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이 휙휙 지나갔다” 맨발로 24㎞ 뛰어 탈출한 이스라엘 청년 생존기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공격했을 당시 그들이 습격한 남부 노바 음악 축제장에 있던 한 청년의 생존기가 4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을 통해 공개됐다. 가디언은 이에 대해 “무려 360명의 이스라엘 젊은이가 살해된 축제에 관해 가장 자세하게 드러난 이야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나다브 하난(27)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맨발로 15마일(약 24㎞)을 걸어 탈출했으며, 그 과정에서 하마스 대원들의 매복 공격을 7차례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격이 시작된 건) 파티가 정점에 이른 오전 6시쯤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메인 무대에 있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없었을 거다”라며 “하지만 나는 아이언돔(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봤다. 파티가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했다.
하난은 “그 직후 경보를 들은 여자친구와 엄마로부터 ‘집으로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친구들과 함께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갔는데, 축제장 밖으로 나가는 길이 꽉 막혀있는 것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매복한 하마스 대원들이 빠져나가는 차량을 공격해, 운전자들이 차를 돌려 다시 축제장으로 돌아오면서 혼란이 빚어진 것이었다.
하난은 “남쪽으로 가려고 했을 때 그 방향에서 다른 차가 들어오는 것을 봤다”며 “몹시 겁에 질린 두 남자가 있었다. 그들은 주유소까지 갔다가 (하마스 대원들로부터) 총을 맞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난은 ‘무언가 매우 잘못됐다’고 느껴 친구들과 함께 차를 버리고 도보로 들판을 가로질러 도망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뒤이어 엄청난 공포가 그들을 덮쳤다고 했다. 다리에 총을 맞은 젊은 여성을 태운 구급차와 부상자를 태운 축제 주최측 골프카트가 연달아 지나갔기 때문이다.
잠시 뒤 근처에서 첫 번째 총소리가 들렸고, 하난과 친구들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무작정 앞으로 달렸다고 한다. 그는 바닥이 마른 강에 도착했을 때는 뛰는 데 방해되는 샌들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난은 “중간에 뒤를 돌아 본 친구는 ‘그들이 보인다’고 외치기도 했다”며 “우리는 4m 높이의 둑 위로 기어올라 멀리 있는 나무를 향해 뛰었다”고 했다.
하난은 “이때부터는 모든 게 기억나진 않는다. (충격에 의해) 기억이 삭제된 것 같다”면서 “우리가 방향을 바꿔도 계속 총격을 받았는데, 그때 들었던 생각은 ‘그들이 어디에나 있다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사방에 하마스 대원들이 있었고 일부는 글라이더를 사용하거나 경찰복을 입고 있어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어딘가에 숨어있어야 한다”고 했을 때도 하난은 “계속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넓은 밭에 도착했을 때 오토바이를 탄 하마스 대원들이 또 나타나 총을 쏘기 시작했다”며 “총알이 휙휙 소리를 내며 모래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등에 점점 커지는 거대한 과녁이 달려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뒤돌아보면 죽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때 하난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군 당국으로부터 온 예비군 소집 통보 전화였다. 하난은 “이미 그곳에 있다고 설명하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휘관은 도울 수 없다고 하면서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미 3시간 정도를 달려온 하난 일행은 지쳐 농업용수를 마신 뒤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나온 들판에서 이스라엘 헬리콥터에 탄 군인들과 하마스 대원들이 교전하는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난 일행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대원들을 처리했을 거란 희망을 가지고 파티시 마을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그들은 마을에서 트레일러가 달린 농업용 픽업트럭에 탈 수 있었다. 트레일러 안에는 약 40명이 포개진 상태로 타 있었다고 한다. 하난은 “약 10시간 정도를 달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하마스로부터 공격받은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난은 “계속해서 당시가 떠오르고, 테이블 위에 손가락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어도 총소리로 착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난은 ‘하마스 대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평화를 믿는다. 우리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공격은) 혐오스러운 일이다. 정신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누구도 할 수 없을 일”이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에게 명령을 거절할 선택권이 있었으나, 그들이 다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우리를 절망하게 만들고 망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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