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금융]⑩넷플릭스의 '오지랖 자막'처럼
"통계부터 찾기 어려워…무관심에서 벗어나야"
"누구나 그들이 될 수 있다지만, 금융사도 기업"
"느슨한 금융소비자보호법…제도부터 정비해야"
금융 소외계층들의 이야기는 언론에서도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한시바삐 금융권의 목소리를 듣고 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다른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기자들에게도 생소한 주제였습니다.
그만큼 취재하면서 느끼는 점도 많았는데요. 직접 금융 소외계층들의 이야기를 듣고, 썼던 기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들어 봤습니다.
<김희정 기자>
기사를 쓰면서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통계 자료가 많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사회가 이들에게 무관심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슈가 있으면 그 때만 반짝 정책이 생겼다가 관심이 사라지면 없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통계 자료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금융 소외계층들에 대한 자료가 모자라다 보니 이미 나와 있는 자료들이 3년 전, 5년 전 같이 옛날 자료일 때가 많다. 통계 자료가 지금 상황을 반영 못할 수도 있어 기사를 쓸 때 활용하기가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항상 소외계층에 무관심한 게 문제인 것 같다. 장애인석에 앉아 있는 장애인을 본 적이 없지 않나.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요즘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나온 넷플릭스의 세세한 자막을 비장애인들이 더 많이 쓴다고 한다. 소외계층을 배려해서 만든 정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식의 배려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윤도진 기자>
넷플릭스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요즘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참 공감이 가는 부분이, 누구나 정신이 아픈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거다. 그 치료가 장애 기록으로 남을 수 있는 거고, 사회에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기능적으로 또 다른 위치에 놓을 수도 있다는 거다.
결국 '소수'라고 얘기는 하지만 그게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이 기획을 하고 있어서 더 그런 게 잘 보였을지는 모르겠는데, 소수의 일이라고 그걸 배려하는 게 불필요하다거나 효율적이지 않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기본적인 법 체계에서부터 아쉬움이 많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차별이나 소비자 권익보호에 느슨하다는 점에서다. 제조업의 경우 제조물 책임법과 같이 법의 이름에서부터 재화 제공자에 강한 책임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사에서 다뤘던 것처럼 금융은 선택적인 서비스라는 이유로 많은 책임이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금융이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으려면 제도적인 정비가 먼저 필요한 듯 하다. 그래야 요즘같은 비난에서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횡재세 같은 논의도, 이런 때가 기회가 아닐까 싶다. 남는 돈의 용처도 정하기 어려운데, 일부를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 확대하는 데 재투자하게 하거나 그렇게 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거나 하는 데 쓰면 어떨까. 손가락질 받는 때에 여러 가지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노명현 기자>
기사를 쓰면서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분석이나 통계 자료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취재를 하면서 은행 같은 금융사 입장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금융권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가 정책 차원에서 접근을 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한 만큼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금융사들에게 금융 소외계층의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면 형식적인 보여주기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금융 소외계층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경남 기자>
금융 소외계층들의 이야기도, 금융회사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는데 금융사들의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포용인데 전체를 감싸안는 정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고, 누군가는 사각지대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모두가 금융혜택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도입된 건데, 누군가는 그것때문에 금융상품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다. 법의 딜레마다. 다수에게는 혜택이 돌아가는데 소수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사들이 생각보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시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려운 상황을 듣곤 있지만 회사 입장에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하니 쉽지 않다. 비단 금융 소외계층 뿐만 아니라 모든 일반인들도 각 개인의 사정을 이해해달라고 하면 어렵지 않나.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논의가 돼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진아 기자>
취재를 하면서 금융사 자체적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어떤 대안을 내놓더라도, 그게 사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노인 특화점포를 만들고 있지만, ATM기기 등이 기존에 은행에서 쓰던 것과 다르다 보니 오히려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 지점들을 맞춰가는 게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사례를 보면서는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로 금융 소외계층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정답이 없는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강지수 기자>
국가마다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기도 하다. 청년층이 많은 동남아의 경우는 젊은 인구가 많아 모바일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핀테크 사용이 늘어날수록 금융소외계층이 줄어든다고 한다.
반대로 우리나라나 일본같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나라들은 오프라인 접근성이 떨어지면 금융소외계층이 늘어난다.
현실적으로 금융 소외계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계속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인 것 같다. 은행 점포가 사라지면 근처 우체국이나 편의점에서 오프라인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고, 좀더 선제적으로 노인 계층에게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도 다 여러 가지 방식을 시도해 보는 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시리즈 끝>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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