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최초→최초' 삼성 구단 역사 쓰고 11375구 던진 푸른 눈의 에이스, 끝내 합의 불발 '4년 동행 끝이 났다'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데이비드 뷰캐넌(34)과 이별하게 됐다. 더그아웃의 분위기메이커 역할은 물론 삼성 투수들의 멘토로 활약했던 뷰캐넌과의 인연은 4년으로 끝이 났다.
2020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뷰캐넌은 구단 외인 역사를 써내려갔다. '구단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었다. 2021시즌 16승으로 역대 삼성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어 2022년 11승을 거두며 구단 최초로 3시즌 연속 10승을 달성한 외국인 선수가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23시즌 재계약과 함께 구단 최장수 외국인 선수(4년) 타이틀까지 얻었다. 그리고 12승의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고,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하며 삼성 마운드를 이끌었다. KBO리그 통산 113경기 699⅔이닝 54승 28패 평균자책점 3.02의 성적을 남겼다.
성적만 좋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그가 보여준 워크에식은 최고였다. 먼저 매 경기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했다. 2022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17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단연 투구수도 가장 많았다. 4시즌 동안 무려 1만1375구의 공을 던졌다.
젊은 선수들의 멘토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삼성 토종 에이스 원태인은 뷰캐넌과 함께 시즌을 치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뷰캐넌의 조언으로 자신만의 루틴을 정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활약으로 이어졌다.
그라운드 밖에선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다. 등판을 하지 않는 날이면 누구보다 크게 응원을 한다. 투수가 이닝을 잘 마무리할 때나 호수비로 이닝이 끝날 때면 누구보다 빠르게 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선수가 바로 뷰캐넌이었다.
더 나아가 KBO리그 팬들도 즐겁게 만들었다. 지난해 올스타전이 그랬다. 올스타전 무대를 누비며 맹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걸그룹 뉴진스의 ‘하입 보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분위기를 달궜고, 클리닝 타임 때는 영화 ‘탑건’의 주인공으로 변신해 사직구장의 팬들을 감탄시켰다.
하이라이트는 뷰타니(뷰캐넌+오타니)였다. 당시 8회 우익수로 나와 오지환의 타구를 펜스 앞에서 잡는 호수비를 펼친 뷰캐넌은 9회 2사에서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마무리 고우석의 150km 강속구를 받아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사직구장의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다. 아쉽게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수상하진 못했지만 뷰캐넌의 활약은 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경기장 안팎으로 좋은 행동을 보인 뷰캐넌을 삼성은 당연히 잡고 싶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외국인 최고 대우로 잡으려 했다. 다년 계약 카드까지 써 가며 협상을 이어갔지만 최종 결렬됐다. 뷰캐넌의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를 받고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삼성은 데니 레이예스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총 80만 달러 계약이다.
이로써 삼성과 푸른 눈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뷰캐넌의 동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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