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서 당선되고 싶다"… 보수 불모지에서 진심 전한 한동훈

유지혜 2024. 1. 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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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비대위원장 취임 후 첫 광주 방문
“헌법 전문에 넣으면 자랑스러워질 것”
민주묘지 열사 비석 어루만지며 추모
“어떨 땐 오른쪽, 어떨 땐 왼쪽서 답 선택”
유년 보낸 청주 찾아 중도층 표심 구애
국민의힘 “5·18 왜곡 인쇄물 배포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 윤리위 회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보수의 불모지인 광주를 방문해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충북 청주에서도 중원·중도층 표심에 구애하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이날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을 말씀드린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단순히 동의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또 “우리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들어가면 헌법이 훨씬 더 풍성해지고, 선명해지고, 자랑스러워질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5·18 정신 헌법 수록은) 절차의 문제”라며 “적극 찬성하고, 그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당 차원에서 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5·18 정신 헌법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5·18 열사의 비석을 어루만지며 추모했다. 현장에는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지지자들의 플래카드와 5·18 단체의 ‘헌법 전문 수록하라’는 현수막이 함께 등장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여파로 이날 한 위원장에 대한 경호는 대폭 강화됐다.

한 위원장은 호남 민심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솔직히 말씀드린다. 우리 당은 광주에서 호남에서 정말 당선되고 싶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당의 승리에 앞서서 이 나라 정치의 값을 매기지 못할 정도의 대단한 승리”라고 말했다.

또 “저와 저 이후의 세대들은 5·18 민주화운동이나 광주 시민들에 대해서 부채의식이나 죄책감 대신에 내 나라의 민주주의를 어려움에서 지켜주고 물려줬다는 깊은 고마움과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는) 동료시민으로서의 연대의식을 가지는 것을 더 강하게 해준다”고 주장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채감을 이야기해온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청주 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 소속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이 지난 2일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이 주도한 내란’으로 폄훼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인쇄물을 전체 시의원실에 돌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입장을 내고 “한 위원장의 엄정, 신속 대응 조치에 따라 조속히 당 윤리위원회를 개최하고 해당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에 이어 청주를 찾은 한 위원장은 청주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충북의 동료시민들은 만만한 분들이 아니라 민심의 바로미터(가늠자)”라며 “충북의 마음을 얻는 것은 대한민국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호 대폭 강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4일 광주 송정역에 도착해 경찰의 근접 경호를 받으며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한 위원장 광주 일정에는 경찰 280여명이 투입됐다.광주=뉴스1
청주 한씨인 한 위원장은 청주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언급하며 충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검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문재인정부 시절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던 것을 거론하며 “진천에서 보낸 시간이 화양연화(花樣年華·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같은 시절이었다”고도 했다.

한 위원장은 중도층 공략을 위한 대략적인 구상도 밝혔다. 그는 “우리의 정책은 현금이고 민주당 정책은 약속어음일 뿐”이라며 ‘집권 여당 메리트’를 내세웠다. 이어 “모든 이슈에서 미적지근하게 중간 지점을 선택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며 “어떤 이슈에서는 오른쪽 정답을 내릴 것이고, 어떤 이슈에서는 그보다 왼쪽 지점의 정답도 찾을 것이다. 그걸 통해 중도에 있는 동료시민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행사 종료 후 당원들의 사진촬영 요청이 잇따르자 예매한 귀경 기차표를 취소하고 1시간 가까이 행사장에 머무르며 일일이 셀카를 찍었다.

유지혜 기자, 광주·청주=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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