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동시장의 과거에 연연해 보는 이유

구정모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2024. 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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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토대로 경영 인프라를 구축하고 활용해 성장하고 생존해 나간다.

그런데 어느새 최상위 그룹사조차 그동안 돈을 벌어다 준 경영 방정식이 잘 들어맞지 않거나 통하지 않게 된 처지에 놓여버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작금의 노동시장 상황에서 사용자가 성과를 내야 노동자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본질을 존중하고, 오히려 시선을 과거로 돌려 사람·일·돈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요란하게 울리는 비상벨을 끄기 위한 첫걸음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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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모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기업은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토대로 경영 인프라를 구축하고 활용해 성장하고 생존해 나간다. 그런데 어느새 최상위 그룹사조차 그동안 돈을 벌어다 준 경영 방정식이 잘 들어맞지 않거나 통하지 않게 된 처지에 놓여버렸다. 유럽에서 국가 간 현대전쟁이 발발해 글로벌 공급망에 일대 충격을 가하고 있고 강대국이 자국 중심 보호무역 체제를 강화해 한국이 선호해 온 국제 경제질서를 뒤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노동시장의 앞날을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은 당연하다.

경영 리스크를 줄이거나 다가오기 전에 피하려는 산업현장의 발 빠른 움직임을 쉽게 접하게 된 배경이다. 기업의 채용축소, 보유인력 재배치와 운용 효율화, 희망퇴직을 비롯한 인위적 인력조정 확대, 조직 활력도 제고와 긴장문화 조성이 예다. 다수 기업에서 목표한 성과를 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팀장급 인력의 기능과 책임을 재정렬하고 전체 팀장 규모를 줄이고 있다. 즉 일정 규모 이상의 팀장을 면(免)보임 조치해 팀원으로 하향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자주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정확히 6년 전인 2016년 1월, 고용노동부는 '공정인사지침'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른바 노동분야의 '적폐'로 지목돼 불과 1년 만에 폐기됐다. 결과론이겠지만, 해당 지침이 유효했다면 우리 노동시장이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됐을지 궁금해하는 이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최근 노사 분쟁에 대한 법원의 판시 추세와 '경사노'의 논의 주제, 그리고 정부 노동정책 방향성을 보고 있자니, 과거 노동 분야의 '적폐'가 품고 있던 내용이 조금씩, 아니 가시적 모습으로 다시금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침은 저성과 직원을 면밀히 평정하기 위한 제도·방안을 사측에 요구하고, 직무역량 향상 기회제공 확대를 강조했다. 특히 당사자인 직원 참여를 통한 역량교육 설계, 직무전환·부서이동과 같은 타 직무 부여 등, 인력개발의 책임은 사용자에 있다는 바를 명시했다는 점이 필자가 과거에 연연해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장시간 근로개선과 고용확대, 출산율 제고와 정년연장, 근로계약 개별성 강화와 해고 회피절차 구체화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위한 디딤돌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경기침체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반면 앞으로 3년 이상은 커진 불확실성만큼 노사정 갈등 격화는 자명하다. 조직운영 효율화, 즉 일 잘하는 더 적은 수의 노동자나 한정된 인건비 운용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활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청년을 중심으로 한 고용실행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대규모 고용 탈락자의 사회적 불만이 오랜 기간 누적되어 표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비상벨(alarm bell)의 형태로 연이어 울리고 있다고 하겠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노력한다고 해서 당면한 노동시장 이슈가 해결될 여지는 크지 않다. 사실상 집단적 근로계약과 증액형 보상이라는 틀에 있는 우리 노동법제와 기업 임금구조가 인력운용을 위시한 경영 유연화 실행을 쉽게 허락하지도 않는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작금의 노동시장 상황에서 사용자가 성과를 내야 노동자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본질을 존중하고, 오히려 시선을 과거로 돌려 사람·일·돈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요란하게 울리는 비상벨을 끄기 위한 첫걸음일 수 있겠다. 구정모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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