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생 '옥구라쌤'으로의 새로운 인생 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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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표대로 살라
1963년생으로 태어난 지 60년, 82학번으로 졸업한 지 40년이 된 이재옥 씨는 2023년 2월 33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옥구라쌤’이라는 부캐로 새로운 인생의 챕터를 열었다.
제가 말을 시원하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흔한 말로 썰을 잘 푼다고 하죠? 교직에 있을 때도 입시에 대해 말하면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귀 기울여 학부모 상담이나 심화반 담당 교사로 오래 활동했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도 썰을 풀기로 했고 ‘옥구라’라는 이름을 지었죠.
콘텐츠에 교직 생활에서 느낀 각종 이야기가 담겨 있죠.
초반에는 내가 늙어가는 모습을 콘텐츠로 만들어 5060과 공유하려고 했어요. 흰머리를 그대로 둔다든지 손주를 보는 일상 등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인스타그램에 5060은 없더라고요. 주변에서 교육이나 입시에 관한 얘기를 하라고 권했고, 교사로서 느꼈던 부분을 콘텐츠로 만들기로 했죠. 학부모들끼리 소통하면서 퍼지는 ‘카더라’ 식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거나 고등학교 교사로서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조언을 건네는 식으로요. 입시는 고등학교 1학년이 아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되는 거거든요.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 입시를 공부하면 늦어요. 1학년의 시간을 날리는 게 되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정말 달라요. 내가 잘하는 것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것을 느껴요.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3개월 만에 1만 8,000명의 팔로어를 모았어요.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3남매한테 알리지 않고 시작했는데 안사돈이 먼저 발견했어요. 어느 날 큰딸이 “엄마, 시어머니가 엄마가 올린 영상을 다 보셨대. 왜 말을 안 했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내심 기다리고 있던 날이었어요. 그동안 디지털 기기와 거리가 먼 엄마였거든요.(웃음)
어쩌면 릴스를 통해 따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도 있겠네요.
조금은 그런 셈이에요. 얼마 전에 ‘육아맘의 착각’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콘텐츠도 곧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를 앞둔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저는 워킹맘이라 3남매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키워서 후회가 많았는데 정작 아이들은 괘념치 않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아이를 맡기는 사람에게 내가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면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도 함부로 못 해요.
인플루언서 활동이 선생님에게 주는 에너지도 있죠?
내 목소리가 필요한 곳이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아요. 가만히 보니까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처럼 진한 소통이 필요해요. 제가 잘하는 것을 진심으로 전하면 인친들도 그 진심을 느끼더군요. 그래서 끊임없이 과거의 나와 대화하면서 콘텐츠 주제를 탐색해요. 영상이 짧든 길든, 편집 기술이 좋든 나쁘든 인친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하고 싶어요. 우리 시대 사람들이 요리책을 보며 요리를 공부했던 것처럼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가 살아온 삶의 마일리지를 나누고 싶죠. 또 인친 중엔 실제로 제자도 많아요. “선생님!”이라면서 저를 반가워하는데 저 또한 너무 반가워요. 이 모든 과정이 엔도르핀을 돌게 하죠.
마지막으로 인플루언서로서 목표가 궁금합니다.
나의 노년을,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요. 지나보니 저는 평생 시간표 안에서 살았어요. 1교시에, 퇴근 시간에, 방학에 맞춰 삶을 살았죠. 이제 짜인 시간표가 없으니 나만의 건강한 루틴을 만들려고 해요. 퇴직했다고 브런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유의미한 걸 하고 싶거든요. 건강하게 내 시간표대로 사는 시니어의 라이프를 보여줄 거예요.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김지은(프리랜서) | 사진 : 이경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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