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화려했지만..30대에 건강 잃고 추락한 세일, 애틀랜타서 부활할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왕년 에이스는 새 팀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보스턴 레드삭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2023년이 끝나기 직전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왕년의 '특급 에이스'와 최고 유망주를 맞바꾸는 트레이드였다.
보스턴은 애틀랜타로 크리스 세일을 보냈고 애틀랜타는 보스턴에 본 그리섬을 내줬다. 그리고 보스턴은 세일의 연봉 대부분을 보조하기로 약속했다.
2001년생 중앙 내야수 그리섬은 2022년 데뷔해 2시즌 동안 빅리그 64경기에서 .287/.339/.407 5홈런 27타점 5도루를 기록한 재능있는 선수다. 그리섬은 미래의 애틀랜타 주전 유격수 후보였지만 '실패한 유망주'가 되는 듯했던 올랜도 아르시아가 갑작스럽게 존재감을 과시하며 입지가 변했고 팀을 옮기게 됐다.
반면 1989년생 세일은 마지막으로 가치있는 시즌을 보낸 것이 지난 2018년이었다. 2019-2023시즌 5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56경기 298.1이닝, 17승 18패, 평균자책점 4.16에 불과했다. 선발투수임에도 5년간 연평균 채 60이닝을 투구하지 못했다. 보스턴에서도 최근 몇 년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입지였다. 2020년을 모두 쉬고 2021시즌 42.2이닝, 2022시즌 5.2이닝을 투구하는데 그쳤던 세일은 2023시즌 102.2이닝을 투구하며 4년만에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고 6승 5패,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했다.
이런 두 선수의 맞교환이 가능했던 것은 워낙 큰 세일의 '이름값'도 있지만 보스턴이 어마어마한 양의 연봉을 보조했기 때문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2024년 세일의 연봉 2,750만 달러 중 애틀랜타가 부담하는 액수는 단 50만 달러 뿐이었다.
아무리 '단돈 50만 달러'짜리 선수라고 해도 애틀랜타가 이유없이 세일을 영입한 것은 아니다. 세일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에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실제로 애틀랜타는 1월 5일(한국시간) 세일과 2년 3,800만 달러 계약을 새로 맺었다. 물론 보스턴에서 받은 돈이 기반이 되는 것이지만 옵션 포함 최대 3년을 보유할 수 있도록 계약을 갱신한 것은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의미다.
세일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부상에 시달렸다. 2018년 어깨 부상을 시작으로 2019년 팔꿈치, 2020년 어깨, 2021년 토미존 수술, 2022년 갈비뼈 피로골절 및 손가락 골절, 2023년 어깨 부상 등 큰 부상을 여러차례 겪었다. 부상 탓에 2017년 이후로 한 번도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몇 년간 부상에 시달리는 사이 구속도 떨어졌다. 2018년 패스트볼 시속 95.2마일이었던 세일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지난해 93.9마일까지 하락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 떨어진 구속, 화려한 부상 경력까지이름값만 남은 투수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긍정적인 면이 많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세일은 2023시즌 기대 피안타율이 0.211, 피 기대가중출루율(xwOBA)이 0.294에 그쳤다. 전성기와 비교하면 나빠진 수치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세일이 허용한 타구의 평균 속도는 시속 87.9마일. 리그 평균(88.4마일)보다 나은 수치였고 강타 허용율도 34.6%로 리그 평균(36.3%)보다 좋았다. 전성기에 비해 탈삼진이 줄고 볼넷이 늘었지만 여전히 삼진율 29.4%, 볼넷율 6.8%로 리그 평균(22.1%/8.4%)을 크게 웃돌았다. 많은 부상을 겪고 기량이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 뛰어난 공을 던지고 있다는 의미다.
단순한 '평균이상'도 아니다. 지난해 세일은 기대 평균자책점(xERA 3.61)을 비롯해 기대 피안타율, 평균 타구속도, 헛스윙 유도율, 탈삼진율, 볼넷 허용율, 강타 허용율, 유인구 성공율 등 대부분의 세이버매트릭스 지표에서 리그 상위 25%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상위권' 투수라는 의미다. 부상에 시달리며 낸 성적이 이정도였던 만큼 만약 올해 세일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른다면 충분히 더 좋은 성적을 쓸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하다.
여기에 모든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일 정도로 '죽음의 조'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를 떠나 애틀랜타가 맹주로 군림하고 있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로 이동한 것도 세일의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부상 전의 세일은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였다. 201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해 2016년까지 화이트삭스에 몸담고 2017시즌에 앞서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된 세일은 2010-2018시즌 커리어 첫 9년 동안 287경기(207GS) 1,482.1이닝 103승 62패,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했다.
풀타임 선발투수가 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고 7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6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2013-2018시즌 6년 연속 사이영상 투표 TOP 5에 포함된 세일은 2015-2018시즌은 4년 연속 MVP 투표에서도 득표에 성공했다. 7년 연속 11승 이상을 거두는데 성공했고 해당기간 4번이나 200이닝 이상을 투구한 이닝이터였다. 2018시즌에는 308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화려한 20대를 보낸 세일은 30대에 접어들며 급격히 건강을 잃었고 추락했다. 그러면서 보스턴의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결국 헐값에 트레이드 되는 상황까지 맞이했다. 하지만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추락한 왕년의 에이스는 현재 메이저리그 최강의 팀으로 손꼽히는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었다. 과연 세일이 강력한 새 팀에서 부활을 알리며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애틀랜타의 선택은 옳았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크리스 세일)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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