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어느 쪽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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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많이 들어야 할 질문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내 쪽' 입장만 고집하면서 '네 쪽'을 무시하고, 깔아뭉개고, 나아가서는 죽이기까지 하니까 문제다.
'어느 쪽이요'라는 문장이 떠오르거나 혹은 누군가에게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영화 '남한산성'이 떠오른다.
다만 논의가 무르익고, 어떤 식으로든 결론에 다다르면 오 시장도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왜 그런지 등에 대한 설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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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어느 쪽이요?”
올해 가장 많이 들어야 할 질문이지 않을까 싶다. 가족이든, 친구든, 직장동료든….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으니.
‘편 가름’은 인류 종말이 오지 않는 이상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류는 편 가름을 즐기는 쪽이다. 세 명만 모여도 굳이 ‘편’을 가르려고 애쓴다. ‘내 쪽’이기를 기대하고, ‘네 쪽’이 아니기를 바라는 심리가 없지 않다.
편 가름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두고 논쟁하고, 토론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또 다른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가장 이상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내 쪽’ 입장만 고집하면서 ‘네 쪽’을 무시하고, 깔아뭉개고, 나아가서는 죽이기까지 하니까 문제다.
인류는 논쟁과 토론을 통한 ‘이상적 해법’을 찾기보다는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현실적 방법’을 역사적으로 많이 선택해 왔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질문을 받는다. 혹은 강요당한다.
“어느 쪽이요?”
‘어느 쪽이요’라는 문장이 떠오르거나 혹은 누군가에게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영화 ‘남한산성’이 떠오른다. 인조는 명을 섬기고 청을 배척하면서 병자호란을 자초한다. 청나라는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침입했다.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도망쳤다.
남한산성에선 이후 척화파(청과 항전)와 주화파(청과 협상)로 조정이 나뉜다. 척화파의 중심 김상헌 예조판서와 주화파의 좌장 최명길 이조판서의 논쟁을 다룬 영화가 ‘남한산성’의 주요 흐름이다.
주화파였던 최명길 이조판서가 수어사(守禦使, 조선 인조 때 남한산성을 개축하고 방어하기 위해 설치한 수어청의 수장) 이시백과 마주 앉아 폭풍전야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이 둘은 오랜 벗이기도 하다.
최명길이 묻는다.
“수어사는 어느 쪽이요?”
내심 최명길은 ‘내 쪽’이기를 바랬던 것일까. 빈말이라도 ‘당신 쪽’이라고 말해주기를 원했던 것일까. 수어사 이시백은 주저 없이 이 물음에 답한다.
“내 칼은 적의 목을 자를 뿐이오! 나는 ‘아무 쪽’도 아니오! 다만 다가오는 적을 잡는 무관일 뿐이오!”
올해 서울시는 수도권 지자체와 편입 논의를 이어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4년 신년사에서 이른바 ‘메가시티 서울’과 관련해 “서울 인접 도시 주민의 불편을 해소해 나가야 하고, 무엇보다 ‘시민의 동의’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김포, 하남, 구리, 고양, 과천시와 편입 논의를 시작했다. 수도권 지자체의 서울 편입 논의는 올해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시민 동의’와 ‘공감대 형성’이란 키워드를 내세우면서 민감한 이슈에서 지금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논의가 무르익고, 어떤 식으로든 결론에 다다르면 오 시장도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왜 그런지 등에 대한 설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오세훈 시장에게도 이런 질문이 던져진 셈이다.
“어느 쪽이요?”
오 시장의 답과 그 근거가 궁금하다.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오 시장은 올해 들어 서울시 자치구청의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 3일 강동구청을 시작으로 4일 동작구와 동대문구청 신년 인사회에 얼굴을 내비쳤다. 앞으로 6개 구청의 신년 인사회에 더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할까. 지금까지 참석한 구청의 단체장들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내 쪽'을 챙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오 시장이 수도권 지자체의 서울 편입 논란에서 답과 근거를 찾을 때 '내 쪽'이 아니라 '시민의 쪽'에 속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지자체 단체장은 특정 소속을 떠나 시민이 뽑아준 선물이니까.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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