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은 왜 강등됐나 '프런트 축구+다루기 쉬운 감독' [취재파일 下]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축구 명문'으로 여겨졌던 수원 삼성이 2024시즌부터는 2부리그인 K리그2에서 뛴다. 창단 첫 강등을 경험하게 된 수원 삼성은 대체 어쩌다 강등이 된 것일까.
많은 언론에서는 '무능한 프런트', '비효율적인 팀운영' 등을 얘기하지만 수박 겉햛기식의 문제 제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에 스포츠한국은 축구계 관계자들에게 다방면으로 수원 삼성의 강등에 대해 취재했다. 물론 한가지 답으로 현상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2023년 한국 스포츠의 가장 충격적인 일인 수원 삼성의 강등을 조금이라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
'수원 삼성은 왜 강등됐나 '매탄병의 실체' [취재파일上]'에서 계속
▶감독의 권위가 사라지다
수원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K리그는 이제 감독이 가지는 '절대적 권위'가 많이 사라졌다. 한 K리그 베테랑 선수는 "경기 중 벤치에서 후보 선수들이 앉아 지금 팀전술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는걸 들었다. 지금은 선수들이 감독의 전술을 평가하는 시대"라며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라고 말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감독의 지나친 권위주의적인 모습은 내려놓는게 맞다. 그리고 프런트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팀을 운영하는게 옳다.
그런데 수원 삼성은 그런 분위기에서 더 많이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전에 수원 삼성에서 뛰다 은퇴한 선수는 선수 은퇴 후 지도자를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단도직입적으로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 수원 삼성 감독님들이 지도자로써 얼마나 권위를 가지고 팀을 운영해왔는지 봤다. 그런데 제가 은퇴할 때쯤 감독님들은 과장을 보태면 '힘이 하나도 없었다'. 프런트에 휘둘리고 선수 영입 하나 주도적으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지도자 생활을 할바에는 안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은퇴 후 몇몇팀에서 코치 제의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지도자를 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한다.
▶센 감독에 대한 반작용?
김호-차범근-윤성효 감독 등 2010년대 이전까지 수원 삼성을 지휘했던 감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커리어나 성향 면에서 소위 '센 감독'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프런트도 이 감독들에 맞춰 지원해주는 역할에 그쳤고 그 감독들은 막강한 지원 속에 선수단을 꾸려 성과를 냈다.
하지만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 이관 후 투자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세고 비싼 감독은 영입하기 힘들어졌다. 아니, 영입할 수 있어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수원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감독 자리가 공석이던 몇년전, 매우 핫하고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 영입설에 대해 스포츠한국과의 대화에서 "우리 수원 삼성이 그 감독을 영입하려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린 그 감독을 데려오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 감독을 데려오면 자연스레 명성과 기대에 맞춰 비싼 선수들도 영입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하지만 구단은 그정도로 선수단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수원은 핫하고 유능하다고 평가받던 그 감독을 영입하지 않고 '리얼 블루'의 다른 감독을 선임했었다.
이는 수원 삼성이 예전만큼 많은 투자를 하기 힘들다는 말이지만 기자에겐 그 감독이 올 경우 그 감독의 성향과 명성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보니 '프런트가 주도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으로 들렸다.
최근 많은 클럽들은 프런트에서 조금 더 주도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감독은 그 부속품의 일환으로 보는 경향이 많지만 수많은 축구 관계자들로부터 수원 삼성은 이런 경향성의 제일 앞선에 있는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이런 경향성을 주도한 팀으로 언급되는 것.
지금까지도 수원 삼성은 프런트가 팀 운영에 가장 많이 개입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이런 경향성은 아예 감독 선임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위에 언급했듯 소위 '유명 감독', 혹은 '센 감독'을 데려오기보다 구단과 관계가 좋으면서 성격적으로 유하다고 평가받는 감독들이 거쳐간 것만으로도 드러난다.
2010년대부터 선임된 감독들 중 대부분은 '리얼 블루'라는 이름 아래 크게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즉 프런트가 자신을 감독으로 임명해주지 않았다면 수원 삼성 감독이 되기 힘들었을지도 모르다보니 더 프런트의 말을 듣게 되고 프런트 역시 선임과정에서부터 그런 유형의 감독들만 골라 선임했다는 눈초리를 줄곧 받아왔다.
한 축구 관계자는 강한 어조로 "솔직한 얘기로 2010년대 들어 선임된 수원 감독들은 대부분 꼭두각시 아닌가. 그 감독들은 수원 삼성 이상의 팀에서 감독이 되기 힘들었을 인물들이다 보니 프런트 말에 복종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축구는 펼쳐보지도 못한채 프런트 말만 듣다 경질됐다고 본다"며 냉소적으로 말하며 "그 감독들도 오죽 답답했겠나. 하지만 선임과정부터 프런트에 숙이고 들어가다 보니 끝날 때까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핵심 프런트
수원 팬들은 부진하던 시점에 특정 프런트의 실명을 걸개로 제작해 비난했다. 이를 본 축구 관계자들은 '애먼 사람을 욕한다'며 안타까워했다는 분위기. 실제로 취재를 해보면 결국 수원 삼성에는 2~3명의 핵심 프런트가 있다. 이 인물이 구단 운영과 선수단 구성, 계약 등을 오랜기간 주도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무능력하다'고 비난하지만 일을 해본 관계자들은 그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수원 삼성에 선수를 두고 일한 모 에이전트는 "수원의 핵심 관계자인 A와 선수 연봉 협상을 해보면 정말 혀를 내두른다. 많은 구단과 일을 해봤지만 그정도로 일을 철두철미하게 하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정말 1원이라도 허투루 인상해주지 않기 위해 각종 자료와 화려한 언변으로 협상해 이길 수 없게 한다"며 "수원 삼성에 선수가 있을 때 매년 연봉 협상을 하는게 고역이었다. 냉정하게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연봉 협상 시즌에는 '적'인 셈인데 적을 인정하게 될 정도로 정말 협상을 잘하더라"라고 말한다.
이처럼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는 수원 삼성의 상황에 맞게 선수 한명 한명 불필요한 연봉 인상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프런트의 모습은 인정받아야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일을 잘한다는 것에 매우 동의한다. 능숙하고 노련하다. 하지만 그렇게 일을 잘하다보니 해가 거듭할수록 구단 내에서도 영향력이 세지면서 더 많은 것들에 관여하게 됐을텐데 결과적으로 팀이 강등을 당했으니 해당 프런트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 프런트가 그동안 감독 선임에도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아는데 결국 입맛에 맞는 감독만 데려오다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염기훈 감독대행이 정식 감독이 된다는 기사를 봤는데 염기훈이 냉정하게 당장 K리그 어느팀에서도 감독이 될 수 있겠나. 결국 염기훈도 경험이 부족해 수원이 아니면 감독을 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인데 이게 또 '다루기 쉬운 감독'만 하려는 프런트의 속내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프런트 축구의 양면성
그렇다고 무조건 감독에게 많은 권한을 쥐어주는 것이 축구단의 성공 비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아닌 이상 짧게는 1~2년, 길어야 4~5년 정도 있다 떠나는 것이 감독인데 그에 반해 프런트는 축구단에 입사한 후 계속 일을 하게 된다.
즉 감독은 일시적이지만 프런트는 영원한 셈이다. 감독마다 성향이 다른데 감독에 휘둘리는 축구가 아닌 지속가능한 축구를 추구하려는 것이 프런트 축구를 표방하는 이들의 핵심이다. 마치 조선을 건국할때 정도전이 시스템을 갖춰 핏줄로 이어지는 '왕'에 휘둘리지 않는 국가를 만들려고 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프런트 축구는 분명 자리 잡아야한다.
구단에서는 줄곧 '예전만큼 투자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수원 삼성보다 더 적은 팀연봉과 운영비로도 좋은 성적을 내는 포항 스틸러스, 인천 유나이티드, 광주FC의 사례 앞에서는 이 주장은 힘을 잃는다.
축구계에서는 이번 수원 삼성의 강등을 두고 '프런트 축구의 참사'로 여긴다. 이는 곧 프런트 축구의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결국 프런트와 감독, 선수단이 조화가 되야하고 축구는 결국 선수들이 하는 것이고 그 선수들을 잘 뛰게 하는 것은 감독과 코칭 스태프가 하는 것이다. 이들을 지원하고 지속가능케 하는 것이 프런트의 역할인데 프런트가 아예 축구 자체까지 하려고 할 때 팀이 어떻게 되는지 수원 삼성의 강등에서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또맘, 눈 와도 못 멈추는 '한뼘' 비키니 자랑 '후끈' - 스포츠한국
- 치어리더 안지현, 매끈 비키니 몸매…인어공주 비주얼 - 스포츠한국
- [인터뷰] 김한민 감독 "'노량: 죽음의 바다' 해전, 100분의 오케스트라였죠" - 스포츠한국
- ‘용띠 스타’ 바둑 전설의 반열에 오른 신진서 9단 [신년 인터뷰] - 스포츠한국
- 모델 한으뜸, 비키니가 작아 보여…늘씬한데 '풍만' - 스포츠한국
- 고민시, 브라톱+레깅스 탄탄한 S라인 몸매…보드 위 요가 '섹시' - 스포츠한국
- '워터멜론' 려운 "뼈 갈아넣은 작품, 최현욱·설인아와 호흡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인터뷰] - 스
- 제니, 미니 드레스 사이로 가슴골 '아찔'…베이글 몸매의 정석 - 스포츠한국
- 고윤정, 숏팬츠 입고 새해 인사…청초 비주얼 - 스포츠한국
- 김연경의 흥국생명도 눈앞이네… GS칼텍스, 양강구도 흔들까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