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자구책에 채권단 '부글부글'…태영건설 워크아웃 물건너가나

한유주 기자 2024. 1. 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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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사재출연 부재…기존 약속한 자구책도 미이행
반대매수청구권 행사, 워크아웃 불발 가능성도 제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채권자 설명회가 진행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2024.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에 빠진 태영건설(009410)이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자구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다급해진 태영그룹은 논란이 됐던 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했고, 매각대금 일부는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불신이 커진 채권단 일각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와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 '맹탕' 자구책 발표에 채권단 불신 커져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3일 채권단을 상대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윤세영 회장 등 태영건설 관계자도 참석해 경영 현황과 자구책을 발표했지만 채권단에 실망감만 안겨줬다는 평이 나온다.

태영건설은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오너일가의 사재출연, SBS 지분 매각 등 실효성 있는 대안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존에 약속한 자구책마저 뒤집으면서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태영건설은 앞서 태영 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썼다. 나머지 잔액은 지주사인 TY홀딩스의 채무변제에 쓰면서 태영건설을 살리기보단 총수 일가를 지키기 위해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일부가 사재출연" vs "말장난"

다급해진 태영그룹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약속대로 전액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또 매각대금 중 416억원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지분을 매각한 금액, 즉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TY홀딩스에 따르면 매각대금 1549억원 중 400억원은 알려진 대로 태영건설의 협력업체 공사대금에 사용됐다. 또 TY홀딩스에 청구된 연대채무 상환에 890억원이 투입됐다는 것인데, 이를 '총수 일가 살리기'로 바라보는 채권단과 달리 태영 측에선 '태영건설 살리기'로 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TY홀딩스는 나머지 259억원은 태영건설 공사현장 운영자금 등에 투입됐다는 입장이다.

사재출연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채권단은 태영 측이 기존에 내놓은 자구책 외 오너일가의 추가 자금 투입을 기대했다. 하지만 태영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일부인 416억원이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에 해당한다며 해석을 달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전액이 태영건설로 가야 했던 것이 원래의 약속이었고 사재출연은 그 외 신규로 추가자금이 투입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기존 자구책의 일부를 사재출연으로 해석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워크아웃 개시 불투명…법정관리 가능성도 거론

태영과 채권단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오는 11일 예정된 1차 채권자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불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워크아웃 개시가 불발되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설 수 있다. 이 경우 금융채권은 물론 상거래 채권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된다. 협력업체와 수분양자의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추가 지원은 물론 대규모 정리해고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파산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한편 건설업에 대한 금융권의 불신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으로 부실우려가 확산할 수도 있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일부 채권단이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로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매수청구권은 주요 결정 사항에 반대하는 채권자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찬성 채권자에게 매수해달라고 요구하는 권리다. 이번 경우에는 워크아웃에 찬성하는 금융사가 청산 가치에 준하는 채권액을 반대 측에 물어줘야 하는데, 산은은 태영건설이 직접 이 채무를 인수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관계자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워크아웃 개시도 문제지만 이후 절차에서도 어그러질 수 있는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며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오너일가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wh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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