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증시전망] 허혜민 키움證 연구원 “비만 치료제 장세 지속… 3월 감사보고서 챙기자”

문수빈 기자 2024. 1.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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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관심 업종 분석: 제약·바이오>
금리 인하로 우호적 업황 펼쳐져
비만치료제·ADC 관련 성과 주목
3월 감사보고서 봐야 ‘상폐’ 피한다

금리 인상 기조와 공매도 금지 조치, 테마주 열풍, 금융투자회사의 도덕적 해이 등 크고 작은 이슈가 검은 토끼의 해(계묘년·癸卯年) 증시 분위기를 1년 내내 어수선하게 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2023년 주식시장은 괜찮았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코스피지수는 전년 대비 20%가량 상승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분 좋은 흐름이 푸른 용의 해(갑진년·甲辰年)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시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제약·바이오주는 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고금리 직격탄을 맞으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대명사답지 않은 주가 추이를 보였다. 한국거래소가 바이오 기업을 모아 산출하는 지수인 ‘KRX바이오TOP10지수’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2.57% 하락했다.

다행히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12월부터 제약·바이오는 빠르게 반등하기 시작해 결국은 연초 대비 12.66% 상승 마감하는 데 성공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훈풍이 올해도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외 뮤추얼 펀드와 종근당을 거쳐 현재는 키움증권에서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로 활약 중인 허혜민 혁신성장리서치 팀장을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에서 만났다.

허 팀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비만 치료제가 뜨거운 감자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목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도 올해 화두로 꼽았다. 제약·바이오 새내기 투자자에게는 “그해에 가장 유행하는 대장주를 보는 것이 관련 증시를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텍의 재무 안정성이 낮은 만큼 3월에 나오는 감사 보고서를 눈여겨보라는 조언도 나왔다.

다음은 허 팀장과의 일문일답.

허혜민 키움증권 혁신성장리서치팀장이 2023년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키움증권 제공

─2023년 제약·바이오 시장을 소고해 보신다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다만 중간에 좋았던 때는 있었다. 대표적인 게 5~8월 비만 치료제가 화두가 됐을 때다. 하지만 2023년은 고금리 장기화의 영향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개별 기업으로 봐도 11월 이전까지는 이렇다 할 (개발) 성과가 없었다.

시장에선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의 글로벌 데이터인 폐암 1차 치료제 3상 데이터가 잘 나오길 기대했는데, 데이터가 기대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았다. 또 10월까지는 다국적 제약사인 빅파마로의 유의미한 기술 이전이 1건도 없었다.

대외 환경도 고금리로 우호적이지 않았는데 성과도 이렇다 할 만한 게 나오지 않아 제약·바이오 시장이 부침이 있었다고 본다.”

─지난해 주목할 만한 개별 업종은 어떤 것이 있었나.

“상반기에 비만 치료제와 관련해 펩트론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펩트론은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마이크로는 ‘작다’는 뜻이고 스피어는 ‘구(球)’다. 분무 건조(액체 등을 뜨거운 바람에 분무 분산해 급속히 건조해 분말의 제품을 얻는 건조법)를 시키면 알갱이들이 돌아다닌다. 그걸 폴리머(다수의 반복 단위를 함유한 고분자량 화합물)에 쏘는 거다. (약을) 먹으면 몸 안에서 서서히 방출된다.

(호르몬 기반 비만 치료제를 만드는)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의 일라이 릴리는 원래 당뇨 치료제로 시작한 기업이다. 하루에 한 번 투약하는 치료제였는데 일주일에 한 번 투약해도 되게끔 치료제를 발전시키면서 매출이 올랐다.

펩트론이 글로벌 제약사와 일주일 제형을 한 달 제형으로 바꾸는 것과 관련해 협의 중이라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펩트론 주가가 올랐다. 한 달 제형으로 투약 기간이 늘어나면 더 좋을 거라는 기대로 (펩트론이) 수혜주로 떠오른 거다. 다만 이는 기대일 뿐이고 실질적으로 계약을 한 건 아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는 어떤 물질인가.

“GLP-1으로, 인크레틴 호르몬이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흔히들 천천히 먹어서 포만감을 충분히 느끼고 덜 먹으라고 하지 않나. 비슷하다. GLP-1은 당뇨 치료제로 사용되던 중 살이 빠지는 현상이 관측돼서 비만 치료제로 나왔다.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X(구 트위터)에서 살 뺀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위고비’라고 답한 적이 있는데, 위고비는 GLP-1 수용체다. 그래서 바이럴 마케팅이 됐다.“

─주목도가 엄청났다고 들었다.

“노보 노디스크 제품이 정말 잘 팔렸다. 미국에선 전문의약품도 TV 광고를 할 수 있는데, 이 제품은 너무 잘 팔려서 TV 광고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의약품 부족 목록에 리스팅이 되기도 했다. 없어서 못 파는, 공급 리스크가 있었던 거다.

최근엔 GLP-1이 심혈관계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2024년엔 수면 무호흡증이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 ‘살이 빠지면서 (위 질환들이) 해소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과한 감은 있지만 GLP-1의 여파가 향후에는 여러 군데에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매출만큼 효과도 좋은가.

“데이터들이 이제 막 나오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데이터는 더 나와야 한다. 올해 4월에 유럽에서 자살과 관련된 안정성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GLP-1 복용자 중 자살 사례가 있었다. 다이어트 약이 원래 그런 사례가 있긴 하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같은 약인데 당뇨 치료제일 땐 큰 문제가 없었다. 비만 치료제로는 (약의 복용) 용량이 올라가긴 한다.

명확하게 이게 어떤 이유로 그런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프라벨(허가범위 외 처방)로 많이 써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약이 시판되기 전에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1상, 2상 3상 등 단계별 함의는 뭔가.

“1상에서 3상으로 갈수록 (임상시험 결과가) 주가에 대한 여파가 크다. (식약처 등의) ‘승인’이 (기업의 주가엔) 가장 좋다. 1상은 안정성을 확인하는 단계다. 1상을 통과하는 확률은 63~65% 수준이다. 그래서 투자자한텐 큰 감흥이 없다.

2상부턴 실제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 (해당 약이) 효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한다. 여기서부턴 통과율이 30~40%로 낮아진다. 여기서 결과가 잘 나온다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상은 승인에 가까워져서 1, 2상보다 더 크게 주가에 영향을 준다. (해당 기술로 신약을 만들지 않고 다른 회사에 넘기는) 기술 수출할 때도 2상에서 (결과가) 잘 나오면 (거래) 금액이 훨씬 커진다.“

─제약·바이오 시장은 계절성이 있나.

“계절성이 있는 섹터는 아니나 학회성이 있다. (실험 결과를 발표하는) 학회에서 반응이 좋으면 주가가 영향을 받는다. (주요 학회로는) 1월 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3~4월 미국암학회(AACR), 5~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9~10월 유럽종양학회(ESMO), 10~11월 미국 항암면역학회(SITC)가 있다.

학회가 많은데, 각 학회가 유행할 때가 있다. 카티(CAR-T·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가 유행하면 미국혈액학회(ASH)가 주목을 받는다. 항암제가 유행하면 ASCO가 떠오르기도 한다. 지난해는 비만 치료제가 유행해서 미국 당뇨병학회(ADA)가 주목을 받았다.

(학회를 따라가다 보면 학회 발표 후 주식 매매를 결정하는) 사후적 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를 사전에 알 수 없어 학회에 맞춰 움직인다.”

─올해 시장은 어떻게 보나.

“제약·바이오는 긴 호흡의 산업이기 때문에 갑자기 트렌드가 바뀌진 않는다. 여전히 (시장은) 비만 쪽에 관심을 둘 것이다.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이제 면역항암제 다음 먹거리로 빅파마들이 뛰어들고 있다. 비만 치료제와 ADC가 올해 화두가 될 것이다.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에) 표적을 잘하는 기술이다. 화이자가 재작년까지만 해도 빅딜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ADC 전문 개발사인 시젠을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인수할 정도였다. 그만큼 매력적인 산업이라는 뜻이다.

상반기는 바이오텍들의 각개전투일 것 같다. 하반기에 대형주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세적으로 섹터가 좋아지는 건 2025~2026년이다. 금리가 도와주고 실질적인 과실도 많이 나올 것 같다. 시장은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상반기 중 회사들이 기술 이전에 성공하거나 좋은 데이터를 내면 주가는 확실히 움직일 것 같다.”

─제약·바이오 새내기 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그해에 가장 유행하는 대장주를 보는 게 (시장을 읽기에) 편할 것이다.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텍을 헷갈리는 사람이 있는데, 전통 제약사는 약을 팔아 실적을 낸 회사다. 바이오텍은 지금 당장 매출이 없지만 연구와 개발에 집중하는 회사다. 그렇다고 전통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집중을 안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조금 더 재무적으로 안전하고 실제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이다.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이 그 예다.”

─제약·바이오 투자 시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3월에 나오는 감사보고서를 조심해야 한다. 바이오텍들은 재무 안정성이 높지 않아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거래 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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