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였는데 워크아웃 간 태영건설... 기관은 위험하다는 것 알았다, 어떻게?

이인아 기자 2024. 1. 5. 06: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워크아웃 신청 전 태영건설은 우량한 신용등급을 자랑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는 아니었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는 리스크 관리팀 영향이 커서 신용등급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A급 이상 회사채만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태영건설은 수요예측 때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신용등급이 우수해 A급 이상이 필요한 특정 운용사에서 대량으로 담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1년 7월 1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 당시 모집금액 겨우 채워
산업은행 포함 10여개 기관투자자만 참여
대부분 기관은 “부채비율 등 감안하면 A 아니다” 판단

워크아웃 신청 전 태영건설은 우량한 신용등급을 자랑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는 아니었다. 부채비율이 400%가 넘는 데다 우발채무가 많아 재무적 불확실성이 높은 기업으로 여겨진 탓이다. 신용평가사와 시장의 투자자들 간 평가의 간극이 벌어진 것이다. 신평사의 신용등급 판단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다.

3일 오후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앞서 태영건설은 산업은행에서 채권단 설명회를 열었다. 워크아웃 신청 후 직접 채권단을 만나 회사 경영 상황과 자구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비록 3일 발표는 채권단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지만, 추가로 태영그룹의 사재 출연 등이 진행돼 경영 정상화 계획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승인되면 채권단은 출자 전환 등에 대한 동의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채권단에는 태영건설이 발행한 회사채 투자자도 포함된다. 지난 2021년 7월 발행한 68회차 공모채는 워크아웃과 동시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기에 향후 자금 회수 방향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당 채권은 키움투자자산운용, 멀티에셋자산운용, 산업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68회차 공모채 발행 당시 태영건설 신용등급은 A(안정적)로 우량채에 속했다. 1000억원 규모의 3년물 공모채를 발행했는데, 과정이 매끄러웠던 건 아니다. 신용평가사로부터 우량한 등급을 받았지만, 재무구조를 따져보면 투자 심리가 우호적일 수 없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발행 전 수요예측에서도 흥행 성공 수준의 성적표는 받지 못했다. 당시 민평금리 수준에서는 수요를 확보하지 못했고, 민평금리 대비 1bp 높은 2.59% 수준에서 자금이 모였다. 수요가 몰리면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지만, 당초 계획한 규모에서 마무리지어야 했다. 실제 수요예측에도 산업은행을 포함한 10여 개 기관만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A급 우량채임에도 재무구조가 위태로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2021년 공모채 발행 당시 부채비율이 420%대로, 주요 건설사 중 가장 높았다. 장부상 부채 외 채무인수, PF 자금 보충 등으로 잡히는 우발채무도 많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오는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태영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4361억원, 2분기 1760억원, 3분기 1861억원, 4분기에는 2조4149억원에 달한다.

2021년 공모채 발행 당시에도 완판은 됐다. 당시 태영건설 회사채를 받아 간 곳은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씩 담은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이다. 이들은 다소 기계적으로 신용등급과 연계해 조건을 충족하면 투자하는 곳들이다. A급 이상 회사채에 투자하며 철저하게 투자 리스크를 관리하는 구조인데, 오히려 A급 이상만 담아야 하다 보니 신용도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결국 워크아웃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태영건설 사례와 같이 신용등급이 위험 지표가 되지 못하면서, 회사채 시장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는 리스크 관리팀 영향이 커서 신용등급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A급 이상 회사채만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태영건설은 수요예측 때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신용등급이 우수해 A급 이상이 필요한 특정 운용사에서 대량으로 담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