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누가 믿을까, 거품 낀 한국 아마골퍼 평균 타수

김인오 기자 2024. 1. 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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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떤 자리든 모이면 골프가 가장 맛난 안주거리다. 누군가 라운드를 복기하면서 '싱글 스코어'를, 또는 '드라이버로 250미터를 날렸어'라고 말하면 이에 질세라 다른 골퍼는 올해 첫 라베(라이프타임 베스트Lifetime Best Score )를 쳤다며 자랑을 한다. 눈치없는 또 다른 골퍼는 아내가 골프한지 1년 만에 백파(100타 깨기)를 했다며 얘기한다. 누군가가 멈추지 않으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골프 이야기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렇게 잘 치는 골퍼가 왜 유독 나하고만 치면 그 스코어를 보여주지 못하는 걸까. 여기엔 우리 대한민국 골퍼만의 거품 낀 스코어 표기 방법 때문이다. 1번홀 화면 조정 타임 '일파만파'(네 명 모두 파)에 18홀 끝 날 때도 이 공식은 깨지지 않는다.

또한 트리플 이상은 무조건 더블로 적고, 멀리건 전반 1개, 후반 1개는 물론 해저드와 OB도 수시로 한 번 더 쳐서 좋은 점수로 기록한다. 그리고 1미터 이내는 컨시드(concede:일명 OK)를 준다. 일본 골퍼들은 컵에 볼이 들어갈 때까지 컨시드를 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것이 맞는 룰이다.

과연 나의 골프 스코어가 진정한 타수라 말할 수 있을까. A골프장 캐디말에 의하면 1번 홀부터 정식으로 스코어를 표기하는 골퍼는 열에 두, 세 명 정도라고 한다.

얼마 전 2023년 국내 골퍼 평균 타수를 3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업체에서 발표 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한국 골퍼의 평균 타수는 91.5타이었다. 남성은 90.8타, 여성이 92.7타라고 해 정말 깜짝 놀랐다. 이 수치는 세계 어느나라 평균 타수와 비교해도 대한민국이 압도적인 1위다.

2017년 골프존은 한국 골퍼의 평균 타수가 96.9타이며 남성은 93.8타, 여성은 100타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사실 골프존이 발표한 한국 골퍼의 평균 타수도 거품이 조금은 낀 스코어 일 것이다.

전자와 비교해보면 한국골퍼 평균 타수는 5.4타가 줄었고 남성은 2타, 여성은 무려 7.3타가 줄었다. 수치상으로는 한국 골퍼의 실력이 급격하게 올랐으니 반길만 하지만 오히려 맹점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여성 골퍼와 MZ골퍼들이 급격하게 늘었기에 사실 골프존의 100타보다 오히려 평균 타수가 늘어야 하는데 많이 줄었다. 이는 남성 골퍼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대한민국 골퍼만큼 골프를 스코어와 전쟁 같은 라운드를 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또 재미난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는 평생 80대 스코어에 진입하지 못하는 골퍼가 60% 이상이라는 자료가 발표된 적이 있다. 그래서 "골프의 룰과 에티켓을 철저히 지키는, 그래서 세상에서 골프만큼 재미없는 경기는 없다"고 미국 골퍼들은 역설적으로 말한다.

미국 컬럼비아대 공학박사 루시우스 리치오는 수만 장의 라운드 스코어 데이터를 분석한 적이 있다. 한 라운드에서 85타를 치려면 페어웨이 안착률은 46%, 그린정확도는 33%, 라운드 당 퍼트 수는 33.7개, 버디는 0.8개, 파는 6.6개를 해야 한다고 했다. 통계만 보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말 내 스코어가 골프 룰을 제대로 지켜가면서 만들어 낸 스코어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일이다. A골프장 캐디의 말이 충격적이다. 룰대로 제대로 적으면 80대 골퍼는 모두 90대 스코어, 90대 골퍼는 100대 스코어, 100대 골퍼는 120개 스코어까지 나온다는 말에 자랑스럽던 내 스코어가 민망해진다. 

오죽하면 미국에서도 골프는 낚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미국인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오락이라고 찰스 프라이스가 말했을까. 우리가 자랑하는 골프스코어는 사실 거품이 끼어있다. 올해는 제대로 나의 스코어를 첫 홀, 마지막 홀, 일파만파, 무파만파, 멀리건, 해저드, OB까지 제대로 기록해서 1년간의 평균 스코어를 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랜드 랜드 라이스는 "골프에서 테크닉은 겨우 2할이다. 나머지 8할은 철학, 유머, 비극, 로맨스, 멜로드라마, 우정, 동지애, 고집 그리고 회화다"라고 했다. 골프스코어와 성적을 위한 기술 향상보다, 함께 간 지인과 가족들과 함께 자연에서 교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린 너무도 보여주기 식 골프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았나, 2024년 정초부터 되돌아보자. 그래야 저 말도 안 되는 한국인 평균 타수 통계가 제대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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