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엔 파란 피가 흐를 것이다." 글러브에 태극기를 붙였던 외인 투수... 결별하는 순간에도 팬들을 잊지 못했다[SC 포커스]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끝까지 삼성 라이온즈 팬들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끝내 삼성 라이온즈와 결별한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자신의 SNS에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 보통은 자신의 마음을 글로 남기지만 뷰캐넌은 달랐다. 직접 영상을 찍어 올렸다. 글로는 담기지 않을 그 마음을 표정과 음성으로 직접 남겼다.
삼성은 4일 뷰캐넌과의 재계약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는 것과 함께 새 외국인 투수 레이예스와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레이예스는 계약금 10만달러, 연봉 50만달러, 옵션 20만달러 등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했다. 새 투수 코너 시볼드(총액 100만 달러), 새 타자 데이비드 맥키논(총액 100만 달러)와 계약했던 삼성은 이로써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지난해엔 외국인 선수 3명과 모두 재계약을 했지만 올해는 3명을 모두 교체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뷰캐넌과의 재계약 불발은 삼성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 삼성은 KBO리그의 규정에 따라 최선을 다해 잡으려 했으나 결국 손을 놓은 건 뷰캐넌의 선택이었다.
뷰캐넌은 KBO리그에서 성공한 외국인 투수였다. 2020년에 삼성에 온 뷰캐넌은 그해 15승7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하며 단숨에 에이스로 등극했다. 2021년엔 16승5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2년 연속 15승을 돌파. 2022년엔 11승8패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12승8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엔 188이닝을 소화하며 KBO리그에서의 4년 중 최다 이닝을 던졌다. 그러면서도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인 2.54를 기록하면서 더욱 믿음을 안겼다.
삼성 선수들과도 잘 지냈고, 더그아웃에서 팀 분위기를 올려주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했다. 팬서비스는 최상급이었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역대급으로 팬들이 인정할 정도였다. 자신의 글러브에 태극기를 붙일 정도로 한국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다.
1989년생으로 2024시즌에 35세가 되는 뷰캐넌이지만 삼성은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뷰캐넌은 메이저리그 오퍼를 받으며 고민을 했고, 삼성에 다년 계약을 요구했다.
삼성은 다년계약을 받아들였으나 결국 액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3명의 총액 400만달러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었다.
끝내 뷰캐넌은 삼성의 최종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삼성은 레이예스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뷰캐넌은 4년 동안 113경기에 등판해 699⅔이닝을 던져 54승28패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했다. 539개의 삼진을 잡았고 191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물론 다시 삼성에 돌아올 수는 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올 때는 상한선인 100만달러 적용을 받게 된다.
뷰캐넌은 삼성과의 결별이 공식 발표된 이후 자신의 SNS에서 작별 영상을 업로드했다. "알고있겠지만 나와 나의 가족은 이번 시즌에 삼성으로 돌아가지 않게 됐다"는 뷰캐넌은 "돌아오기를 원했고, 삼성에서 은퇴까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잘 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뷰캐넌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라면서 "그러나 여러분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려드리고 싶었다"라고 영상을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뷰캐넌은 "우리 가족이 온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여러분이 우리 가족에게 주신 사랑은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그곳에서 자랐다. 그 환경과 그 문화 속에서 자랐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고 지금도 내 가슴을 굉장히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는 뷰캐넌은 "우리는 여러분께서 4년동안 주신 추억에 대한 감사함과 사랑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일만 있길 바라며 여러분은 우리의 가슴속 특별한 곳에 언제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절대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한 뷰캐넌은 "언젠가 다시 볼 날이 있길 바란다"라고 했다.
뷰캐넌은 마지막으로 "내 몸엔 언제나 푸른 피가 흐를 것이다"라며 삼성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이제 삼성은 뷰캐넌 없이 시볼드와 레이예스로 2024시즌을 치러야 한다.
시볼드는 '제2의 페디'로 이미 한차례 삼성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지난해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풀타임에 가깝게 메이저리그에서 던졌기 때문이다. 27경기(13번 선발)에 등판해 1승7패 평균자책점 7.52를 기록했다. 사실상 현역 메이저리거가 올해 삼성에서 던지는 셈이다. 지난해 MVP였던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도 2022시즌 워싱턴 내셔널즈에서 풀타임으로 뛰었던 메이저리거였으나 방출된 뒤 NC로 왔고 KBO리그를 평정한 뒤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갔다.
시볼드는 평균 150㎞대의 강력한 직구와 함께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의 완성도 높은 변화구를 구사하고 스트라이크 존 좌우 활용도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이예스가 어떤 피칭을 할지도 관심이다. 1996년생으로 올해 28세로 젊은 레이예스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우완 투수다. 좌타자에게 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뉴욕 메츠 메이저리그에서 9경기(선발 3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있으며, 마이너리그에서는 20경기(선발 18경기)에서 91⅔ 이닝을 소화했다. 평균 구속 147㎞, 최고 구속 150㎞대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로봇심판에 최적화된 투심 또한 수준급으로 구사한다는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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