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업체, 재임 기간 中 등 외국 정부로부터 100억원 수수"
"건물 임대료에 북핵 관련 中은행 제재 묵살"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 재임 기간 그의 사업체를 통해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국 정부 및 관리들로부터 100억원 가량의 돈을 받았다는 미 하원 보고서가 발표됐다.
미 공화당이 조 바이든 대통령 일가의 사업 거래 등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을 문제삼으며 탄핵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보고서 발표는 민주당의 맞불 성격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제이미 래스킨(민주·메릴랜드) 등 미 하원 정부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백악관 팝니다 : 왕세자, 총리, 수상들은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돈을 주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15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그의 사업체가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20개 외국 정부 및 관리들로부터 최소 780억 달러(약 102억원)의 수익을 얻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거래 사실이 드러난 국가는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튀르키예, 콩고민주공화국, 알바니아, 코소보 등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정부들은 워싱턴DC와 뉴욕,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동산에 건물 임대료 등으로 돈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같은 지불은 이들 정부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때로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과 함께 구체적인 외교정책 목표를 추진하고 그들의 국가정책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미국에 구체적인 조치를 요청하는 동안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주미중국대사관, 중국공상은행, 하이난 항공 등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업체에 가장 많은 550만 달러(약 72억원)를 거래했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사우디아라비아(61만5000달러)와 비교해도 많은 수치다.
중국 최대 국영 상업은행인 중국공상은행(ICBC)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의 가장 큰 사무실 세입자 중 하나였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 자금 차단을 위해 공상은행 등 중국 은행들을 제재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행정부는 트럼프 타워에 입주한 공상은행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는 북한 은행과 공모한 기업들에 ICBC를 포함한 중국 금융 기관들이 계좌를 개설해 주었다는 법무부 보고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돈을 잘 내는 세입자를 제재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심지어 당시 공화당 소속인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북한과 연계된 중국 금융기관을 겨냥해 금융·외교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요청에도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며 "그는 2016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중국을 사랑한다. 중국에서 가장 큰 은행 본부는 트럼프 타워에 있다'고 외쳤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 '대우'로부터 약 2000만달러(약 262억원)를 대출받은 사실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채무는 대우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채무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1976만 달러로 유지되다가 2017년 7월 사라졌다. 다만 누가 빚을 갚았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자금 수수가 대통령을 포함한 연방 공무원들이 의회의 허가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돈이나 선물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WP는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 왔다며 법적 다툼 끝에 결국 대법원에 회부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당시 대법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이상 공직에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사건이 실익이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통해 불법적 이익을 얻었는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결론 없이 사건이 종결됐다고 WP는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 의혹과 관련해 탄핵 조사에 공식적으로 착수한 가운데 나왔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민주당이 탄핵조사에 대한 맞불 대응 차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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