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ER 첫 플라즈마 생성 일정 공개…'사이언스' 2024년 주목할 이슈 선정
갑진년인 올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꿈꾸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첫 플라즈마 생성 실험의 날짜가 공개된다. 수 년간 전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장기 임상 결과도 발표된다. 인공지능(AI)과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의 대책 마련이 속도를 내고 세계 각국의 인공지능(AI) 규제 초석이 다져질 전망이다. 우주 분야에선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목성 위성 탐사선 '유로파'가 우주로 향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024년 주목할 과학계 이슈 10선을 4일 선정해 공개했다. 사이언스는 "올해 과학뉴스로 소식을 전하게 될 연구와 정책 이슈를 예측했다"고 말했다.
● 엘니뇨, 올해 지구를 더 뜨겁게 달굴 수도
지난해 엘니뇨는 2023년을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만든 원인으로 지목된다. 동태평양의 엘니뇨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강력해진 엘니뇨는 아마존과 호주의 가뭄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엘니뇨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세계 지표면 온도는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높은 수치다. 바다의 열 흡수 능력을 억제하는 엘니뇨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에도 많은 과학적 논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축소 촉각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과학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간 지출 법안을 둘러싼 의회의 교착상태는 과학 연구기관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대한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예산은 당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하기로 한 규모가 아닌 개별 기관에 대한 소폭 증액이 이뤄질 것으로 사이언스는 예상했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 전염병 대비 등 과학과 관련한 문제에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각국 AI 규제 경쟁 가속화
지난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일상 생활에 깊이 스며든 AI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각국 정부는 AI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속속들이 발표했다. 올해는 이러한 '규제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 기관들은 '책임감 있는 AI 개발'을 위한 표준 지침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 의회에선 AI가 경제 발전, 공중 보건, 시민 안전, 국방에 위협지 되지 않게 하기 위한 법안이 150개 이상 제출됐다. 유럽연합(EU)도 윤리적인 보호조치 채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이언스는 AI의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앞서 발표된 일부 규제는 쓸모가 없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뎅기열 확산 막는 '실험실 조작 모기' 출격
비영리 단체인 세계 모기 프로그램(WMP)은 뎅기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실험실에서 변형된 모기를 방출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WMP가 개조한 이집트숲모기는 특정한 박테리아를 보유해 특정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뤄진 실험에선 이 모기를 풀어놓는 전략이 뎅기열 사례를 대폭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WMP는 올해 중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개조 모기'를 풀어놓는 공식적인 지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 장기간 이뤄진 코로나19 임상시험들, 결실 맺는다
전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한 코로나19와 관련한 임상시험들이 올해 결과를 내놓는다. 특히 코로나19 장기 후유증(롱코비드) 치료법에 대한 위약 대조 임상시험 결과가 주목된다. 팍스로비드, 기타 항바이러스제 등 치료제가 장기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도 마무리된다. 의학계에선 이러한 임상 시험 결과는 향후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 중성미자의 질량에 대한 탐구 계속된다
아주 작은 질량을 가진 물질인 중성미자에 대한 연구가 계속된다. 중성미자가 쌓이는 순간을 포착하는 연구 등이다. 중상미자 질량에 대한 연구는 우주가 어떻게 반물질보다 더 많은 물질을 생성했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관련해 일본과 미국의 연구자들은 중성미자를 지구에서 수백 킬로미터(km) 떨어진 거대한 탐지기에 쏘아 '더 가볍거나 더 무거운' 중성미자가 존재하는지 살필 계획이다.
● '친원주민' 연구 협력 활성화
과학자들의 연구 환경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앞서 과학자들의 착취를 겪은 일부 원주민들은 연구자들과의 협력을 주저해왔다. 올해에는 원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거나 이들과 관련한 연구 프로젝트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국립과학재단은 '새로운 원주민 지식 및 과학 연결 센터' 건립을 위해 900만달러(약117억7200만원)를 투입하고 있으며 유전학자들은 원주민을 위한 코로나19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EU의 야심찬 친환경 정책, 정치적 대립에 맞닥뜨릴까
2020년 승인된 EU의 '그린딜(친환경 정책)'에는 유럽을 최초의 기후중립대륙으로 만들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에너지, 운송 등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기후 친화적인 조치를 약속한다. 이런 가운데 6월 선거철에는 극우 정당들이 높은 지지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언스는 이러한 추세가 유럽 그린딜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ITER의 첫 플라즈마 실험, 또 연기되나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로인 ITER는 2025년 예정됐던 플라즈마 생성 실험 일정을 연기했다. 올해 새로운 실험 날짜가 발표될 전망이다. 앞서 ITER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부품 제조 지연, 원자로 설계의 부적합, 냉각 파이프의 부식, 프랑스 원자력 규제기관의 안전성 제기 등의 문제를 겪었다.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 사무총장은 올해 수정될 일정을 공개할 예정이지만 관련해 지난해 10월 한 핵융합에너지 관련 행사에서 "좋은 소식은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 NASA의 목성 위성 탐사선 '유로파' 출격
NASA가 50억달러(6조5400억원)을 투자해 만든 목성 위성 탐사선 '클리퍼'는 10월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을 타고 우주로 향할 예정이다. 목성의 가장 큰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는 두께가 불과 수 킬로미터(km)에 불과한 얼음 지각을 갖고 있다. 그 아래에는 소금기를 먹은 광활한 '바다'가 있다.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란 설명이다. 2030년 유로파에 도달할 클리퍼는 직접 착륙해 샘플을 채취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표면을 스캔하고 위성 내부의 단서를 수집할 계획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