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바이든 행정부 '2개의 전쟁' 딜레마…'출구 전략'은?

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2024. 1.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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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개의 전쟁' 막아보려 애썼지만 '물거품'
'친 이스라엘 정책', 민주당 지지층에 '균열'
전후 가자지구 질서, 미국-이스라엘 '이견'
'두 국가 해법', 선결 조건 해결부터가 '난망'
바이든 행정부, 양쪽에서 '출구 전략' 모색
연합뉴스


만 2년이 돼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어쩔 수 없이 미국은 '2개의 전쟁'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미 대선이 오는 11월로 다가온 상황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쪽 전장에서 미국의 위치가 흔들리면 자연스레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력이 강했을 때는 '2개의 전쟁'도 불사하면서, 결국엔 모든 곳에서 승리를 이끌어 '팍스 아메리카나'를 재확인하는 군사 전략이 가능했다.

하지만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있고, 미국의 입김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도 '큰 전쟁'이 동시에 터지고 이를 감당해 내야하는 것이 달가울 리가 없는 것이다.

자칫 미국이 개입한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미국의 위신과 영향력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 이를 기화로 또 다른 전쟁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2개의 전쟁' 막아보려 애썼지만…'물거품'

 
연합뉴스

어떻게든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려던 미국의 노력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돌발 행동으로 물거품이 된 형국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애쓴 것도 사실상 '2개의 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이 가장 먼저 중동지역 무장단체들의 발호를 경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더 이상의 확전을 우려한 조치였다.

가자지구내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헤즈볼라·후티 반군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정파들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이 잦아들지 않는 것도 미국으로선 골칫거리다.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지역에서의 확전을 막으면서 가자지구 상황을 조속히 정리하고 전후 질서까지 재편해야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바이든, '친 이스라엘' 정책으로…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에 균열

연합뉴스
 
미국 내부 사정도 좋지는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쟁 초기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천명하면서 미국내 유대인의 마음을 잡는데는 성공했으나,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에 균열을 가져온 것이다.

최근 펜실베이니아대 매길 총장에 이어 하버드대 게이 총장이 '反유대' 논란속에 자진 사퇴하면서 진보 진영에서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스라엘의 전면적인 지상전으로 가자지구내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고 있고 여기다 미국내 무슬림을 중심으로 현 정부에 등을 돌리는 움직임마저 포착되고 있다.

미 대선이 '경합주'(swing state)의 박빙 싸움에서 결판난다는 점에서, 전통적 지지층과 무슬림의 이탈 현상은 바이든의 재선 전략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합주'는 역대 미국 대선에서 승패를 결정지었던 곳을 말하는 것으로, 사실상 이곳에서의 승리가 대통령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불과 0.4%p, 0.6%p 차이로 겨우 이겼던 경합주 애리조나와 위스콘신의 경우 아랍계 미국인이 각각 1만명, 7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충분히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표를 쥐고 있는 셈이다.

전후 가자지구 질서 재편 놓고 미·이스라엘 의견 엇갈려

연합뉴스
 
전후 가지지구 질서 재편 문제를 놓고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힘겨루기'가 현재 진행형이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까지도 "전쟁이 끝난 후 가자는 하마스탄도 파타스탄도 아닐 것"이라고 말하는 등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전후 통제권을 쥐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은 1993년 '오슬로 협정'에 근거를 둔 '두 국가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30년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오슬로 협정'을 통해 '영토와 평화의 맞교환'을 선언했다. 팔레스타인이 독립해 이스라엘과 '국가 대 국가'로 공존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두 국가 해법'이 선언적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 철수 문제와 동예루살렘의 지위·귀속 등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국가 해법'은 선결조건 해결 없이는 의미 없어

연합뉴스
 
특히 동예루살렘 영유권 논란은 종교적 의미가 더해져 있어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공습을 '알 아크사 홍수'라고 명명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알 아크사는 동예루살렘 성전산에 위치한 알 아크사 사원(이슬람 3대 성지)을 뜻한다. 무함마드가 이곳에서 하늘을 다녀왔다는 전승에 따라 지어진 사원이다.

무슬림에게 성지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이다. 이른바 '성지 해방'은 이슬람 단체들이 진짜 목적을 숨기기 위해 사용하는 명목상의 목적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바로 목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스라엘은 이곳이 아담과 노아의 땅일 뿐 아니라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희생 제물로 바치려 했던 모리아산이라고 보고 있다. 이 역시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두 국가 해법'은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선천적 흠결을 갖고 있는 것이다.

'2개의 전쟁', 바이든 행정부 '출구 전략'은 있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연합뉴스

미국은 일단 이스라엘측에 가자지구에서의 대규모 지상작전을 끝내고, 하마스 축출에 보다 표적화된 전술을 사용하는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오는 5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저강도 장기전으로 바꾸는 전략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작전하에서는 가자지구의 인구 밀접 지역에는 소규모 정예 이스라엘 부대가 투입돼, 인질을 구출하는 한편 하마스 지도자를 찾아내고, 하마스의 본거지인 지하 터널을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애꿎은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여기에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와 아랍계 미국인들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최근 이스라엘군도 조만간 가자지구에서 5개 여단, 수천명 규모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경제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앞으로 1년 동안 전개될 작전을 위해 힘을 비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대선까지 '시간'을 버는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바라보는 미국 관점도 미묘한 '변화'

연합뉴스
 
전쟁 장기화로 인해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바이든 행정부에게는 부담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시간대가 지난달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미 의회에 계류중인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전쟁 발발 이후 세 번째로 워싱턴DC를 찾았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관점이 '완전한 승리'에서 '종전 협상시 유리한 위치 확보'로 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공격을 시작하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 전쟁은 협상을 통해서만 끝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은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우크라이나가 가장 강력하고 유리한 위치에 있길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지만 미국의 지원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선택지'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2개의 전쟁'에 직면한 미국의 이같은 '출구 전략'은 장기적 관점이라기 보다는 급한 불부터 끄면서 대안을 모색하자는 '순차적(Sequencing)' 전략이 바탕에 깔려있다.

유럽, 중동 더 나아가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아시아까지를 미국이 직접 안정시켜야 한다는 대전제 앞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여러 걸림돌로 인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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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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