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더듬어 보라… 오랜 고민을 풀 열쇠가 될수도 있으니[정신과 의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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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꿈을 꾸고 나면 몸조심을 하고 돈을 버는 꿈을 꾸면 로또 판매점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꿈이 아무 의미가 없을 리 없다고 믿는 덕분이다.
수많은 신화가 꿈을 꾸는 것에서 시작하듯이.
이렇듯 꿈은 우리가 깨어 있을 때 하지 못하던 연관성이 낮은 것들을 새로 짝을 짓는 역할을 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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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꿈을 꾸고 나면 몸조심을 하고 돈을 버는 꿈을 꾸면 로또 판매점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꿈이 아무 의미가 없을 리 없다고 믿는 덕분이다. 잠과 꿈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소재 중 하나지만 진료실에서의 태도는 치료법에 따라 다르다. 정신분석적 치료를 할 때에는 꿈의 내용을 소중하게 다룬다. 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프로이트가 말하듯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왕도’라 여긴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그들이 보고하는 꿈의 의미를 과소평가하도록 도와야 한다.
안토니오 자드라와 로버트 스틱골드의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추수밭)는 꿈과 잠에 대한 역사에서 시작해서 수면과 관련한 최신 뇌과학 연구 결과를 총망라해서 알려준다.
아주 어릴 때에는 꿈과 현실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여덟 살이 돼야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내밀한 사적 상상이라는 걸 인식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므로 자연히 꿈의 의미를 사적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미래를 예언한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수많은 신화가 꿈을 꾸는 것에서 시작하듯이. 그렇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뇌파 등을 이용한 수면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수면 단계가 세분화되었고, 렘수면의 존재가 알려졌다. 잠은 낭비가 아니라 학습, 휴식, 대사, 감정 조절 등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렘수면이란 특이한 시기에 꾸는 꿈은 특히 생생하고 현실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이들은 넥스트업이란 개념으로 수면과 꿈을 설명한다. 입면기는 내가 지금 생각하는 근심은 무엇인가를 주로 찾고, 수면 중기에는 최근 기억을 발견하고, 후반기에는 멀고 약한 연관성을 찾는다.
잠을 자는 사람을 깨워서 ‘옳음, 도둑, 자두’를 제시하고 ‘그름’을 다음에 보여주며 어울리는 단어를 찾게 했다. 깨어 있을 때에는 옳음과 그름으로 확실한 연결을 선택하지만 렘수면 상태에서는 도둑과 그름을 8배 많이 선택했다. 약한 연관 단어끼리 연결을 짓는 것이었다. 잠을 자는 동안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깨어 있을 때보다 광범위하게 탐색하고 덜 명확한 연관성을 조사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절대 살펴보지 않을 장소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일을 한 것이다. 쓸 만하면 나중에 사용하려 저장한다.
케쿨레의 벤젠링 발견도 살짝 낮잠을 자다가 뱀이 꼬리를 무는 기괴한 꿈에서 연관성을 찾은 것이다. 이렇듯 꿈은 우리가 깨어 있을 때 하지 못하던 연관성이 낮은 것들을 새로 짝을 짓는 역할을 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그게 정신분석에서 하는 꿈 작업이기도 하다. 그렇듯 뇌는 잠을 자면서도 꿈을 통해 내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밤새 꾼 꿈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면 이게 뭐였을까 한번은 떠올리고 연상을 해보는 게 좋겠다. 오래 고민하던 것이 엉킨 매듭이 풀리듯 해결될지도 모른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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