13일 또는 14일 전주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 ACL 16강 1차전에서 포항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FC서울 감독으로 부임한 김기동 감독. /사진=FC서울

김기동 FC서울 신임 감독이1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에 앞서 FC서울 머플러를 들고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동해안 더비에 FC서울까지 더한 '삼각 라이벌 구도'

울산-포항의 '동해안 더비'에 더해지는 또 하나의 흥행 카드는 김기동(52) 전 포항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FC서울이다. 울산-포항에 FC서울까지 더해 '삼각 라이벌 구도'를 그려볼 수 있다. 세 구단은 모두 K리그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전통의 강호들이다.

김기동 감독도 '포항 레전드' 출신이다. 1991년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포항에 입단해 2년 동안 출장하지 못하다가 1993년 유공(부천 SK, 제주 유나이티드 전신)에서 데뷔해 2002년까지 뛴 뒤 2003년부터 포항 유니폼을 다시 입고 2011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K리그에서 역대 필드 플레이어 출전 2위인 501경기(39골 40도움)에 나섰고, 포항에서 227경기(22골 23도움)를 뛰었다. 포항에서 주장을 맡아 2007년 K리그, 2008년 FA컵, 2009년 ACL 우승 등을 이끌었다.

2013~2016년 U-23 대표팀 코치를 맡아 2016년 AFC 챔피언십 준우승, 리우 올림픽 8강에 힘을 보탠 뒤 2016년 9월 포항 수석코치로 친정에 복귀해 최순호 감독(현 수원FC 단장)을 보좌했고, 2019년 시즌 초반 부진 속에 최순호 감독이 물러난 뒤 감독으로 승격해 그해 K리그1 4위에 올랐다. 2020년에는 3위를 차지하면서 이례적으로 K리그1 감독상을 수상했다. 3위팀 사령탑의 감독상 수상은 K리그 첫 사례였다. 2021년 9위로 주춤했지만 ACL에서 준우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2022년 리그 3위, 2023년 2위로 순위 상승하면서 포항을 상위권 강팀으로 안정시켰다. 지난해에는 FA컵 우승과 ACL 무패 16강 진출까지 일궈낸 뒤 서울로 이적했다.

김기동 감독이 친정을 떠나 서울로 옮기면서, 포항-서울의 대결은 '김기동 매치'로 치러진다. K리그의 대표적 지략가로 손꼽히는 김 감독은 서울의 부활을 책임지고, 박 감독은 김 감독의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포항을 우승에 도전하는 더 강력한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로 부담스러운 맞대결이다.

서울과 포항의 대결은 팬들 사이에서는 흔히 '검빨 더비' 또는 '검빨 동맹'이라고 불린다. 두 구단이 모두 검고 빨간 색의 유니폼을 입기 때문이다. 포항이 영입에 공 들이던 대구 청구고 출신의 박주영이 2005년 서울에 입단하면서 두 팀의 앙숙 관계는 더 극심해졌다. 또 포항에서 2015년까지 5년 동안 팀을 이끌던 황선홍(56) 전 감독이 2016년 서울로 옮겨간 적이 있다. 최용수(51) 서울 감독이 그해 6월 갑자기 중국리그(장쑤)로 떠나면서 황선홍 감독이 전격 부임했다. 당시 포항 팬들은 울산에 버금가는 앙숙이던 서울에 부임하는 '포항 레전드' 황선홍 감독의 행보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번 김기동 감독의 이적까지 약 10년 간격으로 포항과 서울의 악연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황선홍 감독(가운데)이 2023년 10월 7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2-1로 꺾고 3연속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2024년 한국 축구 키워드는 '포항'?

K리그 밖으로 잠깐 눈을 돌려보자. 2024년 한국 축구의 키워드는 '포항'이 될지도 모른다. 2024 파리 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는 U-23 대표팀의 사령탑인 황선홍 감독까지 '포항 레전드' 출신이다. 황 감독은 홍명보-박태하 감독과 동기생이다. 1991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K리그에 입성하지 않고 2년 동안 독일축구(레버쿠젠-부퍼탈)를 경험한 뒤 1993년 포항에 입단했다. 포항은 1년씩 간격을 두고 동기생인 박태하-홍명보-황선홍을 차례로 받아들여 중원-수비-공격의 핵심 축을 구성했다.

그 중 황선홍 감독이 가장 먼저 K리그 사령탑에 올랐다. 2008~2010년 부산 아이파크에 이어 2011~2015년 포항을 이끌며 2012년 FA컵 우승, 2013년 리그와 FA컵 동시 우승을 수확했다. 이후 FC서울(2016~2018년)-옌벤 푸더(2019년)-대전 하나시티즌(2020년)을 거친 뒤 2021년 U-23 대표팀 감독을 맡아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끌었다. 올해는 파리 올림픽을 정조준하고 있다.

'포항 레전드'가 국내외에서 도전과 경쟁에 뛰어드는 2024년이다. 홍명보-박태하-김기동 감독이 K리그1에서 지도력 경쟁을 펼치고, 황선홍 감독은 국제 대회에서 메달 사냥에 나서는 한 해가 된다. 네 감독은 모두 '포항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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