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 최고로 만들어야죠” 신진서는 여전히 앞만 보고 달린다[신년인터뷰]
요즘 한국 바둑은 그야말로 신진서 9단(24)의 천하다. 2020년 1월 박정환 9단을 제치고 랭킹 1위에 올라선 뒤 지난해 12월까지 48개월 연속 1위를 질주하고 있고, 그 사이 무수한 우승과 기록들을 쏟아냈다. 현 시점에서 그는 명실상부한 한국 바둑의 ‘1인자’다.
2000년생 용띠인 신진서는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더욱 기세를 올려 앞으로 나가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다. 이미 최고의 위치에 도달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최근 한국기원에서 만난 신진서는 2023년을 복기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신진서는 “농심신라면배에서 이기면서 기분좋게 시작했는데, 란커배 결승에서 너무 아프게 패한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며 “응씨배 우승과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최소한의 목표는 이룬 것 같은데, 그래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신진서의 2023년은 대단했다. 지난 8월, 4년마다 한 번씩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9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중국의 셰커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아시안게임에서도 개인전 금메달을 놓치긴 했으나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여기에 한국 바둑 사상 최초로 연간 100승(112승15패)을 달성했고, 승률도 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90%를 달성하지 못했으나, 88.2%로 대단히 높았다.
이런 신진서가 아쉽다고 하는 이유는, 영광의 순간 못지 않게 아픈 순간 또한 많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언급한 란커배 결승전 패배도 그렇고, 지난해까지 5연패를 달성했던 GS칼텍스배에서는 16강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여기에 삼성화재배 8강에서도 쓰라린 패배를 당하며 2연패가 무산됐고, 몽백합배에서도 16강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진서는 “란커배 결승은 어떻게 보면 내 바둑 인생에서 가장 아픈 기억이 될 것 같다. 초창기 때 나올법한 안 좋은 습관들이 나왔다. 정말 너무 한심했다”며 “솔직히 승률 90%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스스로는 계속 중요한 시합을 지고 있고 내용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승률이 왜 이리 높을까 의아했다”고 설명했다.
1인자의 반열에 들어선 후 매년 80%를 웃도는 높은 승률에 우승도 밥먹듯이 하는 신진서도 이제는 ‘지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국을 소화했던 2023년을 보내면서 그러한 생각도 더욱 커졌다. 신진서는 “솔직히 내 바둑 인생 전체로 보면 한 50% 정도는 온 것 같다. 나도 해가 갈수록 조금씩 지친다는 것을 느낀다”며 “초심을 계속 가지고 갈 수 있다면 좋은데, 그렇지가 못하다. 솔직히 기록적인 부분은 많이 달성했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개인적으로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응씨배 우승으로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을 5회로 늘렸음에도 “늘 세계대회 결승만 가면 더해야 할 것을 빼고, 빼야할 것을 더하고 있어 고민이다”라며 불만족스러워하는 것에서 1인자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다.
청룡의 해를 맞아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신진서가 욕심 내는 것은 역시 우승, 그것도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이다. 테니스처럼 세계 랭킹 개념이 없는 바둑에서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은 바둑기사의 강함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신진서는 “난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승부사적 역량이 부족한 것이 가끔 튀어나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자책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고, 그게 나를 속박했던 것 같다. 이제는 많이 내려놓고 편하게 마음을 갖고 싶다”며 “어떻게 보면 아쉽지만,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청룡의 해인 2024년은 최고의 한 해로 만들고 싶다. 여러 방면에서 1인자가 되고 싶은데, 돌고 돌아 결국 세계대회 우승을 해야 한다. 반드시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청룡의 기운을 받은 신진서의 다짐이 역대 최고의 해를 예고한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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