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캐넌, 그의 뒤를 따라가기 바빴다" 에이스의 고백, 안방마님도 "최고투수" 찬사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영원할 것 같았던 그들의 동행은 그렇게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지난 4년간 삼성 라이온즈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외국인투수 데이비드 뷰캐넌(35)이 결국 삼성을 떠난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지난 4일 "새 외국인투수 데니 레이예스와 계약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은 레이예스와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등 총 80만 달러의 조건에 사인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1996년생인 레이예스는 키 193cm, 몸무게 115kg의 뛰어난 체격조건을 갖춘 선수. 특히 왼손타자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였으며 최근 왼손 강타자가 많아진 KBO 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투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레이예스는 평균 구속 147km, 최고 구속 150km대의 패스트볼과 더불어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줄 안다. 삼성은 "로봇심판에 최적화된 투심 패스트볼 또한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특히 투수의 안정감을 보여주는 대표 기록인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와 볼넷 허용률(BB/9)이 우수하다"라고 평가했다.
이는 곧 뷰캐넌과의 완전한 이별을 뜻했다. 앞서 삼성은 지난 해 12월 22일 새 외국인투수 코너 시볼드와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사인했다. 이로써 올해 삼성은 시볼드와 레이예스로 외국인 원투펀치 구성을 마쳤다.
삼성은 뷰캐넌과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삼성 구단은 "지난 4년간 삼성 라이온즈의 마운드를 지킨 뷰캐넌은 최근 메이저리그 진출 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구단의 최종 제시안을 거절함에 따라 아쉽게도 재계약 협상이 결렬됐다"라고 밝혔다.
뷰캐넌은 2014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고 117⅔이닝을 던져 6승 8패 평균자책점 3.75로 활약했다. 그러나 2015년에는 74⅔이닝을 소화하면서 2승 9패 평균자책점 6.99에 그친 뷰캐넌은 2016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를 전전하다 2017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입단하면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어 젖혔다. 2017년 159⅔이닝을 던져 6승 13패 평균자책점 3.66을 남긴 뷰캐넌은 2018년 174⅓이닝을 소화하면서 10승 11패 평균자책점 4.03을 남겼고 2019년 99⅔이닝 4승 6패 평균자책점 4.79를 남긴 것을 마지막으로 일본 무대를 떠났다.
뷰캐넌이 새로 정착한 곳은 바로 달구벌이었다. 2020년부터 삼성과 함께한 뷰캐넌은 174⅔이닝을 던져 15승 7패 평균자책점 3.45로 활약하면서 삼성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에는 177이닝을 소화, 16승 5패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하며 다승왕 타이틀을 가져가는 한편 삼성의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끌었던 뷰캐넌은 2022년에도 160이닝을 던져 11승 8패 평균자책점 3.04를 남기면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고 지난 해에는 188이닝을 소화, 12승 8패 평균자책점 2.54로 뛰어난 투구를 보여주며 자신의 명성을 이어갔다.
외국인선수 신분이었지만 그는 결코 이방인이 아니었다. 쾌활한 성격으로 팀 동료들과 잘 어울렸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 애썼다. 팀을 위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해 8월 11일 인천 SSG전에서 그가 남긴 투구수는 127개였다. 삼성은 한때 창단 최초 꼴찌로 추락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지만 뷰캐넌의 역투가 있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투구 내용으로 보면 지난 해가 가장 완성도가 높은 시즌이었다. 200이닝에 가까운 188이닝을 던졌고 이는 뷰캐넌이 KBO 리그에 데뷔한 이래로 가장 많은 수치였다. 그러면서 피홈런 개수는 4개 뿐이었다. 2020년 16개, 2021년 13개, 2022년 10개에 이어 지난 해에는 한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난공불락'이었다.
KBO 리그에서 보낸 4시즌 동안 통산 113경기에 나와 699⅔이닝을 던져 54승 28패 평균자책점 3.02라는 뛰어난 성적을 남긴 뷰캐넌은 지난 해 7월 30일 고척 키움전에서 6이닝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고 KBO 리그 통산 50승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뷰캐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KBO 리그 통산 50승을 달성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뜻깊다. 한국에는 좋은 타자들이 많은데 50승이나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남기면서 "팀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런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내게 믿음을 준 구단과 내 뒤에서 열심히 플레이해주는 팀 동료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라고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뷰캐넌은 실력도 뛰어난데다 팬서비스 정신 또한 으뜸이었다. 특히 지난 해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던 KBO 올스타전에서 LG 외국인타자 오스틴 딘과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팬들을 즐겁게 했고 영화 '탑건 매버릭'에 나왔던 톰 크루즈의 의상을 입고 나타나는가 하면 투수인데도 타석에 들어서 고우석의 150km 직구를 때려 안타를 터뜨리는 놀라운 활약까지 보여줬다.
당시 뷰캐넌은 "팬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가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고우석의 150km 직구를 때려 안타를 터뜨린 것에 대해서는 "고우석이 100%로 실력 발휘를 한 것이 아니여서 내가 아주 운 좋게 안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겸손함을 드러낸 뷰캐넌은 '오타니 쇼헤이처럼 투타 겸업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농담 섞인 말에 "오타니와 동등하게 이름을 거론해주는 자체 만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기회가 된다면 배트를 잡고 한번 스윙을 돌리고 싶다"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뷰캐넌의 압도적인 피칭과 팬들과 호흡하는 퍼포먼스를 볼 수 없게 됐다. 뷰캐넌은 그냥 떠나지 않았다. 5일 아내의 SNS를 통해 팬들에게 전하는 영상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은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우리는 정말 돌아오기를 원했고 삼성에서 은퇴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라는 뷰캐넌은 "우리 가족이 한국에 온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주신 팬들의 사랑에 감사하다. 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팬 여러분은 언제나 우리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절대 잊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뷰캐넌은 "내 몸에는 언제나 푸른 피가 흐를 것이다"라고 말하며 영원한 라이온즈맨으로 기억되길 바랐다.
뷰캐넌의 아내 애슐리 또한 작별의 인사가 담긴 글을 게재했다. "지난 7년간 우리 가족은 아시아에서 살았다. 일본 도쿄에서 3년, 한국 대구에서 4년을 보냈다"라고 글을 시작한 애슐리는 "나는 우리가 극복한 모든 도전이 자랑스럽고 우리가 공유한 경험에 감사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족 같은 느낌을 주는 평생의 친구들을 만들었다"라고 한국에서 보낸 지난 나날을 추억했다.
이어 "나는 다른 나라로 혼자 가는 것이 너무 두려웠지만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우리 가족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었다"는 애슐리는 "나는 너무 그리울 것이다. 삼성 팬 여러분이 내 남편과 우리 가족에게 보여준 모든 사랑에 감사한다. 당신은 우리를 특별하게 느끼게 해줬고 우리는 그것을 사랑했다"라고 삼성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끝으로 애슐리는 "여러분이 보낸 모든 메시지를 읽었다. 여러분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다"라면서 "지난 4년 동안 정말 감사했다. 그곳은 우리의 아이들이 자랄 수 있고 우리도 성장할 수 있는 놀라운 장소였다. 여러분이 우리의 삶에 가져온 긍정적인 영향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우리는 한국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라고 덧붙였다.
뷰캐넌을 떠나 보내는 동료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삼성 선수들은 SNS를 통해 뷰캐넌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뷰캐넌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베테랑 안방마님 강민호는 "넌 나에게 있어서 최고 투수였다"라고 뷰캐넌을 추켜세우면서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 많이 보고싶을 것 같다. 내 친구!"라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뷰캐넌과 함께 삼성 마운드를 이끌었던 '토종 에이스' 원태인도 "항상 저는 그의 뒤를 따라가기 바빴습니다"라면서 "지난 4년간 나에게 너무 많은 걸 알려주고 나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선수"라고 뷰캐넌이 동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선수였음을 말했다.
이어 원태인은 "떠나는 게 너무나도 아쉽지만 어디서든 우린 서로를 응원하고 존경하기에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해서 다시 만났을 때는 나에게 기대한 모습, 그 이상의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되어 있을게요"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끝으로 원태인은 "당신이 그리울 것이다. 다시 만나자(I will miss you. Let's meet again.)"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자 뷰캐넌의 아내 애슐리는 원태인에 "앞으로 정말 훌륭한 일들을 해낼 것이다"라고 선전을 바라면서 "남편도 같이 뛰었던 순간을 무척 그리워할 것"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지난 해 박진만 감독을 새로 선임하고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삼성은 정규시즌을 8위로 마치면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종열 단장을 새로 선임한 삼성은 FA 시장에서 베테랑 마무리투수 김재윤과 4년 58억원에 계약을 맺으면서 뒷문을 보강, 올 시즌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뗐다. 그러나 뷰캐넌이라는 검증된 에이스를 잃은 것은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뷰캐넌은 사자 군단을 떠났다. 과연 삼성은 뷰캐넌의 이탈로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우선 뷰캐넌의 빈 자리를 대신할 선수로는 시볼드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볼드는 지난 해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으로 27경기를 뛰면서 87⅓이닝 1승 7패 평균자책점 7.52를 기록한 현역 메이저리거로 트리플A에서도 통산 13승 7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했던 선수다. NC가 지난 해 현역 메이저리거 에릭 페디를 전격 영입하면서 '페디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처럼 삼성도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영입한 시볼드가 올해 KBO 리그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삼성은 "시볼드는 평균 구속 150km대의 강력한 직구와 함께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의 완성도 높은 변화구를 구사한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활용도가 우수해 강력한 구위와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2024시즌 삼성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말 시볼드가 뷰캐넌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일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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