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내 안에서 찾는 행복

심옥녀 소설가 2024. 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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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늘 다이어리 첫 장에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는다.

작가로서 원하는 목표도 있고, 회사에서의 실적과 성과에 대한 것도 있다.

내게는 올 것 같지 않았던 시간이 어느새 내 앞에 성큼 다가와 바투 앉고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50이란 숫자에 압도당한 새해 첫날, 다이어리를 펼쳐 두고 내게 주어진 하늘의 명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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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옥녀 소설가

새해가 되면 늘 다이어리 첫 장에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는다. 작가로서 원하는 목표도 있고, 회사에서의 실적과 성과에 대한 것도 있다. 또 자산과 건강에 대한 목표도 늘 빠지지 않지만 대부분 목표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한해가 끝나버린다. 그래도 새해가 되면 또다시 무슨 의식처럼 비슷한 목표를 적는다.

돌이켜 보면 참 치열하게 살았다. 이십 대에는 시골에서 상경해서 공부하느라 바빴고, 삼십 대는 해외에서 일을 배우며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사십 대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이 전쟁이었다. 그 숨가빴던 하루하루가 모여 벌써 오십 언저리가 되었다. 내게는 올 것 같지 않았던 시간이 어느새 내 앞에 성큼 다가와 바투 앉고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지 지켜보겠다는 심산으로.

오십은 하늘의 명(命)을 깨닫는다고 해서 지천명(知天命)이라 한다. 50이란 숫자에 압도당한 새해 첫날, 다이어리를 펼쳐 두고 내게 주어진 하늘의 명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올해는 딱 한 가지만 적었다.

'주위에 휘둘리지 말고 내 안에서의 행복을 더 많이 찾자.'고.

그 동안은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제는 방향을 틀어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가자고. 좀 더 느리게, 좀 더 천천히 살자고. 서두를 것 없다고, 걱정할 것 없다고. 그간에 쌓은 삶의 지혜와 노고로도 살아갈 날들은 이미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더 이상 고가의 쇼핑이나 자극적인 SNS로 나의 귀중한 돈과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그 공간에 나를 행복하게 하는 작은 것들로 하나씩 채워 넣자. 해맑게 웃어주는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 음악 감상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없애고, 일주일에 두 번은 신나게 줌바를 추자. 내가 좋아하는 커피로 영혼을 깨우고, 산책하는 시간이 유일한 명상이므로 자주 집을 나서자. 나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그러고도 남은 에너지로 집안일과 회사 일을 해도 괜찮다고. 심옥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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